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뉴욕 패션위크로 만들어 준 플레이리스트

한지원 2026. 2.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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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출근길은 내가 런웨이 피날레 주인공.

실용성과 상업성을 기반으로 하는 뉴욕 패션위크는 언제나 현실과 가장 가까운 시즌으로 불립니다. 이번 시즌의 룩들은 마치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빌딩 숲 사이를 걸어 다니는 뉴요커의 하루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죠. 그리고 쇼장을 채운 리드미컬한 비트와 절제된 사운드는 마치 출근길 지하철 플랫폼에서 이어폰을 꽂는 순간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쇼의 음악을 따라, 우리의 출퇴근길도 잠시 뉴욕으로 옮겨보는 건 어떨까요? 이어폰을 꽂는 순간, 서울의 아침도 맨해튼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코치
코치의 26 FALL 컬렉션은 뉴욕의 거리를 스치는 낙엽처럼, 가을의 공기를 먼저 불러왔습니다. 익숙한 아메리칸 무드 위에 살짝 거칠고 쿨한 태도를 더한 이번 컬렉션은 도시의 현재를 담담하게 보여주었어요. 들뜨지 않은 색감과 무심한 레이어링, 어딘가 비워둔 듯한 스타일링은 화려한 낭만 대신 도시의 고독이 떠올랐죠. 쇼의 사운드트랙으로 선택된 엘씨디 사운드시스템의 ’American Dream’ 은 비트 위로 차분히 쌓이는 신스 사운드가 인상적인데요. 어딘가 쓸쓸하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곡의 제목은 ‘아메리칸 드림’이지만 결은 의외로 담담하고요. 들뜬 희망보다는, 도시에서 무심하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의 리듬에 가깝습니다. 이어폰을 꽂는 순간, 뉴욕의 아침 공기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예요.
Coach
Coach
Coach
캘빈 클라인
아침을 깨우는 건 알람이 아니라 리듬 아닐까요? 로렌조 세니의 ‘Minimalism on Steroids’ 는 반복되는 신스 리프가 쉼 없이 밀어붙입니다. 드롭을 배제한 채 긴장을 지속시키는 로렌조 세니 특유의 구조적인 전개가 드러나는 트랙이죠. 비트가 터지기 직전의 순간을 집요하게 반복하며 하루의 스위치를 단번에 올리는 트랙에 가까운데요. 그 리듬은 이번 컬렉션의 분위기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어깨선이 또렷한 재킷과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팬츠까지. 불필요한 장식 없이 비율과 선으로 완성된 룩들은 바쁜 아침에도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옷처럼 보입니다. 빌딩 숲을 가로지르는 프로페셔널한 실루엣처럼, 계산된 균형과 정확한 선이 이번 쇼를 완성했습니다.
Calvin Klein
Calvin Klein
Calvin Klein
세븐 포 올 맨카인드
패션쇼 음악을 이야기할 때 미쉘 고베르 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트랙을 고르는 것이 아닌 쇼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디렉터에 가깝습니다. 이번 세븐 포 올 맨카인드 쇼에서 그가 들려준 사운드는 예상보다 더 독특했는데요. 어딘가 비틀린 리듬 위로 펼쳐지는 4차원적인 디스코 사운드는 퇴근 후 네온사인 아래를 걷는 순간이 떠올랐죠. 또한 이번 런웨이 위에는 꼭 짚어야 할 흥미로운 포인트들이 있었습니다. 무심한 듯 낮게 떨어뜨린 핸드백을 든 모델들의 캣워크는 2010년대 특유의 시크함을 환기했고요. 화려한 액세서리보다 더 눈에 띄는 손목의 클럽 밴드는 디스코 사운드와 호응하며, 오히려 더 쿨해 보였죠.
Mankind
Mankind
Mankind
브롱스 앤 방코
브롱스 앤 방코의 쇼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 음악을 듣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을 겁니다. 뉴욕의 웨스트 14번가 도로 위, 택시가 들어서며 쇼는 시작되었는데요. 모델들이 등장하자마자 공기를 흔든 건 바로 토킹 헤즈의 ‘Psycho Killer’ 였습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뉴웨이브 밴드인 토킹 헤즈의 음악을, 그것도 뉴욕의 거리 한복판에서, 패션쇼와 함께 듣는 경험은 그야말로 짜릿했습니다. 택시와 사람들의 소음이 뒤섞이는 가운데, 긴장감 있는 베이스와 보컬의 독특한 창법이 분위기를 장악하자 쇼 전체가 한 편의 살아있는 드라마처럼 느껴졌죠. 그 위로 펼쳐진 도시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컬렉션은 자신감 넘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완성했습니다.
Bronx Banco
Bronx Banco
Bronx Banco
안나 수이
다음은 1980년대 뉴 로맨틱 무드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쇼 전체를 몽환적인 클럽 분위기로 가득 채워준 비세이지의 ‘Fade to grey’ 는 패션 광고에서 수차례 사용될 만큼 스타일 아이콘 같은 곡이기도 한데요. 이 곡 역시 1980년에 발매된 곡으로, 당시 유럽 각국의 차트를 휩쓸며 Top 10에 진입하는 큰 성공을 거두었죠. 신스팝 특유의 몽환적인 사운드와 세련된 보컬은 발매 당시부터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뉴웨이브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안나 수이의 런웨이에서도 이 음악적 감성을 느껴볼 수 있었는데요. 과감한 프린트와 레이어링, 플로럴 패턴과 레이스가 자유롭게 조합되며, 당시 여성들이 즐기던 엘레강스한 스타일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루를 한층 세련되고 특별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이 곡을 출근길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보세요.
Anna Sui
@annasui
@annas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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