격랑 휘말린 SW 산업 ‘오해와 진실’…개발자 무용론부터 기업가치마저 제로?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6. 2.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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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이 쏘아 올린 SW 종말론

미국 인공지능(AI) 개발사 앤트로픽이 내놓은 ‘클로드 코워크’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조짐이다.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는 사무직도 AI와 대화만으로 전문 소프트웨어 버금가는 앱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AI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부터 관련 기업가치가 제로로 수렴할 것이란 비관론마저 팽배하다. 기술 진보가 일자리 감소 우려를 넘어 산업 질서를 재구성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는 진단이다.

다만, 기술 혁신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전략적 변곡점을 맞을 때마다 기존 산업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며 질적 변화를 반복했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앤트로픽 쇼크로 촉발된 소프트웨어 ‘종말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들여다본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AI 에이전트 등장 이후 소프트웨어(SW) 산업을 향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1] 모든 개발자, AI로 대체?

직무 재편과 양극화 가속

‘앤트로픽 쇼크’ 이후 “모든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가 AI 에이전트로 대체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했다. 현재로선 이런 극단적인 비관론은 절반만 맞는 말이라는 게 소프트웨어 업계 대체적인 진단이다.

앤트로픽 쇼크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무용론이 들불처럼 확산한 것엔 이유가 있다. 과거 챗GPT 등 범용 AI 모델이 출시됐을 때도 이런 우려가 불거졌지만, 클로드 코워크는 학습 강도와 속도가 이전 모델 대비 비교불가라는 평가다. 앤트로픽은 AI가 다른 AI의 결과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강화학습(RLAIF·Reinforcement Learning from AI Feedback)’ 방식으로 코딩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기존 강화학습(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은 사용자가 답변을 평가하고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모델을 개선한다.

AI 기반 강화학습은 시행착오 반복 속도가 기존 사용자 피드백 기반 학습보다 훨씬 빠르다.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앤트로픽은 이를 기업용 업무 자동화와 코딩 역량 등에 집중해 자동화 수준을 대폭 끌어올렸다.

테크 업계 고용 충격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테크 기업 구조조정 집계 사이트 ‘레이오프스닷에프와이아이(https://layoffs.fyi/)’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간 전 세계 27개 기술 기업이 2만4818명을 해고해 전년 동기(2537명)의 10배 가까운 규모를 기록했다. 2023년 26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이던 인력 감축이 다시 확대 조짐을 보인다.

AI발 고용 충격은 대체로 주니어 개발자 직군에 집중됐다고 소프트웨어 업계는 지적한다. 일부 비즈니스 모델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됐고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이들 직군에 고용 충격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I 개발 경쟁으로 인력을 공격적으로 흡수하던 추세가 최근 2~3년 사이 급변했다”며 “메타·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 등 주요 기업 모두 인력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는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보단 이들 직무 재편과 양극화가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꼽힌다.

무엇보다 현재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단순 코드 묶음이 아니라 종합 운영 인프라에 가깝다. ▲보안 패치 ▲권한관리(IAM) ▲감사(Audit) ▲장애 대응 ▲규정 준수(Compliance) 같은 운영 요소는 코드가 아무리 빨리 만들어져도 이를 즉각 대체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미국 IBM도 직무 재설계로 신입 채용을 3배 늘리기로 했다. IBM 신입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단순 코드 작성 업무를 줄이고 고객과 직접 협업하거나 AI가 만든 코드 품질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내 대기업 AI 계열사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핵심 역할은 아키텍처 설계, 품질·보안 검증, 배포·관측, 책임소재가 걸린 의사결정 등으로 압축될 것”이라며 “코드 자동화가 늘수록 정책·권한·테스트·릴리즈(DevOps)·데이터 품질 같은 운영 레이어 수요는 오히려 늘 수 있다”고 진단했다.

[2] 화이트칼라 업무의 종말?

