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업계 뒤집어놓은 ‘클로드 코워크’…유료 앱 ‘뚝딱’, ‘앱 커팅’으로 번지나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6. 2.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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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너의 시대는 끝났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았다. 한번 도입하면 바꾸기 어려운 ‘록인 효과(Lock-in Effect·특정 선택이나 기술·제품에 익숙해지면 쉽게 바꾸지 못하는 현상)’와 구독 기반 반복 매출 모델은 SaaS 기업을 자본 시장 총아로 만들었다. 미국 인공지능(AI) 빅테크 앤트로픽이 내놓은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는 이 공식을 정면으로 흔들었다. 코딩 지식이 없더라도 AI와 대화만으로 업무 자동화 앱을 만들고 기업 시스템과 직접 연결할 수 있게 되자, 기존 전문 소프트웨어 존재 가치에 관한 의구심이 들불처럼 확산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앤트로픽 쇼크’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시장 일각에서는 고가 구독료를 받던 SaaS(Software as a Service) 모델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종말론’까지 고개를 든다. ‘앤트로픽 쇼크’가 촉발시킨 소프트웨어 업계의 격한 논쟁을 진단한다.

미국 인공지능(AI) 빅테크 ‘앤트로픽(Anthropic) 쇼크’가 소프트웨어(SW) 산업을 휩쓸고 있다. 기업용 AI 강자 앤트로픽은 최근 ‘클로드 코워크’라는 AI 도구로 소프트웨어 업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클로드 코워크는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더라도 AI와 대화만으로 계약서 검토 등 전문직 수준 업무를 자동화하는 앱(애플리케이션·응용소프트웨어)을 척척 만들어내는 유료 서비스다. 이 서비스가 출시되자마자 격한 논쟁이 촉발됐다. 지금까지 고가 구독료를 내며 써왔던 유료 소프트웨어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게 아니냐는 극단적인 ‘종말론’까지 고개를 든다. 산업계에서는 이런 범용 AI가 기존 산업 생태계 생존 문법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인공지능(AI) 빅테크 ‘앤트로픽(Anthropic) 쇼크’가 소프트웨어(SW) 산업을 휩쓸고 있다. 기업용 AI 강자 앤트로픽은 최근 ‘클로드 코워크’라는 AI 도구로 소프트웨어 업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로이터=연합뉴스)
‘클로드 코워크’가 뭐길래

자동화 앱 척척 생성

앤트로픽이 기업용 서비스 클로드 코워크를 내놓은 뒤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오라클, 서비스나우 등 소프트웨어 기반 빅테크 주가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한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가총액 3조달러 선이 무너졌고 지난해 7월 최고치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클로드 코워크’는 웹 기반 대화만으로 문서 요약, 데이터 분석, 계약서 검토 등 업무를 자동화하는 앱을 즉시 생성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클로드(Claude)는 앤트로픽 AI 모델 이름이며 코워크(Co-Work)는 ‘함께 일하다’ ‘협업하다’라는 의미다. 즉, AI가 도구(tool)가 아니라 ‘동료(Worker)’처럼 함께 일하는 환경을 지향한다는 뜻이 담겼다.

기존 ‘클로드 코드’가 개발자 중심 AI 코딩 도구였다면, 코워크는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는 사무직까지 겨냥해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특히, 클로드 코워크는 ‘슬랙(Slack)’ 같은 업무용 협업 소프트웨어와 바로 연결된다. 사용자가 따로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복잡한 설정을 하지 않아도 기존 업무 환경 안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원이 슬랙에서 “이번 분기 매출 데이터를 정리해 보고서로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면, AI가 회사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관련 수치를 불러온다. 이를 표와 그래프로 정리한 뒤 초안 보고서까지 작성해주는 식이다. 사용자는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복잡한 설정을 거치지 않고 평소 쓰던 협업 도구 안에서 AI 기능을 능동적으로 쓸 수 있다.

또,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통해 코워크가 만든 자동화 도구를 기존 기업 시스템과 쉽게 연결할 수 있다. MCP는 AI가 회사 내부 여러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등에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연결될 수 있게 설계된 일종의 표준 연결 규칙이다. 앤트로픽은 자사 AI 모델 클로드가 외부 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 업무 시스템 등과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게 MCP를 설계했고 이를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했다.

