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숫자 코스피 6000 돌파...개인투자자들의 손 끝이 달라졌다

김종철 2026. 2. 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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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반도체가 불 붙이고, 정책이 기름 부었다...자본시장 체질 변화가 코스피 6000 이후 결정

[김종철 기자]

 코스피가 장중 6000을 넘어선 가운데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06포인트(0.89%) 오른 6,022.70로 개장해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했다.
ⓒ 연합뉴스
"(주가) 6000까지 찍을 것 같긴 한데…"

지난 1월 말 금융권의 한 임원은 "코스피 6000도 갈까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신년 인사와 덕담을 주고 받으며, 화제는 단연 '주식 이야기'였다. 새해 들어 코스피는 거침없었고, 단숨에 5000을 찍었다. '임기 내 코스피 5000 달성'이라는 공약을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는 오히려 차분했다. '설마'는 사라졌고, '꿈'이라던 지수는 현실이 됐다.

경제 산업 동향과 분석을 오랫동안 해 온 그가 주목한 것은 현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였다. 그리고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었다. 그는 "5000도 예상을 넘었고, 6000도 언제 어떻게 달성할 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6000을 넘어섰다.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6000이라는 숫자는 냉정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뜨거웠다. 휴대폰 주식창을 들여다 보는 개인 투자자들의 손끝이 달라졌다. "국장(한국 주식시장)은 안된다"던 자조가 "이번엔 다르다"라는 기대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6000이라는 숫자는 단순하지 않다. 한국 증시가 오랫동안 눌러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구조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낮은 배당성향,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등은 하나둘씩 지워지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이재명 정부가 밀어붙여 자본시장 개혁이 결합된 결과다.

반도체가 불을 붙이고, 정책이 기름을 부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5
ⓒ 연합뉴스
주가 상승의 핵심 동력은 분명하다. AI 투자 확산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를 이끌면서, 글로벌 자금은 AI 인프라의 핵심 공급망인 한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은 "AI 낙관론에 반도체 랠리가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6000은 설명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반도체 호황은 있었다. 그때마다 지수는 올랐지만, 평가(밸류에이션)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번 상승장이 남다른 점은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드라이브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외부 행사로 참석한 곳이 한국거래소였다. 그는 출범 초기부터 '주가조작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전면에 내걸었다. 기업들의 배당 확대에 세제 혜택을 붙이고, 기업 가치를 높이고 투자자를 적극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자사주를 사서 쌓아두는 관행에 제동을 걸고,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원칙화하는 상법 개정도 국회를 통과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기업의 이익이 실제로 주주에게 돌아가도록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증시는 "돈은 벌지만 주주에게는 인색한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재명 정부는 이 구조를 깨겠다고 나섰다. 정책의 방향성은 분명했다.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환원을 제도화해 '신뢰 프리미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정부는 공개적으로 자본시장을 성장 전략의 축으로 내세웠다. '생산적 금융'과 '공정한 시장질서'를 강조하며 코스피 지수 자체를 정책 목표의 일부로 언급하기도 했다. 5000을 넘어 6000, 7000이라는 숫자는 이제 더 이상 허황된 꿈이 아니다. 시장은 그 신호를 읽고 있다.

6000 이후를 묻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6000p 기념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뜨거울수록 냉정해야 한다. 물론 경고음도 있다. 코스피 지수 상승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 쏠림이 심해질수록 변동성도 커진다. 외국인의 투자는 여전히 들쭉날쭉하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상당했고, 이를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2027년의 이익까지 선반영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을 이끌고 있는 정책 역시 시험대 위에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의 투자 여력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규제로 비칠 경우, 반작용이 생길 수 있다. 주식 배당 세제 혜택도 자칫 '부자 감세'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일부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들은 코스피 지수의 전망을 7000, 심지어 8000까지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 흐름이다.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유지되고, 반도체 호황이 확산되며, 2차전지·자동차·바이오 등으로 업종 순환이 이어진다면 6000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여전하다. 하지만 정책이 논쟁에 갇히고,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친다면 6000은 코스피 고점의 상징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 증시는 갈림길에 서 있다. 6000은 가보지 않은 길이다.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이 실제 기업의 행동을 바꾸고, 시장의 체질을 바꿀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시장은 이미 이같은 기대를 6000이라는 숫자로 보였다. 남은 것은 진짜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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