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증시 달굴 ‘IPO 大魚’ 뜯어보니…케뱅·구다이·무신사 兆 단위 몸값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일단 상장 기업 수가 예년 대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상장 기업 수(코스피·코스닥 합산)는 108개(스팩 등 포함)로 최근 5년(2020~2024년) 평균인 132개 대비 저조했다. 상장 기업 수가 줄다 보니 공모 금액도 4조8000억원에 그쳤다. 최근 5년 평균(10조3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공모 금액이 조 단위인 대어급 IPO 후보가 많지 않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모 금액이 1조원을 넘는 IPO는 지난해 2월 LG CNS 이후 사실상 끊긴 상태다.
시선은 올해 IPO 시장으로 옮겨진다. 증권가는 올해 대어들의 등판과 코스피 훈풍에 힘입어 IPO 시장 확대를 점친다. 증권가마다 다르지만 공모 금액 5조~7조원 전망이 나온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올해 첫 대어급 후보인 케이뱅크다. 앞서 두 차례나 상장 문턱에서 발길을 돌렸던 케이뱅크는 상반기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한국판 로레알로 불리는 구다이글로벌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케이뱅크·무신사·구다이글로벌
IPO 시장 분위기는 ① 대어의 등판과 ② 흥행 여부로 결정된다. 일단 올해 IPO 시장은 이른 시점에 등판까지 완료된 상태다. 2016년 설립된 국내 1호 인터넷뱅킹 케이뱅크가 첫 주자다. 케이뱅크는 1월 13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이 세 번째 상장 도전이다. 케이뱅크는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 상장 추진에 나섰지만, 기업가치 산정을 두고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무산됐다. 케이뱅크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2월 20일과 23일 일반 청약을 거쳐 3월 5일 코스피 상장이 목표다.
흥행 가능성은 앞선 두 차례보다는 높은 편이다. 이번 케이뱅크의 IPO 전략이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보다 ‘어디까지 낮출 것이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희망 공모 밴드도 8300~9500원으로 제시했다. 2024년 IPO 도전 당시 희망 공모 밴드였던 9500~1만2000원 대비 13~21% 낮은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최종 확정된 공모가는 밴드 하단인 8300원이다.
줄어든 공모 물량도 눈에 띈다. 2024년에는 신주 4100만주와 구주 4100만주 등 8200만주를 모집했다. 이번 IPO에서는 신주 3000만주와 구주 3000만주 등 6000만주만 모집한다. 공모 물량을 줄이면 상장 직후 나올 수 있는 매도 물량이 줄어든다. 수급 부담이 완화돼 초기 진입 투자자에게 보다 친화적인 구조다.
핵심 피어그룹(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오름세라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계속해서 부진한 주가를 보이던 카카오뱅크는 최대 실적을 앞세워 주가 반등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494억원, 순이익은 480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 9.1% 증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섹터에 ‘재평가’ 신호가 켜진 셈이다.
케이뱅크의 흥행 여부는 뒤따른 대어의 IPO 본격화 시점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신생 기업) 후보로 꼽히는 구다이글로벌(뷰티)과 무신사(패션), 업스테이지(AI) 등이 상장을 추진 중인 상태다.
오광영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무신사와 구다이글로벌 등이 상장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라며 “시장 환경이 개선되면 상장을 고민해온 대어급 기업들이 언제든 절차에 돌입할 수 있어 실제 공모 금액이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케이뱅크의 성공 여부에 따라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던 롯데글로벌로지스 등도 추진에 나설 수 있고, 하반기 IPO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구술 심사인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그 결과 IPO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씨티, 모건스탠리 등 4곳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앞선 투자 유치 과정에서 설정한 상장 기한은 2028년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에선 이르면 올해 IPO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뷰티 업황이 호조세인 지금이 상장 적기일 수 있어서다. 뷰티 부문 핵심 피어그룹으로 꼽히는 코스피 상장사 에이피알은 시가총액 10조원 안팎을 유지 중인 상태다. 증권가의 목표 주가수익비율(target p/e)도 25~30배 수준에 달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뷰티 부문은 호황이긴 하지만, 피크아웃 우려가 나오는 단계”라며 “구다이글로벌 입장에선 IPO를 늦출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구다이글로벌이 에이피알보다 높은 멀티플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성장 속도나 수익성 측면에서 우위기 때문이다. 구다이글로벌은 2024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3309억원, 영업이익 130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9.4%다. 에이피알의 2024년 연간 영업이익률(16.9%),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24%)을 앞선다. 이에 구다이글로벌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 여럿은 목표 기업가치로 10조원 이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IPO 기대주 무신사 역시 데카콘을 위해 ‘벌크업(외형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 측은 고평가 논란에도 10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확고하게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해 유럽계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무신사에 투자하면서 매긴 기업가치는 4조원대다. 10조원을 위해선 2배 이상의 몸값 불리기가 필요한 상태다.
