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댄스 오피스', 삶의 밑바닥을 봤을 때 듣고픈 뻔한 위로

라효진 2026. 2. 2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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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상사 염혜란과 덜렁이 부하 최성은의 본 적 없던 귀여운 케미가 볼거리.

제목부터 '엇박'의 기운이 느껴지는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는 부구청장 유력 후보인 공무원 국희(염혜란)의 이야기입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불도저 같은 추진력, 몸을 불사르는 희생정신까지 갖춘 그는 이 시대의 참일꾼처럼 보입니다. 후배들은 동경과 공포가 반 씩 섞인 눈빛으로, 동기들은 시샘 가득한 시선으로 국희를 바라봅니다. 특히 늘 사고를 치는 주임 연경(최성은)은 국희를 롤모델로 삼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려 해요. 집에서도 완벽할 것만 같은 국희였지만, 딸 해리(아린)가 공무원 시험 합격과 동시에 가출을 합니다. 그린 듯이 완벽한 삶을 강요하는 엄마를 견딜 수 없다며 급기야는 절연까지 선언하죠. 정박으로 흘러 가던 국희의 인생 박자도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

그 와중에 도시 리브랜딩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에 지역 예술가들을 섭외하려던 계획도 삐걱댑니다. 예산 부족으로 예술가들에게 줄 수 있는 돈이 얼마 없었는데, 이것이 착취로 비화된 거예요. 관련 국민 청원까지 올라오자 사태 수습은 국희의 몫이 됐습니다. 청원을 내려 달라고 읍소라도 해 볼 심산으로 청원인을 찾아간 곳은 플라멩코 교습소. 국희는 여기서 처음으로 '춤'과 마주합니다. 완벽과는 거리가 먼, 스페인의 집시들이 추던 춤입니다. 처음에는 청원인과 그의 아내에게 잘 보이려는 불순한 의도로 시작한 춤이 점점 국희를 매료합니다.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

하지만 갑자기 엇박을 타기 시작한 삶은 좀처럼 원래 박자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부구청장 자리를 노리는 총무과 과장 태식(박호산)의 방해에, 집 나간 딸은 마음에 안 드는 남자친구와 살림까지 차렸죠. 그런 국희를 곁에서 위로하는 건 춤, 그리고 뜻밖에도 연경이었습니다. 딸뻘 후배가 내보이는 서툰 진심을 다독이다보니 스스로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게 됐습니다. 국희는 너무도 심약해서 답답한 존재였던 연경과 해리의 우울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느낍니다. 연경과 해리도 너무 단단해 부러질 것 같던 국희의 약한 속을 알게 되고요.

이 영화를 상징하는 건 '매드 댄스'와 '오피스'라는 단어가 나란히 붙었을 때의 위화감입니다. 전자는 전자대로, 후자는 후자대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다른 말들이 있으니까요. 사회적 시선을 통과한 '자연스러움'에는 정답이 존재합니다. 부자연스러운 건 오답이 되며, 배제당하고 말죠. 때문에 사회에서 '내 박자로 춤추기'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매드 댄스 오피스〉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추는 춤'의 위대함을 역설합니다. 엇박자에 온몸이 삐그덕거려도 춤은 춤이고, 인생은 인생이라는 걸 연대로서 강조합니다.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

다만 영화는 모두가 결말까지 읽을 수 있는 이야기에 유일한 차별점으로 '춤'을 택한 탓에 서사와 서사 사이 연결 부위가 헐겁습니다. 국희의 플라멩코가 목적 없이 순수하게 즐기는 춤으로 변해야 하는 이유는 오로지 이 영화의 제목이 〈매드 '댄스' 오피스〉이기 때문인 것만 같습니다. 공무원 사회의 경직성과 출세를 위한 암투, 세대 갈등,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문제 등이 거론되지만 깊이나 시각을 느끼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힘 내'라는 말조차 공허하게 들린다는 요즘, 가끔 그리워지는 뻔한 위로로 영화는 충분히 소임을 다합니다. 조현진 감독이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듯, 모두가 밑바닥에 떨어지는 걸 두려워 하고 인생이 끝날 것 같은 불안을 느끼지만 오히려 그곳이 새로운 시작일 수 있음을 재차 말해주고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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