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석태 (16) 교회 문턱 밖에 길 잃은 양 찾아 복음 들고 거리 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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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쌩쌩 불던 1970년대 후반 어느 겨울날 새벽.
'그래, 가로 전도다. 천장 없는 교회를 세우면 되겠다.' 이 넓은 서울 하늘 아래 50가구마다 교회를 세울 수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은퇴 후 우리 부부가 지내던 곳이 강남 한복판이든 관악산 자락이든 구세군 정복을 입고 거리에 서서 전도지를 나누었던 사역의 뿌리가 바로 이때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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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미나서 복음 전도 성령 역사 체험
‘천장 없는 교회’ 거리 전도 생각해 내
전장 서기관 맡아 인재 양성의 문 확장

찬바람이 쌩쌩 불던 1970년대 후반 어느 겨울날 새벽. 묵상에 잠겨 있던 내 머릿속을 번쩍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가로 전도다. 천장 없는 교회를 세우면 되겠다.’ 이 넓은 서울 하늘 아래 50가구마다 교회를 세울 수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건물이라는 물리적 한계에 갇히지 않고 복음을 들고 거리로 나가면 그곳이 곧 예배 처소가 된다는 깨달음이었다.
내가 구세군 서울지방장관(노회장 격)으로 부임했던 1976년 무렵, 한국 교회는 유례없는 폭발적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구세군 역시 ‘2000년까지 500개 영문(교회) 개척’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성결교단의 이명직 목사가 “농촌에서 50가구가 우물 하나를 나누어 마시듯, 50가정마다 하나의 교회를 세워 영생수를 마시게 해야 한다”고 외치던 시대적 열망과 결이 같았다. 그해 대전 헬몬산에서 열린 성장 세미나는 내 목회 여정에 불을 지폈다. 나는 그곳에서 복음 전도에 대한 뜨거운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고, 그 열기를 ‘천장 없는 교회’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길을 걸을 때마다 거리 전도에 적합한 장소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은퇴 후 우리 부부가 지내던 곳이 강남 한복판이든 관악산 자락이든 구세군 정복을 입고 거리에 서서 전도지를 나누었던 사역의 뿌리가 바로 이때 형성됐다. “죄가 많아 교회에 못 가겠다”며 울먹이던 길 잃은 청년과 아스팔트 위에서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을 때, 비로소 교회 건물의 문턱을 넘지 못하던 이들의 진짜 마음을 만날 수 있었다.
81년 1월, 나는 부정령(중령급)으로 진급하며 구세군 내에서 가장 고된 직책으로 꼽히는 전장 서기관(전도부장)을 맡았다. 나는 무엇보다 꽉 막혀 있던 인재 양성의 문을 열었다. 애써 키운 사관의 이탈을 우려해 타 교단 신학교 진학을 엄격히 금지하던 관행을 깨고 외부 진학을 전면 허용한 것이다.
중국의 덩샤오핑이 “유학생 100명 중 10명만 돌아와도 파송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던 개방 정책의 철학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당장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국제적 안목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했다. 나는 지방 순회를 다닐 때마다 젊은 사관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대들은 하늘나라의 대사이니 두려워 말고 밖으로 나가 끊임없이 공부하라”고 독려했다.
인사 행정 역시 철저히 헌신과 성과를 기준으로 삼았다. 누구나 더 편하고 좋은 임지를 바라기 쉽다. 그러나 나는 사관회에 설 때마다 “임지는 내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의 인내와 땀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내 핏줄이라도 자격이 없다면 요직을 맡길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우고 지켰다.
원하던 임지로 발령을 받은 뒤 내게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하는 사관들에게 나는 늘 같은 대답을 돌려줬다. “나에게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그 자리는 당신의 땀과 성실함이 만든 것입니다.” 이 대답은 단순한 행정가의 인사가 아니라, 오지와 개척 영문이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십자가를 져 준 수많은 무명 사관들을 향한 진심 어린 경의였다.
정리=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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