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겪은 아이, 국제NGO 리더로 서다…“고통받는 아이들에겐 ‘함께함’이 복음의 실체”

임보혁 2026. 2. 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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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크루스 컴패션 아시아 부대표 인터뷰
한국컴패션 ‘파트너스 소사이어티’ 참석 차 내한
“전쟁·가난 경험이 사역의 씨앗”
북한은 ‘준비하는 땅’, 세대 초월한 부르심 인식부터
“인내와 신뢰로 하나님의 타이밍 기대하자”
샤론 크루스 컴패션 아시아 부대표가 24일 경기 성남 가천컨벤션센터에서 캄보디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펼쳐온 지난 사역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컴패션 제공

“전쟁 한복판에서 자란 제게 하나님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유일한 ‘상수(constant·常數)’였습니다. 제게 있어 신앙은 개념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였죠.”

스리랑카 출신으로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의 아시아 지역 전략을 총괄하는 샤론 크루스(45·Sharon Croos) 부대표는 24일 이렇게 고백했다.

내전이 잦았던 스리랑카 북부 지역에서 유년 시절을 지낸 크루스 부대표에게 지난 고통의 경험은 현 사역의 씨앗이 됐다. 전쟁과 가난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향한 컴패션 사역의 본질에 대해 그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실한 관계라고 믿는다”며 “아이가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하나님께 사랑받는 존재다’로 옮겨갈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되며, 구호를 넘어서는 복음이란 이것이다”고 강조했다.

크루스 부대표는 2010년 컴패션에 합류한 이후, 아시아 지역 시니어 프로그램 디렉터 등을 거쳐 2024년 11월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한국컴패션(서정인 대표)이 이날 경기 성남 가천컨벤션센터에서 연 ‘2026 파트너스 소사이어티’에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아시아 지역의 도전과 사역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며 한국교회에 “북한을 ‘불가능한 땅’이 아닌 ‘준비하는 땅’으로 재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 사역에 있어서 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나아가려면, 단기적인 선교 프로젝트가 아니라 “세대를 초월하는 부르심으로 보는 마음가짐(Mindset)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행사를 앞두고 크루스 부대표와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크루스 부대표가 이날 열린 ‘파트너스 소사이어티’ 행사에서 ‘아시아 지역의 도전과 컴패션 사역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국컴패션 제공

-스리랑카 북부에서의 유년 시절 경험이 현재의 사역과 리더십에 어떤 신학적·영적 토대를 형성했습니까?
△크루스 부대표=저의 신학은 책을 통해 먼저 형성된 것이 아니라, 실향과 공포, 그리고 불확실성 속에서 나지막이 읊조리던 기도를 통해 형성됐습니다. 스리랑카 북부의 전쟁 지역에서 자라며 저는 신앙이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임을 일찍이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들 속에서 하나님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우리의 유일한 상수(Constant)이셨습니다. 저의 신앙 기초는 단순합니다. 하나님은 혼돈 속에서도 신실하시며, 리더십은 반드시 그분의 성품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게 있어 사역은 직업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태어난 부르심에 대한 순종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가장 부서진 곳에서 가장 깊은 일을 행하시며 회복시키신다고 확신합니다.

-스리랑카 내전이나 가난을 직접 겪으신 입장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사역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복음을 증거하는 실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크루스 부대표=복음이 가난 속의 아이들에게 실재가 되는 것은 사랑이 ‘눈에 보일 때’입니다. 가난은 아이들에게 “너는 잊혔고, 보잘것없으며, 가치 없는 존재다”라는 거짓말을 가르칩니다. 어떤 설교도 그 자체만으로는 이 거짓말을 깨뜨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관되고 희생적인 ‘함께함(presence)’은 그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고통받는 공동체에서 직접 살아본 사람으로서, 저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진실한 관계’라고 믿습니다. 이는 아이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존엄성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반복해서 찾아와 이야기를 들어주고, 보호하며, 미래에 투자하고, 하나님이 주신 잠재력을 일깨워 줄 때 비로소 그 메시지는 믿을 만한 것이 됩니다. 아이가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하나님께 사랑받는 존재다”로 옮겨갈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됩니다. 구호를 넘어서는 복음이란 이것입니다.