벌크업을 위해 무신사는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무신사는 지난해 8월 중국 최대 스포츠·패션 기업 안타스포츠와 합작법인 ‘무신사 차이나’를 설립했다. 무신사 지분율은 60%다. 이후 지난해 12월엔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 연내 중국 내 지점 수를 10곳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업스테이지도 눈길을 끈다. 국내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중 가장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국가대표 AI 1차 평가도 통과했다. 또 카카오로부터 포털 ‘다음’을 인수, 몸값 불리기에 나섰다. 업스테이지는 프리 IPO 과정에서 1조3000억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를 고려하면 최소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IPO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5월 코스피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준비 중이다.

헬스케어·로봇·바이오 줄줄이
코스닥 상장을 위한 IPO도 상당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코스닥 지원 정책 덕분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코스닥 시장 신뢰 혁신 제고 방안’을 통해 코스닥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봇이나 헬스케어·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 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을 전면 도입하고, 기술 심사 전문성을 강화한단 내용이다. 또 기관투자자의 진입을 늘리기 위한 절차적 손질도 마쳤다. 우선 코스닥 벤처 펀드 세제 혜택 한도를 늘리고 코스닥 벤처 펀드 공모주 우선배정 비율을 25% → 30%로 확대했다. 이 밖에 투자자 신뢰 개선을 위해 특례상장(기술특례·이익미실현) 기업의 경우 상장폐지 면제 특례를 적용받으려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도록 명시했다.
오광영 애널리스트는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전면 도입되고 기술 심사 전문 자문역 등이 구축되면 상장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연기금의 코스닥 시장 참여 확대가 코스닥 공모주 시장에도 일부 낙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이 커지는 것 자체가 코스닥 IPO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올해 첫 코스닥 상장 주자의 흥행도 힘을 더하는 모습이다. 고순도 산업용 수소 정제 전문 기업 덕양에너젠은 1월 30일 상장했다. 덕양에너젠은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의 큰 호응을 받았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 2324곳 가운데 98.7%가 희망 공모가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상장 첫날 ‘따블(공모가 대비 두 배)’로 기대에 부응했다. 장중에는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 수준에 도달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후발 주자도 주목받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19일 기준 코스닥 IPO 절차를 밟고 있는(심사 승인 상태) 기업은 9곳(스팩 제외)이다. 업종별로 구분하면 바이오텍 등 바이오 부문이 3곳(아이엠바이오로직스·카나프테라퓨틱스·인벤테라)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메쥬·리센스메디컬)와 로봇과 배터리 소부장 등 제조업(액스비스·코스모로보틱스)이 각각 2곳이다. 이외엔 모델 소속사 에스팀과 핀테크 기업 한패스가 이름을 올렸다.
심사 승인 기업 중에선 바이오 부문 3사가 기대를 모은다. 가장 먼저 심사 승인을 받은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인간 유전체 기반 신약 개발 바이오텍이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기술 특례를 적용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조영제 개발 기업인 인벤테라도 주목된다. 2018년 설립된 인벤테라는 나노 분자 원천기술을 연세대에서 양수, 이를 통해 철 성분 기반 근골격계 MRI 조영제 ‘INV-002’를 개발했다. 현재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기술 이전 성과가 존재한단 점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IMB-101’과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IMB-102’를 묶어 미국 네비게이터메디신(Navigator Medicines)에 기술 이전했다.
의료기기를 만드는 메쥬와 리센스메디컬도 상장에 도전한다. 메쥬는 이동형 원격 환자 모니터링(aRPM)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상용 레퍼런스를 구축한 곳이다. 리센스메디컬은 극저온 냉매를 활용한 정밀 냉각 기술을 보유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수술용 의료기기가 주요 매출원이다. 특히 안구 냉각 마취 기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는 등 기술 경쟁력도 입증했단 평가다. 다만 계속된 적자 구조는 IPO 과정에서 약점으로 지목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누적(1~9월) 매출은 75억원, 영업손실은 67억원이다. 매출에 맞먹는 손실이 발생한 꼴이다.
