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받는 다주택자, 팔까 말까…5월 9일 전 매도 러시에 증여 움직임도
# 서울과 경기 의왕시 등에 아파트 총 5채를 보유하며 임대 사업을 하던 60대 최 모 씨는 최근 실거주할 한 채를 뺀 나머지 집을 모두 처분하기로 했다. 올해도 연장될 것으로 예상됐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오는 5월 9일 종료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최 씨는 “양도소득세 유예 종료 시점(5월 9일)까지 모두 매도하긴 어렵겠지만 양도차익이 예상되는 주택부터 최대한 팔 생각”이라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와 종합소득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을 따져 보니 매년 수천만원이고 이 중 보유세가 더 높아진다면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 직장인인 40대 김 모 씨도 보유 중인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를 팔기로 결정했다.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시가 12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상속받았는데 1억원 넘는 상속세를 낼 돈이 없어서다. 문제는 아파트가 제때 안 팔려 5월 9일을 넘겼을 경우다. 이미 거주 중인 아파트 한 채가 있기 때문에 팔지 않은 채로 2주택을 유지하면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기한을 넘겨 팔 경우 상속세에 양도세까지 내면 남는 게 없을 듯해 머리가 아프다. 김 씨는 “급매로 손해 보듯 처분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기한 내 팔지 못할까 봐 걱정이 크다”며 “그 경우 월급쟁이 살림에 어떻게 세금을 방어하며 버틸지까지 고려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 수순에 들어가면서 다주택자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유예 재연장은 없다는 정부 메시지가 분명해지자, 세무사 사무실과 은행 VIP 창구에는 매도와 증여 중 무엇이 유리한지 묻는 상담이 급증했다.
현행 유예가 끝나면 서울·경기 등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는 주택을 팔 때 양도세를 더 내야 한다.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더해진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배제된다. 시행은 5월 10일부터다. 같은 조건이라도 매도 시점에 따라 세 부담이 두 배 가까이 벌어지는 구조다.
이 대목에서 다주택자 선택지는 크게 ① 매도 ② 증여 ③ 보유(버티기)로 갈린다.


5월 9일 전 ‘무주택자’에게 팔아야
우선 이왕 매도를 결심한 다주택자라면 5월 9일 전에 처분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전 10억원에 산 주택을 20억원에 판 2주택자 A씨가 주택 1채를 5월 9일 이전 매도하면 양도세는 3억2891만원 수준이다. 기본세율이 적용되고 10년 보유에 따른 20%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은 결과다. 하지만 하루만 지나 5월 10일 이후에 팔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본세율에 20%포인트가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빠지면서 양도세는 약 6억4000만원대로 뛴다. 3주택자라면 부담은 더 커진다. 세금만 7억5000만원 안팎까지 뛴다. 다만 고가 주택일수록 제때 팔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대출 규제가 강한 상황에서 15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최대 대출 가능액이 2억~4억원 수준에 그치는 만큼, 현금 여력이 충분한 매수자가 아니면 거래가 쉽지 않아서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어도 계약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배경이다.
양도세 중과 전 집을 판다면 양도차익이 적은 주택을 먼저 매도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 예컨대 10년 전 매입한 B·C아파트의 양도차익이 각각 7억원, 3억원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C아파트를 먼저 파는 것이 낫다. 양도차익 3억원에 대한 양도세는 약 9000만원(세율 38%)이다. 이후 B아파트를 처분할 땐 2년 거주 요건만 채우면 양도세를 안 내도 된다. 반면 B아파트를 먼저 처분할 경우엔 양도차익 7억원에 대한 세금을 2억원 넘게 내야 한다.
다주택을 처분할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세입자를 끼고 있는 경우에 세입자가 나갈 때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받을 수 있는 특례를 발표했는데, 이 혜택은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팔았을 때만 가능하다.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유지하고 이른바 ‘갈아타기’하는 것은 안 된다.

자녀와 저가에 직거래도 가능
아무리 세금이 무서워도 ‘패닉셀’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 보유한 주택 가격이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선택지도 고려해봄직하다.
앞의 A씨 사례에서 주택을 팔지 않고 자녀에게 단순 증여한다면 자녀가 내야 할 증여세가 6억140만원으로 중과 전 양도세의 2배 수준이다. 여기에 증여 취득세가 2억4800만원에 달해 증여에 드는 총비용이 8억4940만원까지 늘어난다. 증여 비용이 중과 전 양도세보다 약 5억2000만원이나 높다.
여기까지만 보면 증여보다 양도세를 내고 매도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다만 주택을 양도해 발생한 수익을 어차피 언젠가 자녀에게 상속이나 증여로 넘겨줄 요량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만약 사례의 A씨가 중과 유예 기간인 5월 9일 이전에 1주택을 20억원에 매도하고 양도세(3억2891만원) 납부 후 남은 자금(약 16억7100만원)을 다시 자녀에게 사전 증여한다면 현금에 대한 증여세로 4억7400만원이 부과된다. 주택 매도로 낸 양도세와 남은 자금에 대한 증여세를 합한 금액은 총 8억300만원이다. 집값이 앞으로도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단순 증여와 큰 차이가 없다. 또 중과 이후 매도 후 증여라면 총부담은 9억9000만원을 넘는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단순 증여가 더 낫다.
우병탁 전문위원은 “집을 팔아도 어차피 양도세를 내고 남은 차익을 추후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사전 증여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며 “단순 양도세와 증여세 부담 차이만으로 유불리를 따지긴 어렵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급매물이 늘면서 자녀에게 주택을 저가에 양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저가 양도는 주로 부모와 자녀, 법인과 법인 대표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 직거래를 통해 시세보다 약간 싸게 매도하는 것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매매 신고가액이 최근 3개월 내 거래된 실거래가보다 ‘30% 낮은 금액’과 ‘3억원’ 가운데 적은 금액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정상 거래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가 20억원짜리 아파트를 자녀에게 직거래로 양도할 경우 3억원 또는 30%(6억원) 낮은 금액 가운데 적은 금액인 17억원으로 매매 신고를 할 수 있다. 다만 이때는 양도세와 취득세는 시세 수준으로 내야 한다.
‘버티기’ 해도 될까
3년 버틸 현금흐름 계산해봐야
반면 팔지도, 증여하지도 않고 ‘버티기’에 나선 집주인이라면 막연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버티기보다는 3년 치 현금흐름을 계산해봐야 한다.
앞의 A씨의 20억원 실거주 주택과 15억원의 비거주 주택, 총 35억원 규모의 2주택을 보유한 사례를 가정해보자. 공시가격을 시세의 70%로 단순 가정하면 24억5000만원 수준이다. 대출이 없고 임대수익이 연 3000만원이라고 전제할 때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합계는 연 4000만~45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증가분, 임대소득세 등을 더하면 연간 총부담은 약 5000만원 안팎이다. 3년간 약 1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서 5월 9일 이전 매도할 경우와, 이후 매도할 경우 세금 차이는 3억원가량이다. 향후 3년간 집값이 1억5000만원보다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면 보유 전략이 성립한다. 반대로 보유세 인상과 소득 감소가 겹치면 현금흐름 압박은 빠르게 커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버티는 세금이 더 비쌀 것”이라고 언급한 배경에는 보유세를 강화하겠다는 신호가 깔려 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8호 (2026.02.25~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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