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때는 당연했는데..." 두번째 육아휴직 망설이는 이유

안유림 2026. 2. 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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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수업료] 육아휴직 제도의 현실과 워킹맘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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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림 기자]

 신생아 시기, 육아휴직 없이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첫째 때는 초등학교 입학 때 육아휴직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둘째는 육아휴직을 다시 하기가 부담스럽고, 과연 휴직을 한다고 내가 잘 해낼지도 모르겠어요."

육아휴직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아이에게 큰 변화가 생겨 전적인 돌봄이 필요할 때.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를 갈아주느라 엄마 아빠는 먹고 자고 쉬는 것조차 제대로 못 하는 신생아 시기, 육아휴직 없이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첫 번째 육아휴직에서 배운 것

나는 첫째 출산 후 1년 6개월의 육아휴직을 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육아휴직 써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육아휴직 종료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걸 스스로 판단할 힘이 육아휴직의 첫 준비라는 것을.

과거에 비해 육아휴직을 쓰는 분위기는 분명 바뀌었다. 조직 내에서 이례적이거나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가 됐다.

지난 1월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최근 출산율 반등 흐름의 주요 특징과 원인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7개월 연속 출생아 수가 증가했다. 특히 30대 중위소득 이상 직장가입자의 출산율 상승이 가장 높았다. 1985년생 출생 코호트 분석 결과, 육아휴직 사용자의 추가 출산 비율이 비사용자보다 11~12% 높았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육아휴직 제도가 실제로 출산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

두 번째 육아휴직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

나는 85년생이다. 첫 육아휴직을 쓴 지 5년 지났고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2년 후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가족 생태계가 변화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때는 선생님이 어르고 달래서 들여보내 주셨잖아요. 근데 학교는 애가 적응 못 하면 그냥 바로 열외가 되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가 학교에 적응할 때까지 엄마들이 조금이라도 휴직하려는 거죠."

아이들을 초등학교 입학시키기 전 중요한 준비 사항이 '수업 시간에 급할 때 손 들고 화장실 간다고 말하기'라고 한다. 필요할 때 눈치 보지 않고 말하는 연습. 문득 생각했다. 엄마의 육아휴직도 그런 것 아닐까.

첫 번째 육아휴직에서 '필요할 때 말할 힘'을 배웠다. 그런데 두 번째 육아휴직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조직문화는 아니다. 한번 써본 제도고, 우리 사회가 육아휴직에 대해 왈가왈부할 때는 지나갔으니까.

근원적으로 돌이켜보면, 육아휴직 때 내가 행복했는가 하는 기억에 근거해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행복은 두 가지 희생과 맞닿아 있다.

첫 번째 희생은 존재감과 커리어다. 하루 종일 집에서 가사와 아이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면 나의 독립적 존재감은 사라진다. 육아휴직은 근속연수에 포함돼 근무 평가에 들어가지만, 여전히 불리한 평가 구조를 가진 조직이 많다. 특히 승진을 앞둔 상황이라면 육아휴직을 더 망설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희생은 소득이다. 현재 육아휴직은 평균 1년까지 유급이다. 아이가 취학하기까지 7~8년 걸리는데 유급 육아휴직은 고작 1년에 불과하다. 둘째를 낳으면 2년이 생긴다. 하지만 두 아이가 2~3살 터울만 나도 미취학 육아의 시간은 훨씬 길어진다.

유급 육아휴직 1년의 기간은 아이가 기어다니다가 걸어 다닐 수 있는 시간에 불과하다. 그 이후부터는 말도 못 하고 뛰지도 못하고 혼자 양치질도 못하는 아이에게 이제부터 혼자 생활하라는 말과 같다. 그렇다고 1년 이상 육아휴직을 하자니 그때부터는 소득 0원의 무급휴직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늘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들이 있다. 합리적 경제생활과 끊임없는 자기 계발. 하지만 우리 사회는 워킹맘들에게 그 두 가지를 '하면 안 된다'고 암묵적으로 말한다. 나는 그게 싫어서 아이를 낳지 않거나 육아를 하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 자체가 악덕은 아니다. 그런 마음이 들게 만드는 환경이 악환경일 뿐이다.

그럼에도 워킹맘을 꿈꾸는 이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문제를 알면서도 워킹맘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엄마의 의무가 국가의 존폐를 결정지을 의무라고 해서 불행을 짊어지고 갈 이유는 없다. 최종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그 선택에 희생의 강요가 있어선 안 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모든 문제를 알면서도 워킹맘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워킹맘이 되는 게 소원이에요. 회사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가치를 포기할 순 없어요. 회사에 둘 다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가 있어서 애사심까지 치솟는다니까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동일 연구에 따르면 난임 시술에 의한 출생아 비율도 2019년 8.7%에서 2024년 15%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주변에도 난임 병원에 다니는 워킹맘들이 꽤 있다. 성공하면 난임휴직을 육아휴직으로 변경해 이어간다. 그만큼 절실하다. 일과 육아,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내려는 이들. 그들의 바람만큼 우리 사회의 중심추가 이동했을까.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할 결심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나는 또다시 고민할 것이다. 과거에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엄마의 커리어 단절이 공식처럼 이어졌지만, 미래에는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첫 번째 육아휴직 때 불행했던 순간도 있었고, 두 번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 불행이 '당연한 희생'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이제 안다.

다만 이번에는 존재감의 상실 없이, 소득의 단절 없이 선택하고 싶다. 그러려면 육아휴직 제도는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 육아휴직 사용자의 추가 출산 비율이 높다는 통계가 말해준다. 제도의 개선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고.

워킹맘들이 두 번째, 세 번째 육아휴직을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일과 육아의 진정한 양립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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