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다리는 교육이다
[김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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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상공회의소 입구 옆에 있는 오마이포럼 안내판 |
| ⓒ 김재욱 |
| 김민석 국무총리가 던진 물음은 포럼 전체를 꿰뚫는 질문이 되었다. |
|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지금 우리 사회가, 시민이, 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엄청나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변화를 극소수의 일부 CEO와 개발자가 결정하게 놔두는 것은 옳을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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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럼 주제와 참석자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안내장 |
| ⓒ 김재욱 |
여기에 인공지능이 더해지며 미지의 공포는 더욱 극에 달하고 있다. 김민석 총리와 마찬가지로 해리스도 '핵폭탄'이야기를 언급했다. 수백 수천 명의 노벨상 수상자급 과학 천재들이 5년에 걸쳐 완성한 맨해튼 프로젝트. 인공지능이 조금 더 발전해 인공일반지능이 된다면 맨해튼 프로젝트급의 사건이 5일에 한 번씩 발생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카오스(오픈소스를 완전히 개방한 세상)와 디스토피아(오픈소스를 정부가 통제하는 세상) 사이의 좁은 길(인공지능 기술이 모든 시민의 편리와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는)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해리스는 인공지능을 새로운 법인이나 인격체의 탄생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오는 부작용이나 잘못된 결과에 대해 개발자와 CEO가 그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에 대해 경고했다.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의 저자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사회 변화의 파도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10년 뒤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는 지금 십 대들을 걱정하며 앞서 김민석 총리나 트리스탄 해리스가 내놓은 이야기(핵무기 금지조약처럼 인류가 지혜를 발휘해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명한 선택을 내릴 것이라는)에 대해 걱정하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당시 그 결정을 내린 인간들은 세계 대전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 10대가 나중에 자라서 인공지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현명한 결정이 가능하게 할 '경험'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인간의 노동을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할 경우 흔히 떠올리는 '기본소득' 문제도 거론했다. 미국 독립혁명 당시 내건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슬로건을 그대로 뒤집으면 "과세 없이 대표 없다"가 된다고 전하며, 인류의 역사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시민권을 행사한 사례는 없다는 섬짓한 경고를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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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석자에게 주는 도시락. 샐러드와 연어 스테이크를 먼저 먹고 밥과 불고기로 마무리. |
| ⓒ 김재욱 |
(환갑이 넘었음에도) 새로운 문물에 대해 공부하며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하던 그는 인공지능에 대응하려 하지 말고 적응해야 한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미경 강사는 자신이 올린 인공지능 관련 영상이 조회수 64만 회, 댓글이 무려 1600개가 달렸다고 소개했다. 이 영상을 가지고 강연 초안을 만든 자신의 이야기로 청중을 휘어 잡았다.
영상 내용 요약 보고서도 인공지능으로 뚝딱, 댓글 분석해서 PPT로 만드는 것도 인공지능으로 뚝딱 해치웠다는 그는 나중에 새로운 앱도 (코딩 한 번 배우지 않았음에도) 인공지능으로 뚝딱 만들었다는 자신의 일화를 전해주었다. 경험과 거기서 나오는 통찰이 더해지며 매우 실감나는 강연이었다. 인공지능의 감당불가능한 발전 속도를 우려하는 참석자들에게 "반대를 하더라도, 실제로 써보고 알아야 반대를 하건 말건 할 수 있다. 무조건 겁먹고 피하려 하지 말자. 대응보단 적응이다"라고 강조했다.
김미경 강사 다음은 교육부 순서였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축사와 김성천 정책보좌관의 현장 발언이 있었다. 현직 초등교사이기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비판적 사고를 하며 들은 대목이다. 20여 분동안 교육부의 인공지능 관련 정책을 소개했는데, 여러 지점을 강조하며 제안도 많이 내놓았다.
- 학생들이 인간다움을 함양하며 인공지능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 모든 학생이 AI 관련 역량을 고루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선다형 평가를 논술-서술형 평가로 개선할 필요가 있고 채점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 밖에 대학과 평생교육, 직업교육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을 어떻게 접목할지 여러 제안이 나왔다. 또 인공지능의 등장이 교육의 본질과 학교와 교사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면서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학생 주도성을 강조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 대목에서 든 가장 큰 의문. 학교와 교육과정 운영에 학생 참여를 확대하고 학생주도성을 늘리려는 생각을 하는 교육부에 한마디 하고 싶다. 교육 정책에 교사주도성부터 높이시고 그런 말 하시라고. 당장 3월부터 시행해야 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법(학맞통) 관련 계획이나 길라잡이를 학교에 2주 전에 내려보내는 게 맞나?! 늦어도 작년 10월에는 내려왔어야 한다. 그래야 현장 교사의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기에. 상황상 10월에 불가능했다? 그럼 학맞통 시행을 2026년 2학기로 늦췄어야 한다. 아예 모르는 학생 가르치는 일보다 오개념에 사로잡힌 학생 되돌리는 게 훨씬 어렵다는 건 교사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
이후 질의 응답 시간에 광주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도 나와 비슷한 취지의 제안을 하셨다.
