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풀무원 왜?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inyeon@mk.co.kr) 2026. 2.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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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3.4조…외형 성장은 합격

풀무원이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이뤄냈지만 당기순이익이 62% 급감,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무늬만 자본’이라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잠깐용어 참조)과 30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풀무원이 해외 사업 부진 등 낮은 수익성과 높은 부채비율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식품박람회에서 외국인들이 두부텐더, 두유면 등 제품을 시식하는 모습. (풀무원 제공)
매출 0.4%에 불과한 순이익률

고질적 ‘저수익 늪’ 고착화

풀무원의 최근 성장세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3조3802억원, 93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2%, 1.5% 성장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우봉 총괄대표 취임 1년 만에 일궈낸 외형적 성과는 일단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최대 실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실적이 발표된 2월 2일 주가는 오히려 2.2% 빠졌다. 코스피지수가 5000을 넘긴 황소장에도 풀무원 주가는 지난해 2월 기록한 1만9320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영업이익의 7분의 1에 불과한 낮은 당기순이익(131억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업이익이다. 영업 활동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남기고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성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영업 외 손익이 반영되는 순이익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참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문제는 풀무원의 순이익이 낮아도 너무 낮은 데다, 일회성이 아닌 고질적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풀무원의 순이익은 매출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3조원 넘는 매출을 거뒀지만 정작 손에 쥔 건 거의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풀무원은 “매출과 영업이익의 견조한 성장세 유지에도 불구하고, 전기 대비 외화환산이익 감소와 전기 법인세 환입에 따른 기저효과로 당기순이익 변동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수익 구조는 최근 5년간 지속되고 있다. 2021~2025년 매출 대비 순이익률이 0.4~1.1%에 머무른다.

이는 본업에서 번 돈의 상당 부분이 금융비용이나 영업 외 손실로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풀무원의 부채비율은 300%를 넘나든다. 통상 재무 건전성의 안정권으로 보는 부채비율 200%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특히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1조원을 넘어서면서 자금 압박이 상당한 수준이다. 반면, 풀무원의 영업이익률은 2%대 안팎을 맴돌고 있다. 삼성웰스토리, 동원F&B, CJ프레시웨이, 아워홈, 대상 등 경쟁사들의 영업이익률이 4~5% 안팎인 데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부채가 많아 이자비용은 계속 빠져나가는데, 본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역량은 부족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상황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풀무원도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재무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수천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는 물론,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지속 발행하고 있다. 영구채는 장부상으로는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실질은 5~6%대 고금리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무늬만 자본’이다.

덕분에 명목상 부채비율은 감소 중이긴 하다. 2023년 326%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024년 300%, 지난해 283%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이자 부담이 만만찮다. 풀무원이 한 해 지불하는 이자 비용만 약 500억원 안팎에 이른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전액 상환하거나 금리를 더 높여서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스텝 업(step up)’ 옵션이 붙어 있어 ‘돌려막기’를 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도래하는 영구채 상환 물량에 대해 풀무원은 “올해 500억원 정도 상환하고 잔여 물량에 대해서는 차환을 발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30년 투자 미국 법인 ‘아픈 손가락’

2028년 흑자 달성 가능할까

취약한 재무 구조를 개선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 수익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거나다.

풀무원도 “이자비용 부담 해소를 통해 자본 효율성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관리 중”이라며 “2028년 영업이익률 4% 달성을 통해 (약 1배에 달하는) 이자보상배율을 일부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마진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차입금 규모와 금융비용 절감을 위한 엄격한 설비투자(CAPEX) 관리와 비핵심 자산 매각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 설비투자 축소는 단기적으로는 재무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중장기 수익성 향상을 위해선 만년 적자인 해외 식품 사업의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이 요구된다. 풀무원의 해외 사업 부문은 지난 5년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2024년 55억원까지 줄었던 적자폭은 지난해 3분기 누적 151억원으로 다시 확대되며 흑자전환의 기대를 저버렸다. 특히, 누적 3000억원가량 적자를 기록 중인 미국 사업부가 ‘아픈 손가락’이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 법인 풀무원USA를 설립하며 선제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2016년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Nasoya)’를 인수하고 공장을 증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덕분에 현재 미국 두부 시장점유율 1위(약 70%)를 공고히 했고, 2024년에는 분기 흑자를 기록하는 등 적자폭이 축소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그동안 누적된 투자로 적자가 워낙 크고 이자비용도 지속 발생하고 있어 보다 획기적인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풀무원 실적 리뷰 보고서에서 “미국 적자폭이 유의미하게 개선됐으나, 일본은 여전히 부진했다. 미국 법인은 상반기 관세 및 냉장면 판매 부진으로 분기 적자폭이 큰 폭 확대됐다. 일본 법인은 ‘두부바’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생산기지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라고 짚었다.

업계에선 풀무원의 2028년 영업이익률 4%, 부채비율 250% 이하라는 경영 목표 달성 여부가 향후 주가의 향배를 좌우할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이우봉 총괄대표의 남은 임기 과제는 명확하다. ‘최대 매출’이라는 숫자의 함정에서 벗어나, ‘무늬만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재무 구조를 증명해야 한다. 영구채도 ‘무늬만 자본’이란 점에서 부채비율 하락이 숫자 놀음에 따른 ‘착시 현상’일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가 단순한 명예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금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풀무원 측은 자기자본이익률(ROE) 13~15% 달성을 목표로, ‘현금흐름 중심 경영’을 통해 수익성 제고와 주주 가치 극대화를 동시에 실현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해외 사업도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 국면을 지나 ‘수익 중심의 질적 성장’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잠깐용어*신종자본증권 |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혼합형 증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비율을 낮추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만기는 통상 30년 이상이거나 영구채 형태며, 5년 정도 지나면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는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8호(2026.02.25~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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