AI가 회사 데이터베이스나 문서관리 시스템, 회계 프로그램 등에 접근해 정보를 읽고 수정하려면 보안과 권한 통제가 필수다. MCP는 이런 접속 방식과 권한 범위를 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개발자가 복잡한 연동 코드를 일일이 작성하지 않아도 AI가 기존 시스템을 넘나들며 업무를 수행하고 기록을 축적할 수 있다.

예컨대, 법무팀이 코워크로 계약서 검토 앱을 만들면, 이 앱은 회사 전자결재 시스템이나 문서관리 서버와 연동돼 계약서를 불러와 검토 결과를 다시 내부 시스템에 저장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개발자가 별도 연동 코드를 일일이 작성해야 했는데, 이런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이 같은 생태계 구축으로 보조적 수단에 머무르던 범용 AI가 기업 운영 시스템 실행 주체로 지위가 격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가 소프트웨어 가치 의구심

단기간 SaaS 대체는 힘들 듯

이런 기술 진전은 고가 전문 소프트웨어나 기업용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범용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로 번졌다. 데이터 분석, 계약서 검토 같은 전문직 업무를 몇 번의 지시만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자, 고가 소프트웨어나 특정 기능에 특화한 SaaS 필요성이 크게 약화할 것이란 의구심이 확산했다.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기대도 이런 우려에 불을 지폈다. 앤트로픽은 AI가 다른 AI의 결과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강화학습(RLAIF·Reinforcement Learning from AI Feedback)’ 방식을 통해 코딩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기존 강화학습(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은 사용자가 답변을 평가하고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모델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AI 기반 강화학습은 시행착오 반복 속도가 기존 사용자 피드백 기반 학습보다 훨씬 빠르다.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앤트로픽은 이를 기업용 업무 자동화와 코딩 역량 등에 집중해 자동화 수준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기존 업무 시스템과 손쉽게 연동되는 MCP를 얹어 생산성 소프트웨어와 연결성을 강화한 것도 한몫했다. 이런 요인이 맞물려 범용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능을 흡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들불처럼 확산했다.

다만, 소프트웨어 ‘무용론’이나 ‘종말론’ 등은 극단적인 우려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산업계에서는 과거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부상 때 대두됐던 ‘코드 커팅(Cord-cutting)’ 현상과 겹치는 대목이 많다고 지적한다. 코드 커팅은 유료 케이블 TV 가입자가 넷플릭스 같은 OTT로 이동하며 중간 사업자를 건너뛴 현상을 뜻한다. 이번 ‘클로드 쇼크’ 역시 사용자가 개별 전문 SaaS 앱을 쓰지 않고 범용 AI를 통해 직접 기능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앱 커팅(App-cutting)’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거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으로 케이블 TV 구독이 줄어들 때도 미디어·통신주가 급락했지만, 산업 구조가 본격 재편되는 데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와 개별 SaaS 사이에 끼어들어 기존 기능을 통합·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지만, 이 역시 산업 붕괴보다 중장기 재편으로 나타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AI 에이전트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단기간에 완전히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기능 제공을 넘어 ▲데이터 정합성 ▲권한 관리 ▲보안 통제 ▲감사 기록 ▲규제 준수 체계까지 포괄하는 운영 인프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의료·법무 등 오류 비용이 치명적인 산업에서는 결과 정확성뿐 아니라 책임 주체와 추적 가능성이 핵심 요건이다. AI가 일정 수준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어도 시스템 안정성과 법적 책임을 떠안는 구조까지 단기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SaaS 기업 관계자는 “AI가 코드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주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 제품에 들어가는 코드는 보안·성능·확장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지금도 개발 시간의 상당 부분은 설계와 리뷰, 운영 안정성 확보에 쏟고 있다. 아직 사람이 설계하고 통제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잠깐용어*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 MCP는 AI가 회사 내부 여러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등에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연결될 수 있게 설계된 일종의 표준 연결 규칙이다. 코워크가 만든 자동화 도구를 기존 기업 시스템과 쉽게 연결할 수 있게 해준다.

잠깐용어 *RLAIF | AI가 다른 AI의 결과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강화학습(RLAIF·Reinforcement Learning from AI Feedback)’ 방식이다. AI 기반 강화학습은 시행착오 반복 속도가 기존 사용자 피드백 기반 학습보다 훨씬 빠르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8호(2026.02.25~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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