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D램 가격 폭등에 제품가 인상 결정…PC 업계 도미노 인상 현실화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세계 최대 PC 제조사인 레노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을 공식화했다.
24일(현지시간)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레노버는 오는 3월부터 씽크패드(ThinkPad)를 포함한 주요 상업용 PC 라인업의 공급 가격을 인상한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1분기 D램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최대 95%까지 폭등하며 부품 원가 부담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레노버의 이번 결정은 델(Dell)과 HP 등 경쟁사들이 이미 단행한 가격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델은 올해 초부터 기업용 노트북과 워크스테이션 가격을 모델별로 15~20%가량 인상했으며, HP 역시 공급망 리스크를 이유로 분기별 가격 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글로벌 PC 시장 점유율 1위인 레노버까지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소비자 가전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현재 PC 제조업계가 겪고 있는 메모리 부족 사태는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에 따른 ‘공급 침범’ 현상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칩 생산에 웨이퍼 투입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PC용 DDR5 및 DDR4 D램의 생산량은 급감했다. 레노버 측은 내부 자료를 통해 핵심 부품의 리드타임(주문 후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시 대비 2배 이상 늘어났음을 확인했다.
가격 인상은 특히 대량 구매가 이루어지는 기업 및 공공 부문 계약에 우선 적용될 전망이다. 레노버는 신규 계약건에 대해 상향된 가격을 적용하며, 기존 계약 물량에 대해서는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인도 시점을 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용 제품인 리전(Legion)이나 요가(Yoga) 시리즈 역시 하반기 신제품 출시 시점에 맞춰 가격 인상분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양 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부품 원가 상승은 업계 전체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이라며 “제품 설계 최적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충격을 완화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기록적인 반도체 가격 상승분을 전량 자체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레노버의 가격 인상은 AI 산업의 급성장이 전통적인 하드웨어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AI발 칩플레이션’의 전형적인 사례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HBM과 DDR5 등 고부가 제품으로 공정을 급격히 전환하면서 범용 제품의 단가는 수직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최종 소비자의 비용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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