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처음부터 친구 같았다"... 룰라 "형제처럼 느껴진다"

이경태 2026. 2. 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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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상 국빈 만찬] 소년공 출신 대통령들 건배사, 동질감 속 양국 협력 교류 강화 기대... '전태일 평전' 선물 등 디테일 빛나

[이경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국빈 방한 환영 만찬에서 답사를 위해 이동하는 룰라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있다. 2026.2.23
ⓒ 연합뉴스
"아미고(Amigo)"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친구'라고 불렀다. 룰라 대통령도 "이 대통령의 인생을 알고나서부터 우리가 형제처럼 느껴진다"고 화답했다. '소년공 출신으로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바꾸고자 정치에 투신했다'는 동질감이 두 정상을 단단하게 엮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만찬사를 통해 "제가 룰라 대통령과 만난다고 하니깐 '소년공들의 만남'이라고 축하해주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이러한 양 정상의 동질감과 그에 기반한 신뢰 관계가 향후 양국 관계와 양국 국민 간 교류에도 이어지길 희망했다.

이 대통령 "현장 노동자로서의 뿌리는 변함없는 자부심"

이 대통령은 "(소년공 시절은) 어린 소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현장 노동자로서의 뿌리는 변함없는 자부심으로 남아있다"며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도, 또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의 뿌듯함도 모두 40여 년 전 기름밥 먹던 공장에서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단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오며 누구보다 절실하게 공정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라는 꿈을 품었고 몸으로 배운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열망의 원동력이 됐다"며 "이렇게 비슷한 삶의 궤적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룰라 대통령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치 오랜 동지를, 또 친구를 만난 것처럼 참으로 반가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저와 룰라 대통령님이 오랜 친구처럼 깊은 우정을 나누는 것처럼, 양국 국민들도 물리적 거리를 극복한 채 서로 깊이 교류하며 신뢰의 마음을 나누게 될 것"이라며 K-팝과 삼바 카니발 퍼레이드를 각각 즐기고 있는 양국의 청소년들, K-뷰티를 즐기는 브라질인들과 브라질산 농축산물과 원두를 즐기는 한국인들을 교차시켰다.

"우리 기업들도 양국 관계의 핵심 축"이라고 짚었다. 구체적으론 "아마존의 거점 마나우스에 자리잡은 삼성, 엘지전자의 30년 역사는 지역사회의 생산, 고용, 교육을 책임져온 동반 성장의 산 역사이고 브라질 국민의 든든한 발이 되어준 현대차는 이제 친환경 자동차 육성에 집중하며 브라질의 기후위기 대응에 보폭을 맞춰가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처럼 오랜 시간 꾸준히 발전해 온 양국의 우호 관계 한국과 브라질이 가진 서로 다른 강점과 잠재력이 있기에 양국의 협력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브라질이 국제사회와 다자 무대에서 인류 보편의 과제 해결에 함께 기여하는 모범적인 동반자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먼 훗날 오늘의 만찬 자리가 한국과 브라질 양국이 공동 번영의 미래를 꿈꾸었던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국빈 방한 환영 만찬에서 만찬사를 하고 있다. 2026.2.23
ⓒ 연합뉴스
룰라 "전통적 정치가들, 우리가 대통령 되리라고 생각치 않았다"

답사에 나선 룰라 대통령 역시 "우리는 아주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일찍부터 일을 했으며 당시 겪은 산재 사고의 상처를 몸에 지니고 있다. 그리고. 출생 신고를 두 번이나 해서 생일이 두 개나 있다"며 이 대통령과의 동질감을 강하게 표현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룰라 대통령 내외를 맞이하며 기념 촬영을 할 때, 그가 산재로 손가락을 잃은 손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공감을 표한 바 있다.

룰라 대통령은 무엇보다 "(우리는) 더 공정한 사회가 가능하다는 신념으로 정치에 가담하게 됐다. 전통적인 정치가들은 우리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치 않았다"라며 "우리는 쫓겨 다녔으나 양국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로 꿋꿋이 우리의 길을 갔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민주주의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사회정의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 말하셨다"라면서 이 대통령이 자신과 같은 비전과 과제를 공유하고 있음도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음악·음식·문화·스포츠 등으로 연결된 양국 사회를 거론하면서 더욱 긴밀해질 양국 협력 관계에 대한 기대 역시 드러냈다.

'맞춤한복' 입고 등장한 브라질 영부인... 어린이합창단은 '사계'를 불렀다
 호잔젤라 다시우바 브라질 영부인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 방한 환영 만찬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다시우바 여사, 이재명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김혜경 여사. 2026.2.23
ⓒ 연합뉴스
이날 만찬장에서도 룰라 대통령 내외를 위한 '디테일'들이 빛났다. 룰라 대통령의 배우자인 호잔젤라 다시우바 여사는 이날 선물받은 맞춤한복과 장신구를 갖춰 입고 이날 만찬에 참석했다. 김혜경 여사도 다시우바 여사와 함께 마련했던 맞춤한복을 입었다.

건배주로는 브라질 국민술인 '까샤사'를 활용한 칵테일을 선정했다. 브라질 슈하스코 바비큐에 착안해 <흑백요리사2>에 출연한 유용욱 셰프의 현대적인 갈비 바비큐 요리를 메인 요리로 냈다. 또한 브라질 서민 요리인 페이조아다에서 착안한 검은콩 죽과 브라질 망고살사 소스와 한국 동해안 대게로 만든 전채 요리도 나왔다. 후식으로는 한국 전통 음료인 유자 화채에 브라질 아이사베리를 젤리로 만들어 넣어 양국 간 조화를 상징했다.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 유명 재즈 밴드인 '웅산밴드'가 <카니발의 아침(Manha de Carnaval)> 등 브라질 음악인 보사노바 공연에 나섰다. 브릴란떼 어린이 합창단은 노동운동가 출신 룰라 대통령을 감안한 민중가요 <사계>를 불렀다. 참고로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에게 한국의 대표적인 노동운동가인 전태일 열사의 영문 평전도 선물했는데, 이날 만찬에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전 의원(현 전태일기념관장)도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경제인도 이날 만찬에 함께 했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일부 총수는 이날 한국경제인협회·브라질 수출투자진흥청 공동주최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룰라 대통령과 먼저 차담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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