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어도 안 낫는 역류성 식도염… “치료 전략 세워야”

민태원 2026. 2. 2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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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난치성 역류성 식도염
고려대안암병원이 최근 개소한 위식도역류질환 전문센터에서 식도 운동과 괄약근 기능을 평가하는 내압 검사를 받는 장면.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을 거듭하는 난치성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은 정밀 기능검사를 통해 치료 전략을 수립하고 약물·수술 치료, 치료 후 관리 등을 일관된 흐름 속에서 진행해야 치료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환자 30% 이상은 난치성·중증
반복적인 약물 치료… 호전 안돼
식도 점막 손상… 협착 합병증도
정밀검사로 구조적 원인 찾아야

“역류성 식도염 재발 없이 완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인터넷포털 지식iN 사이트에 많이 올라오는 상담 글 중 하나다. 해당 질환의 반복적인 재발로 고통받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통계에 따르면 역류성 식도염은 국내 인구의 약 7~10%가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실제 국가 건강보험통계를 보면 2023년 기준 위·식도 역류병 진료 환자는 479만여명에 달했다. 2021년에는 500만명에 육박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서구에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근래 국내 유병률도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다. 서구화된 식습관 등 생활양식의 변화, 비만 인구의 증가, 고령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로 해석된다.
10~20%는 약물치료로 개선 안 돼

역류성 식도염은 위의 내용물, 주로 위산이 식도로 반복해 역류하면서 식도 점막에 염증이나 자극을 일으키는 만성 질환이다. 정상 상태에선 식도와 위 사이에 있는 ‘하부식도괄약근’이 위 내용물이 식도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준다. 이 역할이 약해지거나 식도 운동 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구조적 이상이 동반되면 위산 등 내용물이 식도로 쉽게 올라온다. 박성수 고려대안암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23일 “역류성 식도염은 단순히 위산이 많아서가 아니라 식도와 위의 기능·구조적 문제, 생활습관, 복부 압력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며 “증상이 좋아졌다가 나빠지는 양상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슴 쓰림과 신물 넘어옴이 전형적 증상이지만 만성 기침, 목 이물감, 흉통 같은 비전형적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심장질환, 이비인후과 질환으로 오인되기 쉽다.

치료는 위산 분비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약물(프로톤펌프억제제·PPI)을 초기부터 사용하는 것이 표준이며 다른 약물을 보조적으로 쓴다. 문제는 이런 표준 약물치료에도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환자가 10~20% 존재한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이들을 포함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을 반복하는 등 난치성·중증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전체의 30% 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진료 현장에도 이런 환자들이 적지 않게 발걸음한다. 가장 흔한 유형은 약을 먹는 동안엔 증상이 나아지지만 약을 끊으면 바로 재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수년간 PPI 약물을 반복 처방받으며 지내거나 정밀검사를 해 보면 하부식도괄약근 기능 저하나 구조적 문제(식도 열공 탈장)가 동반된 경우가 많다.

또 표준 용량의 PPI를 충분히 복용했음에도 증상이 거의 호전되지 않는 환자들도 있다. 이 경우는 위산 역류보다는 비(非)산성 또는 혼합 역류가 주된 원인으로, 약물치료만으로는 증상 조절이 어렵다. 이런 환자들이 보이는 공통적인 대응 양상이 있다. 박 교수는 “많은 이들이 약을 바꿔가며 장기간 복용하거나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비슷한 처방을 반복해 받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는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거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식사량을 과도하게 줄이는 등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말했다.

반복적 치료 실패 왜?

이런 과정에서 실제로 필요한 정밀검사는 받지 못하고 치료 방향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결과적으로 환자들은 치료 효과를 충분히 얻지 못한 채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되는 것. 박 교수는 “난치성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약을 계속 찾는 게 아니라 왜 치료가 잘 듣지 않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것”이라며 “약물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기능적 원인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비효율적인 치료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오래 방치하면 ‘증상의 만성화’가 우려된다. 가슴쓰림이나 신물 역류 등의 증상이 장기간 반복되면서 수면 장애,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로 이어지고 일상생활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환자 스스로 ‘이 정도는 참고 살아야지 하는 증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장기 약물치료의 가능성도 있다. 정확한 원인 평가 없이 약물만 반복적으로 복용하다 보면 실제로는 약물로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가진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치료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식도 점막 손상이 지속되거나 협착, 출혈 같은 합병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런 난치성 환자는 정밀 식도 기능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술 등 다른 치료 전략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그간 국내에는 정밀검사-치료 전략 수립-수술 치료-치료 이후 관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담당하는 전담센터가 없었다. 고대안암병원이 최근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 전문센터를 국내 처음으로 연 이유다.

박 교수는 “대부분의 대학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에선 역류성 식도염을 우선 약물치료로 관리하고 필요 시 내시경 검사를 통한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약물치료에 반응이 부족한 경우에도 정밀 기능검사와 이후 치료 전략이 일관된 흐름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환자가 여러 진료과나 의료기관을 옮겨가며 치료를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전문센터는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치료를 적합한 시점에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진료 모델”이라며 “반복적인 치료 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최종 진료 창구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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