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는 뛰는데…위기의 GS리테일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inyeon@mk.co.kr) 2026. 2.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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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수 비공개…36년 만에 성장 ‘스톱’?

1만8711개 vs 비공개.

최근 증권가에서 발표된 편의점 맞수 CU, GS25의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다. CU는 전년 대비 253개점 순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GS25는 점포 수를 이례적으로 비공개했다. 매년 1000여개씩 순증하며 경쟁사 전환점, 객단가, 객수 증가율까지 상세히 공개했던 GS25지만 이번엔 모두 숨겼다. 1990년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이래 36년 만에 첫 성장 정체에 직면한 듯한 모습에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11% 폭락했다.

회사 측은 외형 성장보다 ‘내실 경영’을 강조한다. 그러나 편의점 사업 부문의 실적도 하락한 데다 신사업으로 공들여온 스타트업 투자, 해외 사업 진출 모두 부진한 모습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난해 취임한 허서홍 대표가 구조조정 외에 이렇다 할 성장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GS리테일이 편의점 사업 진출 36년 만에 성장 정체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GS25의 베트남 300호점 ‘디엔비엔푸점’. (GS25 제공)
36년 만의 첫 점포 순감?

편의점 수 비공개…주가는 폭락

GS리테일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3조260억원, 533억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3.3% 증가한 수치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특히, GS리테일 사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편의점사업부의 역성장이 뼈아팠다. 같은 기간 편의점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2531억원, 248억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5.7% 감소했다.

당초 업계에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했다. 1년 전인 2024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며 ‘어닝 쇼크’를 기록한 기저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12·3 계엄에 따른 내수 침체, 파르나스호텔 인적분할로 인한 수익 인식 중단 등 나름의 ‘변명거리’가 있었다. 허연수 전 대표가 물러나며 지난해 초 취임한 허서홍 대표를 위해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런데 어닝 쇼크였던 2024년 4분기보다 더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점포 수도 비공개하자 투자자들의 실망이 폭발한 모양새다. 실적 발표 당일 증권가 컨센서스(영업이익 599억원)에 못 미친 괴리율 –11%만큼 정확히 주가가 빠졌다.

GS리테일 측은 “편의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도 영향이 있었다”면서도 “기존점 매출이 성장하는 성과도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경쟁사인 CU는 점포 수와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세를 지속했고 희망퇴직도 하지 않아서 더욱 대조된다.

본업·신사업 다 흔들

요기요 10분의 1토막…베트남도 계륵

무엇이 문제일까. 업계에선 스타트업 투자, 해외 진출 등 신사업 실패와 허서홍 대표의 ‘쥐어짜기 경영’에 따른 본업 경쟁력 약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GS리테일은 한때 ‘스타트업 투자사’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CVC(기업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였다. ‘요기요’ ‘쿠캣’ ‘펫프렌즈’를 인수하고 메쉬코리아, 팀프레시, 카카오모빌리티 등 수십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뉴 투 빅(new to big)’ 경영 전략에 따른 행보였다.

그러나 선구안이 없었다. 요기요가 대표적인 예다. 사모펀드와 함께 약 8000억원에 인수한 요기요는 배달앱 시장에서 고전을 지속하며 자산 가치가 2021년 3077억원에서 2024년 437억원까지 급감했다. 매년 수백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인 데다 배민, 쿠팡이츠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에 밀려 추가적인 장부가 감소가 우려된다.

해외 시장 진출도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특히, 현지 기업과 조인트 벤처로 진출해 400개 이상 점포를 운영 중인 베트남 시장이 아픈 손가락이다.

베트남은 일본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가 이미 10여년 전 진출해 점포를 운영 중이다. 후발 주자로 진입한 GS25는 우량점이 될 만한 ‘목 좋은 입지’를 놓쳐 고비용 저매출 점포 위주로 출점한 곳이 많다. 일례로 베트남의 GS25 점포들을 보면 건물을 2층 이상 통임대한 대형점이 많다. 보통 1층에 15~30평 안팎으로 출점하는 편의점의 기존 문법과는 판이하다. 편의점이 선호하는 대형 오피스 건물은 일본계 편의점이 선점해, 전층 통임대를 요구하는 베트남 건물주들과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GS리테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A씨는 “편의점의 복층 통임대는 ‘오버 스펙(과잉 투자)’이다. 2층 이상은 취식 공간으로 꾸몄지만, 주고객층은 구매력이 낮은 현지 젊은 학생들이어서 저렴한 음식 하나 시켜놓고 죽치고 앉아 있는 카공족이 많다. 충분한 시장조사 없이 진출해서 ‘보여주기식 확장’을 하고 있어 흑자가 나기 쉽지 않은 구조다”라고 우려했다.

본업인 국내 편의점 사업도 업계 1위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한때 점포 수, 매출, 점포당 매출 모두 GS25가 CU를 압도했지만 점포 수는 추월당하고 매출 격차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2020년 약 8000억원에 달했던 양 사의 매출 차이는 지난해 약 600억원까지 좁혀졌다.

GS리테일의 한 전직 팀장은 영업 부문에서의 경쟁력 저하와 점포 개발 부문의 우량점 이탈을 핵심 문제로 꼽는다. 재고 부담과 권리금 비용 경쟁을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점포당 매출과 우량점을 확보해왔는데, 비용 절감 기조 탓에 이런 전략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GS25는 상품 가짓수가 1만개가 넘을 만큼 MD(상품 구색) 경쟁력이 뛰어났다. 그러나 요즘은 경쟁사들도 상품 가짓수를 많이 늘려 비교 우위가 약해졌다. 점포 개발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점주 배분율과 권리금 지원 한도를 대폭 낮추니 우량점을 전환시킬 무기가 없어졌다.”

또 다른 GS리테일의 전직 팀장은 경영진의 전략 부재를 패인으로 꼽는다.

“팀장급 이상 워크샵에서 경영진이 강조한 성장 전략이 ‘경쟁점 전환’과 ‘소매점(기존 슈퍼마켓) 공략’이었다. 이는 30년 전부터 해왔던 당연한 소리다. 거리 제한 규제, 시장 포화 등 시장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뾰족한 해법이 없구나’ 싶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 그럼에도 GS리테일은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의 비용 통제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취임한 허서홍 대표의 행보는 어바웃펫 지분 매각, 퍼스프 사업 중단, 인도네시아 사업 중단, 10년간 이어온 ‘뮤직앤비어페스티벌’ 행사 중단, 희망퇴직 인원 확대 등이었다. 중장기적인 성장 전략 대신 단기적인 주가 관리를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지난해 12월 GS25 첫 노조가 설립되고 한 달 만에 500여명이 가입하는 등 내부 반발도 거센 모양새다. 일각에선 “성과가 뛰어났던 간부급 직원도 밀려났다”며 실세 임원들의 계파 정치에 따른 불공정 희망퇴직 논란도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GS리테일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포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근거리 상권에서 무인 점포, 다이소 등 경쟁 업태의 집객력과 점유율이 상승하며 편의점과 슈퍼의 점포 순증은 둔화될 수밖에 없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주요 업태(편의점)의 매출 성장률이 과거처럼 높은 수준을 보여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끊이지 않는 투자자산의 평가손실 발생 역시 아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8호 (2026.02.25~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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