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면 배우 얼굴 생성”…제2의 딥시크 ‘시댄스’ 쇼크에 AI 영상 규제 시험대
바이트댄스, 시댄스 2.0 글로벌 출시 연기
업계 “K-콘텐츠도 타깃, AI법 보완 시급”

중국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AI) ‘시댄스(SeeDance) 2.0’이 돌연 글로벌 출시를 연기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얼굴과 인기 드라마 장면을 무단으로 재현한 15초 분량의 영상이 확산되면서 저작권과 배우 초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AI 영상 기술 경쟁이 본격적으로 규제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24일 글로벌 API 출시할 예정이었다. 앞서 지난 12일 통합 멀티모달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 2.0을 공식 공개한 바 있다. API 공개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해당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되는 사실상의 글로벌 출시다.
그러나 협력사 아틀라스클라우드AI의 아리사 퀴안 PM은 21일(현지시간) 엑스(X)를 통해 “저작권과 딥페이크 관련 우려를 반영해 API 공개 일정을 뒤로 미뤘다”고 밝혔다. 향후 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저작권 넘어 ‘초상권’ 논란으로 확산
논란의 핵심은 저작권과 초상권이다. 시댄스 2.0은 사진 몇 장과 짧은 텍스트 명령만으로 15초 분량의 고품질 다중 장면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 일부 생성 영상이 유명 배우나 인기 드라마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할리우드가 반발했다.
미국영화협회(MPA)와 디즈니·넷플릭스·파라마운트 등 주요 스튜디오들은 자사 지식재산권(IP)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응에 나섰다.
찰스 리브킨 MPA 회장 겸 CEO는 성명에서 “시댄스 2.0이 미국 저작물을 대규모로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저작권 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배우 조합 SAG-AFTRA도 “조합원의 목소리와 얼굴이 동의 없이 AI 모델에 학습되고, 영상으로 재현되고 있다”며 “동의와 보상이 없는 AI 활용은 배우의 생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번 사안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분쟁의 초점이 ‘작품’에서 ‘사람’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기존 생성형 AI 논쟁이 캐릭터나 장면의 유사성 문제에 머물렀다면, 이번 논란은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 권리로 확장됐다. 초상권은 배우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적용될 수 있어 파급 범위가 훨씬 넓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만의 문제” 아니다…콘텐츠 패권·규범 충돌
시댄스 2.0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 오디오를 동시에 입력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멀티모달 오디오-비디오 공동 생성 모델’이다. 최대 9장의 이미지와 복수의 영상·오디오 클립을 참조로 활용할 수 있어, 단순 텍스트 기반 모델보다 연출 정교도가 높다는 평가다. 바이트댄스는 15초 길이의 다중 장면 영상과 스테레오 기반 오디오 출력까지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시댄스 2.0은 중국 내에서만 정식 제공되고 있지만, 영상은 SNS를 통해 국경을 가리지 않고 퍼져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영상 제작 과정이 크게 단축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기존 제작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AI 생성 콘텐츠와 관련한 저작권 소송은 이미 확대 추세다. 비영리 단체 카피라이트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생성형 AI와 관련한 저작권 소송은 70건 이상 진행 중이다. 텍스트와 이미지, 음악에 이어 영상 분야까지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AI 기본법으로 ‘표시·투명성’ 앞세웠지만…
한국은 지난 1월22일 ‘인공지능 기본법’을 세계 최초 수준으로 시행하면서, 생성형 AI 콘텐츠에 대해 표시·투명성 의무를 법으로 명시했다. 시행령과 ‘AI 투명성 보장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위험·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텍스트·이미지·영상 등 생성물에 대해 AI가 생성했다는 사실을 사람 눈에 알아보기 쉽게 표시해야 한다.
표시 방식은 사람 눈에 보이는 워터마크·문구 표기와 메타데이터·C2PA 등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라벨로 나뉘지만, 딥페이크처럼 사회적 혼란 가능성이 큰 영상은 인간이 즉시 인지할 수 있는 표기가 필수다. 또 국내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플랫폼 역시 ‘AI 서비스 제공자’로 간주돼 한국 내 유통되는 AI 생성물에 대해 표시·투명성 의무를 부담한다.
문제는 시댄스 2.0처럼 중국 내에서만 서비스하더라도, 한국 이용자가 우회 접속해 영상을 만들고 이를 국내 플랫폼에 올리는 경우다. 이때 한국법상 책임 주체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국내 플랫폼의 모니터링·필터링 의무를 어디까지 강화할 것인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해외 서비스에서 생성된 영상이 국내 플랫폼을 통해 유통될 경우 실질적 집행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률 전문가는 “AI 기본법이 워터마크 의무화 등 투명성 확보의 출발점이 된 것은 의미가 있지만, 해외에서 무단 학습된 콘텐츠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즉각적인 대응 수단은 아직 제한적”이라며 “초상권 침해 입증 책임 완화와 국제 공조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시댄스 사태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책임과 규범의 문제”라며 “IP 보호와 기술 혁신을 병행할 수 있는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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