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 충돌' 주호영-송언석... 대구·경북 통합 불발에 책임 공방

곽우신 2026. 2. 25. 11:1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전·충남에 이어 대구·경북 행정통합법도 국회 본회의 상정 안 돼... 찬반 교통정리가 안 되는 국민의힘

[곽우신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송언석 의원
ⓒ 연합뉴스/남소연
대구·경북 행정통합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자, 국민의힘이 벌통을 들쑤신 듯 들끓고 있다. 당 밖으로는 해당 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보류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난을 쏟아부으면서도, 책임 소재를 놓고 당 안에서도 갈등이 불거지며 전선이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국회 본회의에는 민주당 지지층이 다수인 광주·전남의 행정통합법만 상정됐다. 국민의힘 소속 지역자치단체 반발이 심했던 대전·충청 행정통합법은 빠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법 역시 야당 내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본회의에 올리지 않았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 지역인 대구·경북 행정통합법마저 좌초된 것을 두고 적당히 거리를 뒀던 보수 야당은 상황이 복잡해졌다. 특히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비판 여론이 부상하면서,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구시의회 등을 중심으로 야당 안에서도 일부 반대 기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권한과 혜택에 관한 논쟁이었을 뿐, 지역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대구·경북 행정통합법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던 게 대체적인 국민의힘 분위기였다. 24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의힘 의원들끼리 정면으로 충돌한 것도 그 때문이다.

주호영 "책임 엄중할 것"... 홧김에 원내대표직 사퇴 언급한 송언석

대구광역시장 도전 의사를 밝힌 6선의 주호영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경향신문> 등 복수의 언론 보도와 참석자 전언에 따르면, 주 의원은 "내 거취까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며 "지도부에서 누가 대구·경북 통합에 반대했는지 밝혀라"라고 날을 세웠다. 지도부의 반대 의사로 법안 상정이 불발된 게 맞다면 "그 책임이 엄중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러자 경상북도 김천시가 지역구인 3선의 송언석 원내대표가 "나를 지칭하는 것 같은데, 내가 반대 입장을 내지 않았다"라며, 본인을 지목한 것은 '큰 오산'이고,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라고 반발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요구했을 뿐, 법안 자체에 반대한 적이 없다는 취지였는데, 같은 자리에 있던 대구시장 출시 3선 권영진(대구 달서 병) 의원이 "지금 그 말이 반대하는 취지가 아니냐"라고 재반박에 나섰다.

결국 주호영 의원 등과 송언석 원내대표 사이에 고성이 오갔고, 격분한 송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 사퇴"를 거론하며 의원총회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오마이뉴스>에 "그냥 흥분해서 말씀하신 수준"이라며, 실제로 사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주호영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관련 게시물을 올려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하지만 더 뼈아픈 것은 우리 내부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오만한 칼춤에 빌미를 제공한 것은 누구인가?"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대구·경북의 전폭적인 지지로 세워진 당의 지도부가 우리 지역의 명운이 걸린 법안을 사수하는 데 이토록 무기력해서야 되겠느냐?"라며 "공세에 밀려 우리 지역의 미래를 협상 카드로 내어주는 비겁한 정치, 이제 끝내야 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대구시의회와 일부 지역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행보"라며 "대구·경북 주민들이 피땀 흘려 쌓아온 통합의 공든 탑을, 하필 이 결정적 순간에 흔들어야 했느냐?"라고도 따져 물었다.

주 의원은 "안 그래도 민주당이 대구·경북 통합을 선뜻 처리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대구·경북 내부도 정리가 안 됐다'는 빌미를 왜 스스로 내주었느냐? 결국 우리 스스로 약점을 드러내고, 통합을 미루려는 쪽에 명분을 쥐여준 꼴이 됐다"라고 탄식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다소 부족해보여도 행정통합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 우리 아이들이 부모님의 품을 떠나지 않고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만드는 마지막 생존 전략"이라고 읍소했다. "대구·경북 주민들의 열망을 등에 업고 대구·경북 통합이라는'미래 열차'에 반드시 함께 탑승하겠다"라며 "지금 멈추면 영원히 뒤처진다. 이번 열차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없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온도차 보이는 당 내부... 통합에 반대한 건 아니지만 통합법은 반대?

원내지도부도 즉각 진화에 나섰지만 잔불은 남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행정통합법'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선거용 졸속으로 통합법 논의를 급하게 이어온 것은 민주당"이라면서도 "반드시 주민의 뜻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지역 내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민투표를 통한 숙의는 통합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이유였다.

송 원내대표가 주민투표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속도조절'에 힘을 실으며, 온도차만 재확인한 셈이다. 국민의힘 소속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은 긴급 회의까지 열고 성명서를 내어 "즉각 법사위에서 재논의하여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더 이상의 지연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외친 것과 대조된다. 대구 의원들은 해당 성명에서 "일부에서 제기된 '국민의힘 지도부 반대설'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대구시의회 또한 통합 자체를 반대한 적이 없다"라고 나섰지만,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다시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은 남은 셈이다.

25일 오전,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한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반대를 원천적으로 하는 건 아니었다"라며 "마치 우리 당이 반대하는 것처럼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얘기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갑자기 '국민의힘이 반대를 해서 통합할 수가 없다' 이런 말은 어불성설이고 맞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아마도 의총장에서 그 말 때문에 논쟁이 있었던 거지 본질적으로 이거를 통합하자, 말자의 이슈는 아니었다"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행정이나 재정적인 지원을 중앙 정부가 하지 않으면 통합해야 될 이유가 없다"라며 "오히려 중앙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되는 규제가 더 강화되는 그런 측면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무리한 통합은 선거용이다라고밖에 저희는 볼 수 없다"라고 법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요약하면, '행정 통합 자체에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성안되어 국회 법사위에서 올라갔던 통합법안에 대해서는 "선거용"이고, 명분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맥락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찬성할 수 없는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은 것인데 이를 두고 오히려 민주당을 비난하는 묘한 상황 된 셈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