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제동, 환율 시나리오는… 1300원 안정 vs 1500원 위협
플랜B 무산 시엔 원화 강세 전환
불확실성 장기화에 급등락 가능성
전면전 확대 땐 1480원 재돌파 우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해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뒤 원·달러 환율의 향방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관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플랜B’로 내놓은 추가 관세가 실제로 얼마나 부과되느냐에 있다. 이 계획에 재차 제동이 걸려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관세 부과 시도가 좌초하는지, 플랜 C와 D를 꺼내 들어 밀어붙이게 되는지에 따라 환율은 1300원대 진입부터 1500원 선 돌파까지 전망이 엇갈린다.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데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는 15% 보편 관세 부과 또한 무산되는 것이다. 23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 관세 부과가 미국 연방대법원에 가로막힌 뒤 플랜B로 세율 15%의 ‘보편 관세’ 카드를 꺼냈다. 이 관세는 무역법 제122조를 근거로 한다. 150일간 유효한 한시 조치라 연장하려면 미국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15% 관세가 무산될 경우 환율이 이르면 3개월 안에 13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면 관세 불확실성이 빠르게 꺾이면서 세계 외환 시장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을 좇는 리스크 온(Risk-on) 투자자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안전 자산인 달러에서 돈을 빼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로 옮긴다. 이는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국 수출 기업의 관세 환급 기대감까지 더해지면 원화는 금세 강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자금이 한국 증시로도 유입되면 환율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진다.
현재 미국 대형마트 월마트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 등이 “15% 관세 부과는 곧 미국 시민에게 그만큼의 부가세를 물리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회의 연장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사법부가 무역법 제122조에 의한 보편 관세 부과에 대해서도 권한 남용이라고 판단, 효력 정지 가처분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짧은 몇 달 안에 행정부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새 관세를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면서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Make America Great Again) 과정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15% 보편 관세가 150일간 부과된 뒤 교착 상태에 빠져 불확실성이 오랜 기간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이런 국면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30원부터 1480원 사이에서 형성된 박스권 안에서 널을 뛸 것으로 보인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기는 변동성은 외환 시장의 투기 세력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이다. 외환 변동 위험을 줄이려는 각국 기업의 헤지 물량까지 더해지면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이 금융 위기 수준인 20~30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포기하지 않고 플랜C를 통해 무역 전면전에 나설 여지도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 선을 재돌파해 15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수단으로는 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물릴 수 있는 무역법 제301조가 우선 거론된다. 제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에 고율 관세를 매긴 근거가 된 법이다. 4년 일몰 규정이 있지만 연장이 가능한 데다 관세율 상한도 없어 트럼프 행정부가 영구적인 관세 부과 수단으로 택할 개연성이 크다.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특정 산업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제232조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이 법을 근거로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 목재 등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외환 시장은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할지 주시하며 당분간 눈치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상호 관세 위법 판결로 미국 무역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하향 압력이 실린 채 1430~1460원 범위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6원 하락한 144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3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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