-수많은 현장 경험 중, 이 사역의 참된 의미를 깊이 새기게 된 특별한 순간이 있다면 공유해 주십시오.
△크루스 부대표=한 어린이센터를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과거의 저처럼 갈등과 불확실성, 고통을 겪으며 미소 뒤에 조용한 두려움을 간직한 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대화 도중 그 아이는 무엇을 가지고 있음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받고 있고, 보호받고 있으며 누군가 자신을 기억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모습은 저를 무너지게 했습니다. 이 사역이 단순히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기적은 잊히고 보이지 않는다고 느꼈던 아이가 자신이 하나님의 눈에 보이고, 사람들에게 소중히 사랑받으며, 목적을 위해 창조된 존재임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이의 모든 것을 바꿉니다.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시급한 어린이 또는 가정의 위기는 무엇이며, 그 배후에 있는 구조적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크루스 부대표=가정을 생존 자체에만 매달리게 하는 ‘경제적 취약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의 대가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시아 전역의 많은 가정이 여전히 팬데믹의 여파, 식량 가격 상승, 기후 재난, 그리고 일부 지역의 갈등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휘청이고 있습니다. 이는 아동 노동 증가, 학업 중단, 일부 지역에서의 조혼, 위험한 이주, 영양실조, 그리고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악화로 이어집니다.

‘파트너스 소사이어티’ 행사 모습. 한국컴패션 제공

-북한을 ‘불가능한 땅’이 아닌 ‘준비하는 땅’으로 재인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준비돼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크루스 부대표=첫째는 ‘연구와 맥락적 지능’입니다. 사회, 경제, 정치적 현실을 이해해야 기관이 필요를 예측하고 진입 시점을 식별하며 의도치 않은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빈곤 격차, 보건 지표, 비공식 교육 시스템 및 지역 거버넌스(민관 협력) 구조 등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가 포함될 것이며, 이는 향후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둘째는 인적·관계적 자산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복잡한 맥락을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들, 즉 문화적, 언어적, 운영적으로 준비된 현지 리더와 국제 스태프를 분별해 양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셋째, 기회가 생겼을 때 즉각적이고 안전하게 활성화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토콜(절차)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는 운영 및 프로그램 구조, 아동 보호 정책, 준법 표준 및 비상 계획을 미리 갖춰놓는 것을 의미합니다. 접근이 가능해지는 순간, 조직이 그제야 역량을 쌓으려고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책임감 있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북한 사역을 위해 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크루스 부대표=한국교회가 북한 사역을 위해 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나아가려면, 먼저 마음가짐(Mindset)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단기적인 선교 프로젝트가 아니라 세대를 초월하는 부르심으로 보아야 합니다. 첫째, 시급성보다 준비를 우선시하십시오. 빨리 행동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속 가능성은 기초 작업과 인내를 요구합니다. 그것이 해를 방지하고 미래를 위한 복원력을 구축합니다. 둘째, 프로젝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십시오. 북한의 역사적 트라우마, 정치적 복잡성 및 문화적 현실을 이해하는 목회자, 청년 리더 및 NGO 활동가들을 양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속 가능한 사역은 수십 년을 내다보고 지혜롭게 분별할 수 있는 성숙하고 잘 형성된 리더들로부터 성장합니다. 무엇보다 교회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타이밍에 대한 인내 어린 신뢰에 닻을 내려야 합니다. 신실함, 연합, 겸손, 그리고 분별력이 구체적인 성과나 속도보다 훨씬 중요할 것입니다.

-북한의 역사적 맥락과 현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 교회 지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격려의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크루스 부대표=북한을 향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계속 구하는 태도를 권면하고 싶습니다. 분별력은 속도보다 중요합니다. 북한 상황의 복잡성은 신중하고 절제된 발걸음을 요구합니다.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안전이 모든 결정의 가이드가 돼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하나님의 타이밍을 신뢰합니다. 그분의 ‘카이로스’, 그분이 정하신 때를 말입니다. 한반도의 역사는 변화가 지연되는 것처럼 보이고 심지어 불가능해 보일 때도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하지만 변화는 시간이 걸립니다. 문은 계절에 따라 열립니다. 마음은 조용히 준비됩니다. 우리의 책임은 순종과 준비이며, 타이밍은 하나님의 책임입니다. 인내하는 신실함 속에서 지치지 마십시오. 느린 순종은 용기가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계속 분별하고, 경청하며, 협업하고, 신뢰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면, 하나님께서 문을 여실 때 우리는 준비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서두름이 아니라 지혜와 분별력을 가지고 발을 내디딜 것입니다.

성남(경기)=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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