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와 주사위에서 시작된 실험적 보드 전략 게임, atKombi가 개발한 몬스타박스

김남규 2026. 2. 2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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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디 스튜디오 atKombi가 개발한 ‘몬스타박스(Monstabox)’는 아날로그 보드게임의 감각을 디지털 형식으로 옮긴 전략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캐릭터가 아닌 ‘박스(Box)’ 그 자체를 조작하며 보드 위를 이동하고, 이를 통해 상대를 압도하는 플레이를 펼치게 된다. 복잡한 서사나 거대한 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 단순한 규칙 안에서 이루어지는 선택과 실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전략에 초점을 맞춘다.

플레이어는 매 순간 제한된 조건 속에서 내려지는 작은 결정들은 서로 얽혀 예측하지 못한 흐름을 만들어 내고, 같은 보드 위에서도 매번 다른 이야기가 태어난다. 스스로 길을 더듬으며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전략을 조용히 쌓아 간다. 그 과정 자체가 이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솔직한 즐거움이다.

몬스타박스

■ 개인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atKombi

atKombi의 창립자 Bruno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오랜 기간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게임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20대 중반 일본으로 이주한 이후에는 여러 비디오 게임 프로젝트의 CG 작업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후 그는 회사에 소속된 형태의 작업에서 벗어나 프리랜서로서 자율적으로 일하며, 자신의 프로젝트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선택은 결국 개인 프로젝트 성격의 스튜디오 atKombi를 설립으로 이어졌다.

■ 디지털 이전에 검증한 ‘재미’

몬스타박스의 시작은 디지털 게임이 아니었다. Bruno는 프로그래밍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웹캠, 종이, 주사위 등을 활용해 친구와 함께 게임의 핵심 규칙을 테스트했다. 아이디어를 곧바로 복잡한 시스템으로 구현하기보다, 가장 단순한 형태에서 이 규칙이 재미로 성립하는지부터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종이 위에서 재미가 없는 게임은, 디지털로 옮겨도 재미있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아날로그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몬스타박스의 기본 구조와 감각이 정리됐고, 이후 본격적으로 디지털 구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래머 Francisco Demartino가 팀에 합류했다. Francisco는 종이에서 검증된 규칙을 실제로 작동하는 게임 시스템으로 옮기는 작업을 담당했다. 디지털 프로토타입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Mariano Pironio가 합류해 CPU(적 AI) 프로그래밍을 전담했다. Mariano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반응하는 상대 로직과 전반적인 CPU 행동 패턴을 설계하며, 게임의 전략적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았다. 몬스타박스는 이렇게 아날로그 실험을 거쳐 디지털 구현으로 확장되고, 이후 AI와 전략 요소가 더해지는 단계를 밟으며 점진적으로 완성도를 높여왔으며, 전체 개발 과정은 약 4년에 걸쳐 진행됐다.

아날로그 버전을 먼저 만들어보고 디지털 게임화했다

■ “이런 선택도 가능하네?”라는 발견의 재미

몬스타박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경험은 플레이어 스스로 만들어내는 예상 밖의 전략과 발견이다.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지 않는다. 대신 보드 위를 이동하는 ‘박스(Box)’ 그 자체를 다루며, 주사위 이동과 아이템, 캐릭터 고유 특성을 활용해 상대보다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간다. 게임에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고, 각 캐릭터는 동일한 규칙 안에서도 전혀 다른 전략을 가능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뱀파이어 캐릭터다. 뱀파이어는 독 타일 위에 올라가면 체력을 잃지만, 공격에 성공하면 상대의 체력을 흡수해 회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플레이어는 의도적으로 체력을 희생해 독 타일을 밟고, 공격 기회를 만들어 다시 체력을 회복하는 위험을 감수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개발자가 모든 정답을 미리 설계하기보다, 플레이어가 직접 실험하며 “아, 이런 방법도 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도록 유도한다.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지 않는다

■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게임

Bruno는 몬스타박스를 기존의 장르로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고 하며 이렇게 말했다.

“캐릭터를 조작하는 게임이 아니라, 박스(Box) 자체를 조작해 보드 위를 이동하며 상대를 앞서고 압도하는 대전형 게임입니다.”

그는 개발자의 설명보다도,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게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플레이어의 언어라는 믿음이다.

■ 복잡함을 덜어내기 위한 설계 수정

개발 과정에서 몬스타박스는 플레이어 피드백을 반영해 여러 차례 주요 디자인 조정을 거쳤다. 초기 버전에서는 특정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박스의 3D 방향과 위치를 이해해야 했지만, 많은 플레이어가 이러한 공간적 요구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느꼈다. 이에 따라 해당 시스템은 보다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구조로 단순화됐다.

아이템 구매 방식도 수정됐다. 언제든 사용할 수 있던 기존 구조에서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만 가능하도록 변경해, 플레이어의 인지적 부담을 줄이고 전략적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게임의 깊이를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마찰을 제거하고 의미 있는 선택을 더 또렷하게 드러내기 위한 조정이었다.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룰을 개선했다

■ 출시를 앞둔 과제: 튜토리얼

현재 개발팀이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과제는 튜토리얼 개선이다. 기존의 설명 중심 튜토리얼 대신, 짧은 도전 과제와 보상을 통해 규칙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하는 구조를 준비 중이다. 게임의 핵심이 ‘실험’인 만큼, 튜토리얼 역시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선택의 결과를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방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언어보다 개인의 선택이 중요한 게임

몬스타박스는 일본, 한국, 대만, 미국, 아르헨티나 등 여러 국가에서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국가별로 뚜렷한 반응 차이는 크지 않았다. Bruno는 그 이유로 게임이 특정 언어나 서사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라는 점을 꼽는다. 문화권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전략 선택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튜토리얼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 종이에서 시작된 실험, 플레이어에게 닿다

몬스타박스는 종이와 주사위 위에서 시작된 작은 실험에서 출발해, 플레이어의 선택과 반응을 관찰하며 형태를 갖춰온 게임이다. 복잡한 시스템이나 장르 규정보다, 단순한 규칙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수 있는가를 끝까지 고민해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출시를 앞둔 지금도 개발팀은 플레이어가 어떤 새로운 전략을 발견해낼지 지켜보고 있다. 몬스타박스는 ‘언젠가 만들고 싶은 게임’이 아니라, 실험과 선택을 통해 완성되어 온 게임이라는 점에서 atKombi의 개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철학은 앞으로도 플레이어의 손끝에서 계속 확장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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