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한 우물 ‘공부하는 행장’ 정평…장민영 IBK기업은행장 [CEO 라운지]
![1964년생/ 1982년 대원고/ 1989년 고려대 독문학/ 2002년 美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경영학 석사/ 1989년 중소기업은행 입행/ 2013년 여의도한국증권지점장/ 2015년 자금운용부장/ 2018년 IBK경제연구소장/ 2020년 리스크관리그룹장(부행장)/ 2024년 IBK자산운용 대표이사/ 2026년 IBK기업은행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7/mkeconomy/20260227195407445cygi.jpg)
장민영 신임 IBK기업은행장(62)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기업은행은 조준희, 권선주, 김도진, 김성태 전 행장에 이어 다섯 번째 내부 출신 수장을 맞이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하면서도 자회사 CEO를 거치며 경영 능력을 입증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조직 안팎 기대감이 높다.
관료 출신 낙하산, 일명 ‘관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겪었던 혼란과 달리, 이번 인사는 조직 안정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고려한 시의적절한 선택이라는 것이 금융계 중론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22일 임명 제청 당시 장 행장을 두고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1964년생인 장 행장은 대원고와 고려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37년간 자금운용, 경제연구소, 리스크관리 등 은행 핵심 두뇌 역할을 하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장 행장 진가는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리스크관리그룹장(부행장)을 맡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도, 은행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방어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그를 두고 “시장 흐름을 읽는 눈과 리스크 통제 감각을 겸비한 최고 전문가”라고 호평했다.
리더십 스타일은 ‘실용’과 ‘현장’으로 요약된다. 강북지역본부장 시절 보여준 소신 있는 업무 추진력과 직원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자세는 현장 직원 신망을 얻는 기반이 됐다. 본부 근무 시절에도 보여주기식 성과보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업무 추진으로 정평이 났다. 관내 영업점장들 사이에서는 “진짜 현장을 제대로 이해할 줄 아는 본부장”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는 ‘학구파 CEO’이기도 하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신념으로 바쁜 업무 중에도 방송통신대에 편입해 법학(2020년)과 통계데이터학(2024년)을 졸업했다. 금융업 본질인 법률 판단 능력과 디지털 전환 시대 필수 역량인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추기 위한 그만의 생존 전략이었다.
경영 성과도 뚜렷하다. 직전까지 몸담았던 IBK자산운용 대표 시절, 보상 체계를 자본 시장 특성에 맞게 개편하고 성과 중심 문화를 정착시켰다. 그 결과 이직률은 급감했고, 2025년 당기순이익 106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경영자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는 2023년 말 대비 69.5% 성장한 수치다.
생산적 금융 적극 동참
‘30-300 프로젝트’ 가동
장 행장이 제시한 미래 청사진은 명확하다. 취임 일성으로 내건 목표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300조원 이상 자금을 생산적 금융 부문에 공급하는 일명 ‘30-300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단순한 대출 지원을 넘어 벤처 투자, 펀드 조성 등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 첨단·혁신 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전체 공급 규모 가운데 250조원을 중기·소상공인 부문에 배정해 첨단·혁신 산업 육성과 지방 중소기업 지원에 나선다. 벤처·투자·인프라 분야에도 20조원을 공급해 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싣는다. 소비자 중심 금융에도 3조3000억원을 투입해 취약계층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
이미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취임과 동시에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과 ‘정책금융 협의회’를 구성했고, 그룹사 역량을 결집한 ‘IBK 국민성장펀드 추진단’도 발족했다. 추진단장에는 김병훈 IBK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장을 선임해 은행·증권·자산운용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기업은행만이 가진 지방 산업단지 네트워크를 활용, 지역 경제 활성화 마중물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점도 눈에 띈다.

노조 갈등 봉합·공공기관 규제 ‘숙제’
화려한 청사진 이면에 해결해야 할 난제도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노사 갈등 봉합이다. 장 행장은 취임 초 여러 차례 본점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 저지로 발길을 돌렸다. 윤종원 전 행장 출근 저지가 27일간 이어졌던 전례가 있어 사태 장기화 우려가 나올 정도다.
핵심 쟁점은 시간외수당 미지급 문제와 총액인건비 제도 개선이다. 노조는 실질적인 임금 체불 해결을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다. 금융당국이 총액인건비 제도 예외를 조건부로 검토하겠다며 중재에 나섰지만, 타 공공기관 형평성 문제와 지급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해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미지급 수당 규모를 두고도 사측 추산(수백억원)과 노조 측 주장(약 780억원+알파) 간 간극이 크다.
장 행장은 “정부에 총액인건비 제도 예외 승인을 지속 설명하고 있으며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며 소통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정상 출근이 지연될수록 경영 공백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은행 시간외수당 미지급 문제는 이제 단순한 임금 분쟁을 넘어 신임 행장 리더십과 공공기관 인건비 제도 한계를 동시에 시험하고 있다”며 “장 행장이 내부 출신이라는 강점을 살려 노조와 실질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장 행장은 ‘정책 금융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라는, 다소 상충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업은행에 대해 “주가 하방은 단단하나, 단기적으로는 은행 업종 전반 랠리에 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4%대 안정적인 배당률을 보이는 등 주가 급락 원인이 적어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받지만, 뚜렷한 상승 모멘텀 부재로 주가 흐름은 업종 대비 다소 더딜 것이란 전망이다.
KB, 신한, 하나 등 민간 금융지주들이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과 소각, 분기 배당 확대 등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외국인 투자자 러브콜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민간 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대주주(지분율 약 59%)인 국책은행이다.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기보다 중소기업 대출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정책적 명분이 우선시된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하려 해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정책 금융 수행이라는 본연의 역할 탓에 자본 활용 유연성이 제한적이고, 이는 주가 재평가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장민영호(號)는 기대와 우려 속에 닻을 올렸다. 30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실물 경기 회복 마중물 역할을 해내야 하는 거시적 과제와, 꽉 막힌 노사 관계를 풀고 소외된 주가까지 부양해야 하는 미시적 과제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준비된 전략가’ 장 행장이 이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금융권 이목이 쏠린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8호(2026.02.25~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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