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날 훈련소 아닌 국회 간 청년 "군대도 대체복무도 거부"

복건우 2026. 2. 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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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완전 병역거부 선언' 김민형 평화활동가 "국회는 대체복무제 개선 외면 말아야"

[복건우 기자]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42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한 '평화활동가 두부(김민형)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에서 김민형 한베평화재단 활동가가 '병역거부는 전쟁을 멈춘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복건우
"오늘 오후 2시 입대가 예정돼 있지만 저는 입대하지 않습니다."

김민형(27·활동명 두부) 한베평화재단 활동가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반전과 평화라는 비종교적 이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입영 당일 훈련소로 가지 않고 국회 앞에서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입영은 물론 대체복무까지도 거부하는 그의 '완전 병역거부' 공개 선언은 한국 사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김 활동가는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군대도 지금의 대체복무제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자 한다"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평화를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한다"

김 활동가는 "어릴 적 특전사가 되고 싶었다. 해병대이자 참전군인이었던 할아버지와 살며 군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 곧 사람을 지키는 일이라 믿었다"라며 "하지만 사회는 어떤 군인이 될 건지를 물어보지 군인이 되고 싶은지는 먼저 묻지 않는다. 어떻게 싸워 이길지를 논하지만 정작 싸우고 싶은지는 묻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한배평화재단에서 활동하며 참전군인들을 만났다"라며 "그들은 전쟁의 공포와 상대에 대한 증오가 평범한 20대 초반의 청년들을 얼마나 정신적으로 파괴했는지, 그 과정에서 민간인학살이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 말해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폭력성을 극대화하고 그 폭력 속에서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파괴하는 게 바로 전쟁"이라고 말했다.

이날 병역거부 선언문을 읽으며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한다"라고 밝힌 김 활동가는 "지금도 여러 국가에서 전쟁이 계속되지만 그만큼 병역거부자들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시민들의 저항과 군인들의 명령 거부가 계엄 사태라는 참극을 막아냈다"라며 "그렇기에 병역거부는 전쟁을 막는다. 병역거부는 전쟁의 구조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가장 적극적인 실천 행위다"라고 강조했다.

김 활동가는 '완전 병역거부자'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2018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이후 2020년 대체복무가 시행됐지만 그 대체복무까지도 거부한다. ①기간 ②기관 ③군 독립성 세 가지 측면에서 대체복무가 징벌적이고 인권 침해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체복무 기간(36개월)은 현역 기간(18개월)의 2배이고, 대체복무 기관은 교정시설로 한정돼 있다.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병무청 소속으로 국방부·병무청 추천 인사가 심사위원에 포함된다(관련 기사: [국회에 온 당신의 이야기] '윤석열 계엄' 보며 결심, 특전사 꿈꾸던 청년이 택한 곳).

김 활동가는 "지금의 대체복무제는 군으로부터 독립돼 있지 않다"라며 "병무청 산하 심사위원회가 개인의 양심을 판단하고 군사 행정의 영향력 아래에서 제도를 운영한다. 군사주의를 거부하고 선택한 제도임에도 다시 군사주의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구조다. 36개월이라는 과도하게 긴 복무 기간과 교정시설로 제한된 복무 형태는 유엔 인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체복무는 단순히 군대를 대신하는 제도가 되어선 안 된다"라며 "평화주의 운동이 만들어 낸 제도인 만큼 평화와 비폭력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 복무 분야는 사회적 필요가 큰 영역으로 확대돼야 하고, 복무 교육 과정에서 평화주의와 인권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나아가 양심을 심사하는 현재의 심사 제도를 폐지하고 신청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활동가는 국회를 향해서도 "대체복무제를 인권과 평화의 기준에 맞게 개선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며 "유엔 권고와 대체복무자 및 시민사회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제 선택이 단지 개인의 선언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국회가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루지 않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두부의 양심이 모두의 평화다"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42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한 '평화활동가 두부(김민형)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에서 손솔 진보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복건우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지지 발언도 이어졌다. 이날 손솔 진보당 의원은 "김 활동가는 전쟁과 폭력이 무엇인지, 그 끝에 누가 다치고 누가 지워지는지 현장에서 마주해 온 평화활동가"라며 "양심의 명령에 따라 병역거부를 선택한 그의 결정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외치는 분들을 기억하며 국회에서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현재의 대체역은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며 "법률가로서 판단하기엔 향후 2~3년 안에 현재의 대체역이 위헌으로서 무효로 판단이 이뤄질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시간을 앞당기는 데 오늘 김민형씨의 병역거부 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는 "두부(김민형)는 다시는 국가의 이름으로 타인의 생명을 파괴하지 않겠다고, 설령 그게 감옥에 가는 길일지라도 그 어떤 폭력의 연쇄고리에도 가담하지 않겠다고 결단했다"라며 "전쟁을 성찰하고 평화를 일구는 길 위에서 우리는 두부의 결단을 재단의 소명으로 기꺼이 받아안겠다. 두부의 양심이 곧 우리 모두의 평화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두부의 선택 평화의 시작', '군대도 병역도 당연하지 않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체복무를 군에서 완전히 독립시켜라", "징벌적 대체복무 당장 개선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엔 총 20여 명이 참석했고 42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에 이름을 올렸다. 김 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국회 국방위원회 여야 간사인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대체복무제 개선 요구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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