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어른 행세] 배우 김선호 때문에 9번 공연 티켓 구입하다 알게 된 것

임은희 2026. 2. 2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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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정식예매, 3번 온라인 중고장터 거래... 초대권 등 티켓 재판매가 나오는 현실적인 이유

서울, 부산, 경기도 가평, 제주, 미국에 흩어져 사는 6인이 쩨쩨하지만 울고 웃고 버티며, 오늘도 그럭저럭 어른 행세하며 살아가는 삶을 글로 담습니다. <편집자말>

[임은희 기자]

"엄마, 김선호가 보고 싶어."
"배우 김선호? 나는 모르는 사람인데 무슨 재주로?"
"연극을 한대."

중1 아이가 보고 싶다는 연극은 <비밀통로>였다. 삶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비밀통로에서 기억을 잃은 채 마주한 두 사람이 전생의 인연이 담긴 책들을 통해 지난 생을 회상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로, 언론에 나온 인터뷰에 따르면 '원한이 많은 사람'과 '후회가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마에카와 토모히로의 <허점의 회의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에게 좋은 경험으로 남겠다 싶어 흔쾌히 허락했다.
▲ <비밀통로> 등장인물인 동재와 서진 기억을 잃은 두 남자 서진과 동재가 삶과 죽음사이의 비밀통로에서 만나며 시작하는 이야기다. 6인의 배우가 열연을 펼친다.
ⓒ 콘텐츠합
"다른 배우들의 공연도 보는 것이 어떠니? 어차피 연극은 회차마다 조금씩 달라지거든. 좋아하는 배우를 보기 전에 연극의 특징을 알아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넌 어때?"

잠시 고민하던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정가 7만 7000원, 2인 예매 할인을 받아 12만 5200원에 표 2장을 결제했다. 지난 14일, 김성규, 강승호 배우가 출연하는 극을 관람했다. 김선호 배우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연극이 너무 재미있어. 경우의 수 대로 9번 다 보는 거 어때?"

당시에는 아이가 인터미션 없는 90분을 견딘 것이 기특하기도 했고, 연극표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그러자고 했다.

몰라서 용감했던 예매 도전
▲ NOL 시어터 대학로의 매표소 모습 연극 <비밀통로>는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투자증권홀에서 공연 중이며, NOL티켓과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 임은희
김선호 배우가 나오는 회차는 전부 매진이었다. 아이와 너무 쉽게 약속한 스스로를 원망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 예매를 의미하는 '피케팅', 이미 선택된 좌석을 뜻하는 '이선좌', 타인이 취소한 티켓을 발견할 때 쓰는 용어인 '포도알', 취소한 티켓을 잡아 예매에 성공할 때 쓰는 '취케팅' 등의 신조어까지 공부하며 노력한 결과 취소표 1장 예매에 성공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표 한번 어렵게 구한다며 '온라인 중고장터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접속한 온라인 중고장터에는 친구말 대로 연극표가 잔뜩 올라와 있었다. R석 가격은 7만 7000원인데 10만 원, 12만 원, 많게는 22만 원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R석을 2만 1000원에 판다는 글을 발견했다. 김선호 배우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이 출연하는 회차였다. 우리는 시청역 3번 출구에서 만났고 판매자는 두툼한 봉투에서 공연표 두 장을 꺼냈다.

초대가 아닌 판매용 초대권
▲ 매진된 연극표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온라인 중고장터 김선호 배우가 출연하는 회차의 연극표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 임은희
"초대권이네요? 혹시 공연 관계자세요?"
"아뇨. 실은 협력사에서 일해요. 돈 대신 티켓을 주니까 이걸 팔아서 돈으로 바꿔요. 싸게 팔수록 손해지만 어쩔 수 없어요."

객석을 채우기 위해 내놓는 초대권이 있다니, 아무리 그래도 12만 5200원과 4만 2000원의 간극은 너무 하지 않나. 중고장터에는 협력사 직원들이 올리는 저가표들이 많았다. 한 판매자는 홍보비를 현물로 받았다고 했다. 구매율이 높은 회차를 제외한 나머지 회차의 표를 초대권으로 받아 판매하는 것이라고 했다. 회사의 정직원들은 직접 판매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 하청의 하청 형식으로 판매하는 복잡한 구조였다(내가 만난 사람들이 협력사 전체를 대변한다고 하긴 어렵다. 티켓을 준 취지에 맞게 사용하는 협력사도 물론 있을 거다).