조직·사회, 적응 과정 필요

AI가 전문 소프트웨어 업무를 도맡는 수준까지 진화하자 법무·회계·리서치·마케팅 등 화이트칼라 영역까지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들끓는다. 이 역시 화이트칼라 등 전문직이 독식하던 업무를 AI가 완전히 대체하기보단 역량 재편과 업무 재구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앤트로픽 쇼크 이후 화이트칼라 업무 대체 여부에 관해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마이크로소프트(MS) AI CEO는 AI가 사무직 업무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봤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AI는 현 수준만으로도 미국 노동 시장의 11.7%를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노동 시장에 어느 정도 충격을 가할지에 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시각이 갈린다. 현재로서는 반복 업무에 대한 노동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문제 정의·전략 수립·리스크 관리·AI 활용 설계 등 고부가가치 영역을 중심으로 업무·일자리 재편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학계에서는 기술 발전 속도와 사회 적응 속도 간 차이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단기간 화이트칼라 업무가 전면 대체되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이 많다. AI 기술은 선형이 아닌 지수적(Exponential)으로 발전하지만, 사회는 적응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기술·사회 공진화(co-evolution) 이론에 따르면, 기술 변화는 빠르게 일어나지만 사회 시스템은 제도·문화·조직 구조를 통해 점진적으로 적응한다. AI 성능은 컴퓨팅·데이터·알고리즘 축적 효과로 지수적으로 개선되지만, 사회는 ▲법·규제 개정 ▲조직 구조 변경 ▲직무 재설계 ▲교육 시스템 개편 ▲노사 협상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술 도입과 생산성 혁명 사이에 긴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도 여러 실증 논문에서 밝혀졌다. 생산성 개선 효과가 조직과 사회 전반에 확산하려면 단순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보완투자(Complementary Investment)나 조직 재설계와 결합돼야 한다는 게 일관된 분석이다. 이 때문에 기술적으로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하더라도 전체 고용 시장에 충격이 도달하는 데 상당한 시차가 소요된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기술·사회 공진화 이론은 크게 ① 기술 선행(AI 지수적 발전) ② 제도 긴장(법·노동·교육 시스템과 충돌) ③ 재균형(새로운 직무·규제·역할 정의) 등 3단계를 거친다고 본다. 이 가운데 현재는 ②단계 초입으로 중장기적으론 ③단계로 나아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인간 수준 범용인공지능(AGI)이 2020년대 내 등장할 가능성을 50% 수준으로 보면서도, 노동 시장 충격은 기술 도달 시점보다 늦게 나타날 수 있다고 신중론을 편 것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빅테크 CEO도 AI 발전이 노동 가치와 역할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가 일자리를 없애기보다 ‘목적’과 ‘작업’을 분리해 작업을 자동화할 뿐이라는 주장을 편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도 기술 숙련 기반 인력이 부상할 것으로 봤다.

이미 일부 직무에서는 AI 발전으로 부가가치가 개선되는 현상도 목격된다. 대내외 메시지를 생성하고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업무가 대표적이다. 조직 내 기술 기반 인력이 증가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직무 재발견이 이뤄진 결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링크드인에서 ‘스토리텔러’ 관련 채용 공고 비율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어도비가 최근 ‘AI 스토리텔링’ 인재 선발에 나선 가운데, 넷플릭스는 관련 직무에 최대 77만5000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제시했다. 앤트로픽은 커뮤니케이션 팀을 세 배로 늘려 약 80명 규모로 확충했다. 오픈AI 역시 관련 직책에 연봉 40만달러 이상을 제시하는 구인 공고를 내걸었다. 이는 미국 내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평균 연봉 10만6000달러를 크게 웃돈다.

특히 금융·의료·법무처럼 오류 비용이 치명적인 산업에서도 AI가 단기간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이다. 이들 산업에서는 단순 반복 업무를 중심으로 일정 수준 자동화가 이뤄지더라도 법적 책임과 리스크를 떠안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 조직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다만, 범용성과 자기강화 학습 구조를 가진 AI는 기존 기술보다 빠른 적응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역사적으로 농업에서 산업화까지 약 100년, 산업화 이후 IT 기반 정보화까지 50~70년, 인터넷에서 모바일 전환까지 15~20년가량 소요됐다. AI는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해 사회 적응 압력을 가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3] SW 산업, ‘제로 밸류에이션’?

3대 축 흔들려도 ‘붕괴’는 과장

그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은 적자에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왔다. 록인 효과(고객 묶어두기) 기대감 덕분이었다. 높은 전환 비용 → 록인 효과 → 매출 지속 발생 논리가 기업가치를 지탱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 등장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가 흐름이 이를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세일즈포스 등 미국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소프트웨어 섹터’ ETF는 올 초 102달러에서 2월 18일 기준 82달러 안팎까지 하락했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본 시장은 이미 SaaS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굉장히 비관적으로, 그리고 회의적으로 재평가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I 에이전트가 SaaS 기업가치를 지탱해온 세 축을 흔들고 있다고 본다.

첫째는 코드 비용 급락이다. 전통적인 SaaS의 수익 모델은 기능 추가였다. 새 기능을 개발해 판매하는 구조다. 개발 인력과 테스트 비용이 진입 장벽 역할을 했고 고객사는 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몇 번의 프롬프트만으로도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구현할 수 있다. 김일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전통 SaaS 회사는 소프트웨어 기본 기능에 각 고객의 요구를 더해 설계해줬다”며 “하지만 AI 에이전트로 인해 고객사들은 전통 소프트웨어 회사와 깊이 소통하지 않고도, 원하는 상황에 맞춘 소프트웨어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변화는 과금 구조다. SaaS의 과금 단위는 좌석(사용 인원) 기준이다. 쉽게 말해 회사에서 소프트웨어를 쓰는 직원 수만큼 이용료를 내는 구조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수익 모델이 위태롭다.

