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환영한다'면서 일본 식당 사장이 소스로 써준 말
도톤보리, 글리코상, 타코야키, 유니버설스튜디오, 우메다, 난바.... 오사카, 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입니다. 오사카라는 지명 뒤에 무슨 말이 가장 어울릴지 AI에게 물었더니 '여행'이라고 답을 합니다. 여기, 오사카 여행이 아닌 오사카살이를 시작한 특이한 중년 남성이 있습니다. 마천루가 즐비하고 네온사인과 휘황찬란한 불빛을 자랑하는 오사카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변두리에서 오사카 주민으로 살아가는 중년 남성의 독거 일기를 시작합니다. 반년간 펼쳐질 좌충우돌, 실수 만발 오사카 생존기를 시작합니다. <기자말>
[김용국 기자]
"요즘 일본 사람들이 한국 사람 좋아서 난리래요. 술도 사고 밥도 산대요. 선배는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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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효고현 다카라즈카시의 한식당 앞 입간판. 순두부찌개, 삼겹살, 돌솥비빔밥 등의 메뉴가 있다. |
| ⓒ 김용국 |
젊은 층은 한국을 향한 애정이 더하다. 연초 일본 지도교수의 소개로 오사카대학 내 한국어교실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한국인 대학생이나 연구원이 일본 대학생들과 함께 한국어로 대화하고 일본인은 한국어를 배우는 일종의 교류활동이었다. 참석한 일본 대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전공이 아니라도 독학하거나 제2외국어로 공부하는 학생도 많았다. 의대에 다닌다는 1학년 여학생은 "의학을 계속 공부할지, 내가 좋아하는 한국으로 유학을 갈지 진로를 고민 중"이라고도 했다.
음식점에 가도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꽤 있고 젊은 직원 중에는 흔하다. 한국에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이들도 여럿 보았다. 한결같이 "한국이 좋아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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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카 시내 한 슈퍼마켓의 한국음식 코너에 진열된 상품. |
| ⓒ 김용국 |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도 한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사는 도요나카시만 해도 순두부, 삼겹살, 삼계탕, 김치찌개 등을 파는 식당이 적지 않다. 김밥, 떡볶이, 라면 등 분식집도 인기가 있다. 다만, 일본에서 한국과 같은 수준의 맛이나 가격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한식을 '서민음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김밥 한 줄에 1000엔(9300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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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치킨은 일본에서도 인기다. 이 치킨집은 저녁에 대기표를 뽑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 |
| ⓒ 김용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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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기후시의 영화관에는 4개의 상영관이 있었는데 한국 영화가 2개나 걸려있었다. 강하늘, 유해준 주연의 <야당>과 류승용 주연의 <아마존 활명수>. |
| ⓒ 김용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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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로시마의 한 오코노미야키 가게에서 사장이 요리 도중 소스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써주었다. |
| ⓒ 김용국 |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한국과 일본이 마냥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불편한 현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최근 그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영화를 도요나카시 국제교류회관에서 보았다. 지하철 입구에서 우연히 한글 영화 포스터를 본 것이 계기였다. 제목은 <소리여 모여라>. 재일교포 3세 박영이 감독이 만든, 일본 내 '조선학교' 차별과 이에 맞선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상영회는 도요나카시 국제교류협회가 주최하는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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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오사카부 도요나카시 도요나카역 인근에 영화 <소리여 모여라> 포스터가 게시되어 있다. 재일교포 3세 박영이 감독이 만든, 일본 내 ‘조선학교’ 차별 실상과 이에 맞선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
| ⓒ 김용국 |
영화는 이러한 차별이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대학살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당시 일본 정부와 언론은 '조선인이 혼란을 틈타 폭동을 조장한다,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식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일본 군경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가세해 조선인을 무차별 학살했다. 당시 최소 6000명 이상이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고하게 희생을 당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차별과 혐오
과거처럼 눈에 띄는 폭력적인 방식은 사라졌을지 모르나, 조선학교 지원 중단이나 혐한 시위와 같은 차별과 혐오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 문제는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있기 전에는 풀기 어렵다. 답답한 현실 속에 이런 차별을 멈추기 위해 연대와 지원의 손길을 보내는 일본인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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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4일 오사카부 도요나카시 도요나카 국제교류 협회 주최로 열린 영화 <소리여 모여라> 상영회에서 출연자들이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
| ⓒ 김용국 |
일본에서 처음 본 영화가 이렇게 마음을 무겁게 할 줄은 몰랐다. 영화를 보며 차별, 연대, 양심, 민족, 정체성을 떠올렸다. <소리여 모여라>가 다루는 이야기는 특정 국가나 민족의 차별을 넘어 양심의 자유와 관련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관람 도중 안타까운 현실에 한탄하거나 훌쩍이는 관객들의 소리가 들렸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이날 함께 한 일본인들에게서 일말의 희망을 떠올렸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가 일본 사회 속 차별을 깨뜨리는 큰 힘이 되리라는 사실이다.
요즘 대학가를 걷다 보니 곳곳에 매화가 피고 있다. 봄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일본에도, 그리고 내가 살아가야 할 한국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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