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성 판결 뒤집은 이진관 "4월 샤넬백도 통일교 청탁 맞아"

류승연 2026. 2. 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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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쪼개 무죄 선고한 우인성 vs "통일교-건진-김건희, 하나의 범죄 궤적 형성" 유죄 선고한 이진관

[류승연 기자]

 건진법사 전성배씨(왼쪽)와 김건희씨
ⓒ 유성호, 대통령실
김건희씨가 지난 2022년 4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았던 샤넬백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 한 달 만에 뒤집혔다. 지난달 김건희씨 알선수재 혐의 일부에 '청탁 인식 부재'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우인성 부장판사 논리를 오늘(24일)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이진관 부장판사가 뒤집었기 때문이다.
"의례적 표현" vs "묵시적 청탁"... 802만 원 샤넬백 대가성 인식 극과 극
▲ 발언하는 우인성 판사 우인성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가 2025년 11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권성동 의원의 정치자금 수수 혐의 첫 공판에서 법정 내부 촬영 관련 유의 사항을 고지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2년 3월 30일경 피고인(김건희)이 윤영호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윤영호는 피고인에게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는 취지로 전화통화를 했으나 이는 의례적인 표현이고 그 대화 내용 중 청탁이라고 볼만한 것이 없다. 그 시경부터 가방을 수수할 당시까지도 청탁이라고 볼만한 것이 없어 이를 전제로 해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김씨의 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가 있던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가 배포한 설명자료 내용이다. 혐의 사실은 김씨가 지난 2022년 대선 후 4월 7일,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802만 원의 샤넬 가방을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우 부장판사는 가방 수수가 알선수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청탁이 오가기 전이었던 만큼 가방의 대가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그해 대선 후 김씨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화 통화에서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눈 사실도 공개됐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의례적인 표현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5.10.24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연합뉴스
2022년 4월 7일 받은 첫 번째 샤넬 가방 등은 통일부가 추진한 사업과 관련하여 정부 차원의 협력을 구하기 위한 묵시적 청탁의 대가로서 피고인(전성배)이 김건희와 공모하여 알선의 명목으로 수수한 사실이 인정된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 이진관 부장판사는 전씨의 선고 공판에서 앞선 판결에 반박이라도 하듯, 180도 뒤바뀐 내용을 판시했다. 먼저 "알선 수재의 청탁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할 당시 공여자에게 해결을 도모해야 할 현안이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공여자와 알선 행위자 사이에 금품 수수 명목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일정한 상황에 관해 알선하는 대가라는 인식이 존재하면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라고 명확히 정의했다.

이 부장판사는 "2022년 4월 30일 자 '유엔(UN) 제5사무국 유치를 논의하고 싶어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기 이전에는 명시적인 청탁을 받았다고 볼만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라면서도 가방 수수 당시에도 "통일교 사업을 위해 대통령 직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정부의 협조를 구하고자 하는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가 소속 교회, 학교나 기업 등 산하 단체를 동원해 윤석열씨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 활동을 했다는 근거다. 우 부장판사가 "의례적인 표현"이었다고 판단한 전화 통화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고 봤다.

"윤영호가 2022년 3월 30일 김건희와의 첫 통화에서 이러한 사실을 김건희에게 언급하자 김건희가 윤영호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한학자 총재와 직접 만나 인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김건희는 대선 과정에서 통일교의 지원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략) 김건희도 통일교가 향후 구체적인 청탁을 할 것임을 전제로 2022년 3월 30일 자 윤영호와의 통화에서 '제가 비밀리에 사용하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니 저에게 의견 주실 것이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을 달라'고 언급한 바도 있다."

재판부는 통일교의 청탁이 실제 국가 정책으로 이어진 정황에도 주목했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5월 공식 행사에서 "UN 제5사무국 유치 행사비를 통일교 자금이 아닌 국가 예산(ODA)으로 진행하겠다"라고 공언했다. 실제 윤 전 본부장이 그해 3월 윤 대통령과 독대한 지 일주일 만에, 외교부는 아프리카 ODA 예산을 2배 증액하고 '한-아프리카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국정 과제 계획서를 작성했다.

재판부는 샤넬 가방 가격 자체도 눈여겨봤다. 802만 원이라는 가격이 "사회통념상 의례적인 성의라고 볼 수 없다"라는 것이다. 이 재판장은 "고가의 물건을 대가를 전제하지 않은 채, 친분 관계에서 주고받는 단순한 선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6220만 원 그라프 목걸이, 우인성·이진관 모두 "김건희가 받았다"

두 재판부 모두 2022년 7월 5일, 7월 29일 김씨에게 전달된 1271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모두 알선수재 혐의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김씨가 전씨의 '중간 착복'을 주장해왔던 그라프 목걸이 역시 두 부장 판사는 "김씨에게 전달된 게 맞다"라고 인정했다.

피고인(김건희)은 전성배가 중간에서 착복하였다고 주장하나, ① 목걸이를 전성배에게 교부한 윤영호가 피고인의 연락처를 알고 있었고 직접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기 때문에 그 전달 여부를 피고인에게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전성배가 이를 착복함으로써 2013년경부터 쌓아온 피고인과의 신뢰관계를 파탄시킬 수 있는 행동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 점, ② 전성배는 피고인과 윤영호 사이를 매개하는 것만으로도 고문료 명목의 금전적 이익을 얻고 있었는데, 굳이 목걸이를 착복함으로써 피고인과의 신뢰관계를 깨뜨릴 이유가 없다는 점, ③ 피고인은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대통령의 영부인으로 2022년 7월 29일경은 그로부터 채 3달이 안 된 시점인데 그 시점에 전성배가 영부인에게 전달될 물건을 가로채는 대담한 행위를 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에서 전성배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 - 2026년 1월 28일 우인성 재판부

피고인(전성배)이 윤영호로부터 그라프 목걸이를 전달 받은 다음 날 피고인 처남의 차량이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해 약 2시간 후 나오는 출입 내용이 확인된다. 이전에 전달된 샤넬 가방과 마찬가지로 목걸이를 전달받은 날의 다음 날 처남을 통해 아크로비스타에서 (목걸이를) 전달했다는 피고인 진술은 객관적인 증거에도 부합한다. (중략) 김건희에 대한 영향력을 내세워 통일교에 연 5000만 원의 고문료를 요구했던 피고인으로서는 김건희와의 친분을 계속 유지해야 할 경제적인 이유가 있었다. (중략)이에 더하여 피고인이 수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피해 불상의 장소에서 반환 받은 샤넬 가방 3개와 신발 한 개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고, 그라프 목걸이도 보관하고 있다가 수사기관에 함께 제출한 점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그라프 목걸이를 김건희에게 전달했다가 다시 반환받았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 2026년 2월 24일 이진관 재판장

다만 이 재판장은 단순 유죄 판단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세 번의 수수 행위에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된다며 '포괄 일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세 번의 수수 사건을 별개 사건으로 잘라 판단한 우 부장 판사와 달리, 이 부장 판사는 통일교에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거쳐 김건희씨로 이어지는 '알선 범죄 흐름'이 반복됐다고 판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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