"초대권 판매를 기획사가 알아요?"
"모를 수가 없어요. 아주 큰 공연이나 인기 있는 공연을 제외하고는 만석인 경우가 드물거든요. 저렴한 가격으로라도 표를 구매해 관객이 들면 좋은 거니까. 흥행에 실패하는 공연들은 조기종영하기도 해요. 열심히 연습했지만 관객이 없으니까요. 초대권 발권이 늘어나면 시장가가 무너지지만 그렇게라도 관객이 들면 좋으니까요."

공연은 많아졌지만 예매수와 판매액은 줄어
▲ 2025년 3분기 월별 티켓예매수 및 티켓판매액 2025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3분기)에 따르면 대중예술(대중음악, 대중무용, 서커스/마술)이 아닌 대중예술 제외 장르인 연극, 뮤지컬, 한국음악, 서양음악, 무용, 복합의 티켓판매 현황은 증가했으나 판매액은 감소했다. 대중예술 제외 장르에서 티켓예매수와 티켓판매액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부문은 한국무용 하나였다.
ⓒ KOPIS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2025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연극의 공연건수, 공연회차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4%, +6.6% 증가하였으나, 티켓예매수와 티켓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5.2%, –13.5% 감소하였다. 공급은 활발하지만 수요는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그나마 수도권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연극을 포함한 티켓예매수의 72.7%, 티켓판매액의 76.3%를 차지하는 것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었다.
매진된 공연의 경우 예매처에서 예매대기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취소 수수료가 아까운 사람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정가양도'라는 거래를 선택하기도 했다. 허나 소비자들은 고가에 표를 판매하는 암표상들과 정가양도를 하는 중고판매자들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보였다.
▲ 아이의 연극 관람 일지 연극을 보고 무대와 관객석의 분위기를 간략하게 메모한다.
ⓒ 임은희
나는 지난 10일부터 티켓을 구하기 시작해 23일까지 착잡한 마음으로 서로 다른 캐스팅 9개 공연의 표를 모두 구했다.
 티켓 구매 내역.
ⓒ 임은희
표 1장 가격으로 적게는 2만1000원, 많게는 수수료포함 7만 8000원의 금액을 지불했다. 총 비용은 73만 7800원이 들었다. 중고거래를 통해 공연 표를 구할 때마다 나는 아이에게 그 과정을 전부 설명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연극을 위해 애쓴 이들, 표를 구하는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이 깃든 무대니 귀하게 봐야 한다는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표를 1장만 구한 공연은 아이만 관람했고 2장을 구한 공연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번을 보고, 세 번을 봐도 좋다는 <비밀통로>의 다음 회차는 아빠와 갈 예정이다. 아이는 여러 번 공연을 보고 말했다.

"처음에는 김선호가 좋아서 보고 싶었는데 다른 배우들 공연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어. 6명의 배우가 있잖아. 지금까지 내가 본 사람은 5명인데, 모두 멋지고 재미있어. 함께 열심히 연습하고 무대에 선 사람들이 별로일 리 없는데 그걸 몰랐네? 처음엔 100분 걸렸고 이젠 95분에 끝내잖아. 배우들도 공연을 하며 발전하나 봐."

때로는 혼자, 식구 또는 친구들과 함께 관람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힘들게 만들어진 것인지 아이도 이제는 안다. 어쩌면 <비밀통로> 연극관람을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사실이 아닐까 싶다.
▲ <비밀통로> 동재(김성규)와 서진(강승호) 전생과 전전생의 얽힌 관계를 돌아보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 콘텐츠합
《 group 》 그럭저럭 어른 행세 : https://omn.kr/group/2025_adult
쩨쩨하고 궁핍하지만, 울고 웃고 버티며 오늘도 그럭저럭 어른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삶을 글로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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