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진짜 미국 내전? 한국에도 퍼져있는 무서운 사람들
바야흐로 '극우의 시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배타주의와 인종주의를 극대화하며 세계를 혼란에 몰아넣었고, 유럽에서는 이민자들을 몰아내려는 정당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남미인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선 극우 지도자가 선출되는 모습도 심상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윤석열의 12.3 내란 이후 극우세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한국의 상황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세계의 극우> 기획은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평화적 질서를 무너트리는 극우의 모습을 추적하며, 이에 맞서기 위한 방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말>
[강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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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지난 1월 13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여성을 체포하고 있다. |
| ⓒ AFP/연합뉴스 |
요즘 미국발 뉴스를 접하면서 많은 이들이 한 번쯤 품어봤을 의문 아닐까 싶다. 불법 이민자 단속을 명목으로 영장 없이 가택에 침입하고, 복면을 한 연방 단속 요원이 비무장 시민을 대낮에 처형식으로 사살하고, 5세 아이를 미끼로 쓰는 체포 작전을 벌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들이 이제 일상이 됐다.
많은 이들이 이 현상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그 이면에는 미국에 대한 신뢰를 쉽게 놓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건재하고, 트럼프가 사라지면 혼란도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미국 정치제도에 내재한 허점들이 축적되고 결합한 산물이다. 건국 때부터 존재한 균열, 정교분리 원칙과 현실의 괴리, 연방제와 선거제도의 구조적 편향이 맞물리며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백인 인종주의와 결합한 개신교 복음주의가 이 허점들을 반세기에 걸쳐 조직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 위험한 역사적 궤적을 이해하는 것은, 미국 복음주의와 뿌리를 같이하는 한국 개신교계의 정치화를 이해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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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5월 4일 목요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교회들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존슨 조항'을 완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들고 있는 모습. '존슨 조항'은 종교단체가 정치적 활동을 하면 면세 혜택을 박탈하는 법이다. |
| ⓒ AP/연합뉴스 |
1776년 독립선언서는 모든 인간의 평등을 선언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남부에는 수십만 명의 흑인 노예가 있었고, 건국의 아버지들 상당수가 노예 소유주였다. 이 간극을 정당화한 것이 백인 교회들이었다.
남부 개신교 목사들은 흑인의 열등성이 신의 뜻이며 노예제는 성경이 허락한 질서라고 설교했다. 미국 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회가 1845년 노예제 옹호를 위해 탄생했다는 사실은 이 결합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준다. 남북전쟁 이후에도 백인 교회들은 약 100년간 인종 분리 체제를 신의 질서로 정당화했다. 법이 바뀌어도 교회는 늘 차별의 편에 섰다.
1960년대 민권운동이 승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1971년 연방정부가 인종 차별 정책을 유지하는 사립학교의 면세 혜택을 박탈하고, 1973년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하자, 복음주의자들은 이를 종교 자유에 대한 침해로 규정하며 정치에 직접 뛰어들었다.
정교분리 원칙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순간, 종교의 자유가 정치 개입의 명분이 됐다. 종교를 정치로부터 분리하려는 원칙이, 종교로 정치를 장악하려는 시도의 정당화 논리로 뒤집힌 것이다.
1980년 대선은 그 전환점이었다. 매주 교회에 나가고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는 독실한 남침례회 신자 지미 카터 대신, 이혼 경력이 있고 교회에 거의 출석하지 않는 로널드 레이건을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선택했다. 카터는 인종 평등과 여성 권리를 옹호하고 정교분리 원칙을 존중한 반면, 레이건은 낙태 반대, 학교 기도 부활, 전통적 가족 가치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신앙심보다 정치적 입장이 중요했다.