제조업 소부장도 대기 중이다. 웨어러블 재활 로봇 전문 기업 코스모로보틱스가 대표 주자다. 코스모로보틱스는 기술특례를 활용해 증시에 입성할 계획이다. 대표 제품은 지면보행형 웨어러블 보행 재활 로봇 ‘EA2 PRO’다. 이미 국내에서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의 영유아 전용 지면보행형 재활 로봇 ‘밤비니 키즈’도 출시했다.
한패스는 국내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핀테크 기업이다. 김경훈 한패스 대표는 “상장을 계기로 보다 탄탄한 국내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외국인 고객이 국내에서 차별 없이 금융과 생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에스팀도 눈길을 끈다. 2004년 모델 매니지먼트사로 출발해, 현재는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기반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영역을 넓힌 상태다.

IPO 접은 에식스솔루션즈
다만 중복상장 논란으로 인한 IPO 철회는 변수로 꼽힌다. LS그룹은 미국 권선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올해 IPO(기업공개) 추진을 중단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 → LS아이앤디 → 슈페리어에식스 → 에식스솔루션즈로 이어져 LS그룹에 편입돼 있다. 상장사인 지주사 LS 기업가치에 에식스솔루션즈 가치가 반영되는 구조다. 이 상태에서 에식스솔루션즈를 떼어내 따로 상장하는 행위 자체가 LS 주주가치 훼손을 유발한다는 LS 주주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의원들과 오찬에서 해당 사례를 언급하며 비판하자 결국 멈춰선 것이다.
다른 그룹들도 비상등이 켜졌다. HD현대의 자회사인 HD현대로보틱스와 SK에코플랜트가 대표적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HD현대 로봇 사업 부문의 물적분할로 설립됐다. HD현대로보틱스는 최근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IPO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에식스솔루션즈 사례로 사실상 상장 길이 막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에식스솔루션즈는 해외 계열사의 상장이었는데도 비판 여론이 거셌다”면서 “HD현대로보틱스는 근간이 물적분할로 만들어진 회사인 만큼, 추진 시 비판을 피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올해 IPO 추진이 예상됐던 SK에코플랜트도 사실상 중단되는 분위기다. 중복상장 논란뿐 아니라 지난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과징금도 문제다. SK에코플랜트는 2022~2023년 연결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해외 자회사의 매출을 과대 계상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코스피 상장 예심 가이드라인은 최근 3개 사업 연도 감사보고서 회계 감리 결과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의 상장을 거래소가 거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이 규정에 따라 예심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미승인 판정 시 한동안 예심을 재청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IPO 일정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

피스피스스튜디오·빅웨이브로보틱스
상장 예비 심사 청구 단계인 기업도 여럿이다. 2월 19일 기준 21곳(스팩 제외)이 청구서를 접수한 상태다. 증권가에선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중 세 곳을 주목했다.
2020년 설립된 패션 전문 기업 피스피스스튜디오가 눈길을 끈다.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credi)’가 주력 브랜드다. 당초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고려했지만, 현재는 코스닥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티몰 618 페스티벌’에서 신규 브랜드 2위, 여성 브랜드 1위를 차지할 만큼 해외 시장에서 흥행하고 있어 실적 성장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AI 기반 서비스형 로봇 솔루션(RaaS) 기업 빅웨이브로보틱스도 관심 가질 만하다. 로봇 자동화 플랫폼 ‘마로솔’과 이종 로봇 간 통합 관제 시스템 ‘솔링크’가 핵심 매출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고객사 수도 600여개로 파악된다. 국내 주요 기업과 협업 관계란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스마트폰 플랫폼 ‘스마트싱스’의 로봇 엔진으로 채택된 바 있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해외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메타넷엑스도 언급했다. 2007년 설립된 클라우드 관리형 서비스(MSP) 전문 기업이다. MSP는 AWS와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등 CSP로부터 클라우드 자원을 구매, 고객사 니즈에 부합하도록 가공해 제공하는 재판매 사업이다. 국내 MSP 기업 대부분이 적자지만, 메타넷엑스는 흑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3968억원, 영업이익은 92억원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8호(2026.02.25~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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