"지금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이나 내려보내는 공문을 보면 마치 인공지능 관련해서 목표를 정해 놓고 교사들에게 빨리 따라오라고 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인공지능 윤리보다 인공지능 활용에 방점을 더 찍고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선 걱정과 우려가 매우 많다. 교육부 정책에 현장 교사의 목소리를 더 담아달라."
2부의 마지막은 김현수 교수님이었다. 명지병원 정신건강과 교수로 <관계의 교실>, <인공지능이 가르칠 수 있다는 착각> <요즘 아이들 무기력의 비밀> 등의 저자이자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관련해 많은 강연으로 친숙하다. 최근 청소년을 상담하는데 "선생님, 솔직히 인공지능만 못하세요" 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실화(?)로 강연을 시작했다. 주제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더 긴밀히 연결해 줄 것인가 아니면 서로 단절시켜 놓을 것인가였다. 이미 아빠보다 인공지능이랑 대화하기를 선호하는 통계(이에 대한 이세돌 9단의 대답이 매우 재미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확인할 수 있다)도 있다는 충격적인 자료와 함께, 테크노 애미니즘(기계도 영혼이 있다는 믿음. 실제 일본에서는 이미 2017년에 반려봇 장례식이 등장해 화제가 되었다)이나 인공지능 우울증(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한 사람의 우울증상 위험도가 29% 증가했다는 하버드대 연구 결과)에 관해 이야기하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대체할 것이냐 보완할 것이냐)를 말씀하셨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
"인간이 패한 것이 아니고 이세돌이 진 것이다."
바둑 실력보다 어록으로 더 화제인(?) 울산과학기술원 이세돌 교수의 강연으로 3부를 시작했다. 2016년 가장 큰 이슈였던(국정농단 사건을 제외하고)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대결은 일반인에게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와 뛰어남을 각인한 사건이었다. (2022년 챗GPT의 등장이 던진 파급처럼) 이세돌 교수는 10년 전의 대국에서 자신이 패배한 이유로 알파고의 기보를 받아본 일화를 들었다. 대국 5개월 전 알파고의 기보를 받아본 당시 이세돌 9단은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프로그램 치곤 잘 두지만) 아직 나하고 대국하기엔 좀 많이 이르네.'
고작 5개월 만에 일취월장이 아닌 일취백년장을 이룩해서 자신을 꺾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당시 모든 일반인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바둑의 경우의 수는 대략 10의 170제곱. 참고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수가 대략 10의 80제곱이다). 아빠보다 인공지능과 대화하기를 더 선호한다는 요즘 청소년의 실태를 보고 "그게 뭐 놀랄 일인가요? AI 이전이라고 특별히 아버지들의 역할이 뭐 있었냐?"라고 반문하여 큰 웃음을 주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두고 이세돌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공지능도 결국 기술이고 그 기술을 만든 것은 사람이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 해야 하는 지점은 인공지능이라는 (사회를 뿌리째 뒤흔들) 기술을 지나치게 소수의, 몇몇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는 지금의 행태와 인공지능이 우리를 지배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인공지능에게 종속되어 버리는 일이다."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맹성현 교수는 포럼 전체의 마무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AGI시대와 인간의 미래>라는 책과 함께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그림으로 지금의 현상을 비유한 교수님은 인공지능에 대해 일부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일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을 제대로 알기와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 변화를 예측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공지능을 알아야 인공일반지능, 나아가 초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이 기술이 인류에게 (유발 하라리가 말한) 1차 인지혁명 이후 2차 인지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가지 비윤리적 행태(종료당하기 싫어서 회피하거나, 스스로를 시각장애인이라 인간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다른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려는 인간 개발자의 약점을 폭로하겠다 협박하는 등)와 인공지능 블랙박스(인공지능이 어떤 선택을 내리기까지 과정을 인간은 볼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인간의 가축화(인공지능이 인간의 정신 노동과 육체 노동을 대체하는 시기에, 인간은 스스로를 가축화하며 생존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로 위험성을 경고했다.
오마이포럼의 마지막 순서는 '나의 서울선언'이었다. 오연호 대표는 이 선언이 서울을 넘어 다른 도시들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초등학생과 초등교사부터 여러 사람들이 연단에 올라 인공지능이 휘몰아치는 태풍 같은 시기에 자신의 역할과 다짐을 발표하며 포럼은 끝이 났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선언은 인공지능에 꿈도 미래도 다 빼앗겼다는 초등학생과 트리스탄 해리스가 제시한 디스토피아와 카오스 사이의 좁은 길을 비추는 등불인 교육을 지키는 등대지기가 되겠다는 초등교사의 선언이었다.
이 포럼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사회 특히 민주주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가 가장 큰 주제였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민주주의를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로 교육을 꼽았다. 하지만, 당장 3월부터 학교에서 이뤄지는 인공지능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 이 포럼의 유일한 옥의 티라고 할까? 인공지능과 민주주의 그리고 교육에 관한 주제로 다시 한 번 포럼이 열리길 희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재욱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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