이후 양극화는 심화됐다. 여성 권리, 성소수자 권리, 다문화주의가 확산되자 복음주의자들은 이를 선과 악의 대결로 재구성하며 문화 전쟁을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복음주의의 의미 자체가 변했다. 교회에 나가느냐가 아니라 공화당을 지지하느냐가 복음주의자의 기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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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지도 |
| ⓒ 연합=OGQ |
첫 번째 허점은 예비선거다. 이는 시민이 직접 후보를 선택하게 한 상향식 민주주의 제도다. 그러나 공화당 예비선거 투표자의 50~60%를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차지한다. 그들에게 투표는 시민적 의무가 아니라 신앙적 사명이며, 매주 교회에서 만나기 때문에 동원이 쉽다. 결과적으로 인구의 13%에 불과한 집단이 공화당 후보를 사실상 결정하는 구조다. 온건한 정치인이 후보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두 번째 허점은 상원이다. 미국 상원은 인구와 관계없이 각 주에 2석씩 배분된다. 건국 당시 작은 주들이 큰 주에 압도당할 것을 우려해 만든 타협이었다. 이에 따라 인구 약 4000만 명의 캘리포니아와 인구 58만 명의 와이오밍이 똑같이 2석을 갖는다. 인구 비율로는 69대 1의 격차다. 이 구조의 수혜자는 백인 복음주의자가 집중된 남부와 중서부 소규모 주들이다. 상원 과반은 51석인데, 인구가 가장 적은 26개 주에서 승리하면 52석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이 26개 주의 인구를 합쳐봐야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여기에 재정 구조의 왜곡이 겹친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캘리포니아, 뉴욕 등에 연방자금을 끊겠다고 위협한다. 그러나 연방 세수의 대부분을 납부하는 것이 바로 이 주들이다. 반면 공화당 우세 주들은 연방 재정의 순수혜자다. 덜 내고 더 받는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켄터키는 연방에 1달러를 내고 3.35달러를 받는다. 캘리포니아는 0.73달러만 받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연방 재정에 더 의존하는 이 중남부 주들이 불법이민 강경책을 지지하며 작은 정부를 외친다는 점이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은 헌법 개정으로 고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 헌법을 개정하려면 상하원 각각 3분의 2 찬성에 50개 주 중 38개 주의 비준이 필요하다. 건국자들이 경솔한 개정을 막기 위해 높은 문턱을 설정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작은 13개 주(와이오밍, 버몬트, 알래스카 등)가 반대하면 어떤 개정도 불가능하다. 그 13개 주 인구를 합쳐봐야 전체의 4%에 불과하다. 즉, 인구 4%가 헌법 개정을 막을 수 있는 구조다. 현 제도의 수혜자가 제도 개혁을 저지할 권한을 쥐고 있으니, 바꾸려 해도 바꿀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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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 |
| ⓒ UPI 연합뉴스 |
흐름은 이렇다. 먼저 예비선거에서 후보를 결정한다. 전체 유권자의 5~7%만으로 공화당 후보를 극단적 입장의 인물로 채울 수 있다. 그 후보가 소규모 주들에서 승리하면, 인구 18%만으로 상원 과반을 장악할 수 있다.
상원을 장악하면 대법관 인준을 통제할 수 있다. 대법관은 종신직이므로 한 번 임명되면 수십 년간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법원을 장악하면 의회를 거치지 않고 법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헌법 개정 요건이 이 모든 것을 고착시킨다. 인구 4%가 제도 개혁을 막을 수 있으니, 한 번 장악한 권력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트럼프는 첫 임기 4년 동안 세 명의 대법관을 임명해 대법원을 6대 3 보수 우위로 만들었고, 2022년 대법원은 50년간 유지된 낙태권 판례를 뒤집었다. 복음주의 운동의 반세기 숙원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트럼프가 탄핵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도 상원에 있다. 탄핵 유죄 판결에는 상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데,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당파적으로 결집하는 한 그 문턱을 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트럼프는 1기 집권 시에 두 차례 하원에서 탄핵 소추됐지만 두 차례 모두 상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세 번 결혼하고 성경 구절도 제대로 인용하지 못하는 트럼프를 백인 복음주의자의 80% 이상이 지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음주의가 정치적 편 가르기가 된 이상, 개인의 도덕성은 중요하지 않다. 낙태 금지, 동성애 반대, 강경 이민 규제를 위해 싸우는지가 중요하다. 트럼프가 여전히 4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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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월 2일 당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체포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 이정민 |
미국 백인 복음주의가 반이민, 반동성애를 외칠 때 한국 보수 개신교는 반북/반중, 반동성애를 외친다. 적의 이름만 다를 뿐 구조는 같다. 정치적 쟁점을 선과 악의 영적 전투로 재구성하고 특정 정당을 하나님의 편으로 규정하는 패턴이다.
미국에서 공화당 예비선거를 복음주의자들이 장악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보수 정당의 당원 구성과 공천 과정에 개신교계의 영향력이 커져 왔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이 극우화의 귀결이었다. 탄핵에 반대하며 광화문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휘날린 이유다.
정치가 종교의 볼모가 되면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선과 악의 싸움만 남는다. 선거 불복, 헌법 무시, 폭력이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미국 정치는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종교도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정치 동원 도구가 된 교회는 젊은 세대에게 외면 받고, 교회를 찾는 발길은 줄어들고 있다. 종교가 정치를 망치고, 정치가 종교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종교가 정당을 포획하는 구조를 지금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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