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본격화하는 현대차그룹 미래기지 두 축

김민영 2026. 2. 26.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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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GBC·새만금 클러스터 구축 시동
현대차 GBC 투시도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에 ‘미래기지 두 축’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그룹 전략의 컨트롤타워로 재정비하는 한편, 전북 새만금에 대규모 미래 신사업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면서다. 기존 서초구 양재동 본사 중심의 완성차 체제에서 벗어나 모빌리티·인공지능(AI)·로봇·수소 중심 그룹으로 재편하는 전략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서울시와 GBC 추가 협상을 마무리한 뒤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후속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2014년 부지 매입 이후 12년간 끌어온 삼성동 프로젝트가 정상화 단계에 진입했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피지컬 AI 전략과 맞물려 GBC의 위상도 ‘초고층 랜드마크’에서 ‘미래사업 집적지’로 재정의되고 있다.

GBC의 출발은 10조원대 초대형 투자였다. 2014년 9월 현대차그룹은 한국전력공사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 7만9341㎡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부동산 거래였다. 감정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승자의 저주’ 논란도 제기됐다. 현대자동차 55%, 현대모비스 25%, 기아 20% 지분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전액 현금으로 인수했다.

초기 계획은 105층 초고층 단일 타워였다. 그러나 군 작전고도 제한, 교통·환경영향 재검토, 구조 안전성 논란, 공사비 급증 등이 겹치며 일정은 반복적으로 지연됐다. 장기 표류 속에 10조원이 넘는 자금이 미래차 투자에 쓰이지 못했다는 기회비용 논쟁도 이어졌다. 반면 삼성동 부지 가치가 18조~22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면서 단순 재무 손실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왔다. 결국, 매입 가격보다 자금이 장기간 묶이면서 기술 투자에 활용할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힘을 얻었다.

전환점은 2020년 10월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였다. 전동화·SDV·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로 그룹 전략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공간 구상도 달라졌다. 105층 1개동 계획은 철회됐다. 대신 49층 3개동 분산형 구조가 확정됐다. 지난해 말 서울시와 최종 합의에 이르면서 GBC는 지하 8층~지상 49층 규모의 3개 타워로 조성하기로 했다. 초고층 빌딩이라는 상징성보다 실행 가능성과 공간 유연성, 기능 통합에 초점을 둔 선택이다.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에 제공하는 공공기여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행정 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공공기여 이행협약 체결을 추진 중이며, 올해 말까지 건축심의와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2031년 말 준공이 목표다. 현재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며 공정률은 지난해 말 기준 약 5.6%다. 완공 시 30여개 계열사, 1만명 이상의 임직원이 입주해 연구·전략·미래사업 조직을 집적하는 그룹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게 된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전북 새만금에 5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10조원을 투자해 AI, 수소에너지, 로봇 등 미래 신사업 중심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이번주 안에 산업통상부 등 관계 부처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정부와 공동으로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2026년부터 5년간 국내 125조원 투자’ 계획의 첫 구체화 사례다.

새만금에는 AI 데이터센터와 대형 수전해 설비, 로봇 생산시설 등이 들어서는 방안이 거론된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 현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데이터센터와 수소 설비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지산지소’ 구조를 구상 중이다. 친환경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로보틱스 개발까지 연계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북 완주군 현대차 전주공장과의 연계를 통해 수소 상용차 생산 거점 기능도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의도 면적의 약 140배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와 풍부한 일조량은 새만금이 낙점된 배경으로 꼽힌다. 서남권에 미래 산업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확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삼성동 GBC가 그룹 전략을 총괄하는 ‘두뇌’라면, 새만금 클러스터는 AI·수소·로봇의 실물을 생산하는 ‘심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양재동 중심의 완성차 체제에서 벗어나 미래 모빌리티 그룹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복수의 전략 거점을 두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GBC는 그룹 컨트롤타워, 새만금은 신사업 생산·실증 기지로 역할이 분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12년을 돌아온 삼성동 청사진과 새만금 10조원 투자가 맞물리며 현대차그룹의 국내 미래사업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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