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영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찬사·비판 쏟아진 시댄스 2.0 데뷔… 콘텐츠 시장 격랑 예고

송세영 2026. 2. 25. 00:1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출신 영화감독 루어리 로빈슨이 중국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AI) ‘시댄스’에 명령어 두 줄을 입력해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오른쪽)와 브래드 피트가 건물 옥상에서 격투를 벌이는 15초 분량의 영상을 제작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로빈슨 엑스에 공개된 이 영상은 24일 현재 335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엑스 캡처

CNN "동종 제품 중 가장 진보된 모델"
해외 지식재산권 무단 사용에 뭇매
마케팅 효과 노린 의도적 '불법' 해석
업계 "고비용 장르 도전할 것" 기대감

미국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옥상에서 격투를 벌인다. 홍콩 액션 배우 이소룡과 그가 요절한 뒤에 본격 활동한 성룡이 각자의 권법으로 대결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링 위에서 강펀치와 발차기를 주고받으며 종합격투기 시합을 한다.

이들 영상은 모두 카메라도, 배우도, 감독도, 촬영현장도 없이 간단한 명령어로 제작됐다.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지난 12일 중국에서 공식 출시한 영상 생성 인공지능(AI) 모델 ‘시댄스(seedance) 2.0’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자신의 얼굴 사진을 입력하면 음성과 음향까지 곁들여 영화나 드라마, 광고영상의 주인공으로 만들 수도 있다.

싱가포르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타이니 아일랜드의 데이비드 곽 대표는 “시댄스가 만들어내는 액션 장면의 복잡한 연결 동작은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라며 “액션 영화 전문 촬영감독이 옆에서 도와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영국 BBC에 말했다. 미국 CNN은 “시댄스 2.0은 동종 제품 중 가장 진보된 모델 중 하나”라며 “사용 편의성과 단 몇 분 만에 생성할 수 있는 사실적인 영상 품질 덕분에 곧바로 호평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도 시댄스 2.0을 놓고 AI 모델의 발전이 “너무 빠르다”고 감탄했다.

시댄스는 중국중앙TV(CCTV)가 지난 16일 방영한 춘제(설) 축하쇼 ‘춘완’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주인공이 됐다. 중국 배우 류하오춘이 등장한 코너에선 여러 명의 류하오춘이 각기 다른 동작을 하며 무대 위를 누볐다. 배우에 대한 시각 데이터를 입수해 고정밀 디지털 아바타를 구축하는 시댄스의 공간영상기술이 적용됐다. 국보급 수묵화 ‘육준도’에 그려진 여섯 마리의 말이 생동감 있게 뛰어다니는 영상도 시댄스의 작품이었다.

바이트댄스의 부사장인 리량은 “올해 CCTV 춘완이 시댄스 2.0을 광범위하게 적용한 세계 최초의 공개 프로젝트”라고 전했다.

글로벌 콘텐츠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영화 ‘데드풀’ 시리즈 각본가인 렛 리스는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의 격투 영상을 보고 “이런 말을 하긴 싫지만, 우리는 끝난 것 같다”며 “할리우드는 곧 혁명적으로 변화하거나 완전히 망할 것 같다”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썼다.

미국영화협회(MPA)와 미국배우조합연맹(SAG-AFTRA)은 시댄스가 미국에 지식재산권(IP)이 있는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다. 시댄스 2.0이 만들어낸 영상은 새로운 창작물이 아니라 기존 IP의 복제와 모방에 가깝다는 뜻이다.

MPA 회장 찰스 리브킨은 지난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시댄스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실질적 안전장치 없이 서비스를 출시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지탱하는 저작권법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화제작사 워너 브라더스는 “바이트댄스가 의도적으로 IP를 표절하기 위해 시댄스를 설계했다”고 비난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는 시댄스를 ‘고속 해적 엔진(high-speed piracy engine)’으로 규정하고 ‘기묘한 이야기’ ‘브리저튼’ ‘오징어 게임’ 등 자사 IP를 활용한 영상 생성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디즈니, 파라마운트, 소니도 바이트댄스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바이트댄스는 지난 16일 “IP 무단 사용 방지를 위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MPA는 20일 바이트댄스에 다시 서한을 보내 비판과 요구의 강도를 높였다. MPA는 “시댄스 2.0이 동영상을 생성할 때 허가 없이 IP를 사용한 것은 우발적 실수가 아니라 기술 자체의 고유한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IP 침해 없이 시댄스 2.0을 서비스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면 중단만이 해법이라는 취지다.

바이트댄스가 IP 침해 논란을 예상하고도 마케팅 효과를 노려 출시를 강행했을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호주 멜버른대학의 컴퓨터연구원인 샤난 코니는 BBC와 인터뷰에서 “전략적으로 규칙을 어기고 잠시 규칙을 무시하면 마케팅 효과를 얻을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IP 침해 비판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주목을 받는 데 성공한 만큼 시댄스 2.0은 콘텐츠 제작현장에 곧바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숏폼 콘텐츠 업계가 앞장설 가능성이 크다. 시댄스를 이용하면 배우의 얼굴 사진만으로도 실사 드라마와 유사한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아예 AI로 생성한 가상 배우를 등장시킬 수도 있다. 중·장편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의 확산도 시간문제다. 비용이 많이 드는 특수효과부터 대체한 뒤 순수하게 AI로만 제작한 작품도 시도할 수 있다.

타이니 아일랜드의 곽 대표는 시댄스 덕분에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도 고가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봤다. 그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시각 효과가 적게 필요한 로맨스나 가족 드라마에 집중했던 제작사들이 이제 SF, 시대극, 액션물과 같은 장르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