AI 시대에는 소프트웨어를 쓰는 사람 수부터 줄어든다. 가령, 영업·마케팅 인력이 40명인 기업이 CRM(고객 관리) 소프트웨어를 1인당 월 100달러에 구독한다고 가정하자. 기존에는 영업·마케팅 인력 40명이 각각 계정을 사용해 월 4000달러를 지불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고객 관리와 보고서 작성을 대체하면 계정이 필요한 인원은 20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 소프트웨어 매출도 절반으로 감소한다.

세 번째는 기능의 범용화다. AI 에이전트는 특정 SaaS의 핵심 기능을 빠르게 복제할 수 있다. 병원과 건설 회계 법인 등 산업별 특화 버티컬 SaaS는 축적된 데이터와 업무 흐름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AI가 산업 데이터를 학습하면 유사 기능을 단기간에 구현할 수 있다. 월가에서 ‘버티컬 SaaS의 종말’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다만 ‘제로 밸류에이션’이라는 표현에는 과장이 섞여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옥석 가리기는 불가피하지만 산업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AI에 따른 일명 SaaS 아포칼립스(SW 붕괴론) 논리는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며 “AI를 통한 생산성 혁신은 SW 산업 내 개별 기업 간 패권 경쟁을 야기할 뿐, 전체 AI 산업 규모를 축소시키는 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4] SW 무너지면 클라우드도 끝?

달라진 수요 구조 고려하면 ‘기우’

SaaS 위축이 클라우드 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SaaS 기업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SaaS 서비스 대부분은 퍼블릭 클라우드 위에서 돌아간다. SaaS가 흔들리면 클라우드 성장도 둔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의 대규모 설비투자(CAPEX) 부담과 맞물리며 더 커졌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주요 고객군인 버티컬 SaaS 기업이 위축될 경우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 일각에서는 AI 에이전트의 부상으로 클라우드 사업자 수요 예측이 빗나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클라우드 수요 구조 변화를 충분히 반영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SaaS 위축 여부와 무관하게 AI 학습과 추론 기반 연산 수요가 이어지는 한, 클라우드 산업을 ‘SW 붕괴의 동반 피해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확산 이후 클라우드 산업 수요 공식부터 달라졌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사람의 판단과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주체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추론(Inference)이다. 사용자의 질문이나 명령이 들어올 때마다 AI는 실시간 연산을 통해 답을 만들어낸다. 실시간 추론 연산을 자체 서버로 감당하려면, 과잉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다. 반면,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수요 변동에 따라 연산 자원을 즉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AI 추론 확산이 클라우드의 새로운 수요가 된 배경이다.

더군다나 AI 학습·추론 인프라는 단순한 서버 임대와 달리, 특정 클라우드 환경에 맞춰 구축되는 경우가 많다. 한번 클라우드를 계약한 고객사는 잘 떠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영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빅테크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실적에서는 이전 분기들과 유사하게 공급을 넘어서는 수요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클라우드 산업에 부담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선투자가 불가피한 사업 구조상 감가상각비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수요 부진에서 비롯된 위험은 아니다. AI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함께 나타나는 비용 문제에 가깝다.

[5] 살아남는 건 결국 ‘Deep SaaS’?

단순 도구 넘어 ‘판단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둘러싼 논쟁은 한 지점으로 수렴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살아남느냐다. 전문가들은 도구 역할에 그친 소프트웨어는 설 자리를 잃고,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소프트웨어만 살아남을 것으로 본다.

그간 소프트웨어의 주된 기능은 ‘도구(Tool) 제공’에 머물렀다. 특정 업무를 더 빠르고 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묶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고객은 이 툴을 기존 업무에 끼워 넣고 사람과 프로세스를 조정해 결과를 만들어냈다. AI 에이전트는 이 구조를 흔들었다. 같은 기능을 더 싸게 더 빠르게 구현하는 대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시장이 주목하기 시작한 개념이 ‘Deep SaaS’다. 기업의 판단 기준을 시스템에 담아두는 방식이다. 의사결정의 일관성을 사람 대신 소프트웨어가 유지한다.

수요 예측과 재고 배분처럼 반복되지만 판단이 중요한 업무에서 효과가 크다. 어떤 데이터에 집중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사전에 정해지면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의사결정 방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팔란티어 ‘온톨로지’가 대표적이다. 온톨로지는 기업 데이터와 자산, 업무 흐름을 디지털 트윈 형태로 정리한다. 이를 통해 AI가 현실과 동떨어진 답을 내놓지 않도록 기준을 잡아준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AI가 판단할 때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정답의 기준’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8호(2026.02.25~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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