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중국 화장실, 많이 개선되었으나 여긴 아직도

조창완 2026. 2. 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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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중국 라이프-화장실 편] 한국인이 많이 찾는 백두산, 장자제는 아직

2025년 6번 중국을 찾았고, 2026년도 2번 중국을 찾았다. 로봇, 전기차, AI 같은 과학기술의 변화도 있지만, 화장실, 중국인의 한국관, 문화상품이 빠르게 바뀌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작은 변화를 3번에 걸쳐 정리해 본다. <기자말>

[조창완 기자]

중국에서 화장실이라는 용어는 몇가지가 있다. 과거부터 쓰이는 단어는 처수오(厕所)로, 우리말로 하면 측간, 변소 정도의 개념이다. 이후 웨이셩지엔(卫生间)이 쓰였다. 약간 대중이 쓸 수 있는 공공화장실로 많이 사용됐다. 위생이라는 뜻에서 보듯이 공공보건의 의미를 약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 지금 많이 쓰는 게 시쇼우지엔(洗手间)이다. 손을 씻는 곳이지만 화장실의 보편 용어로 이제는 호텔 화장실, 공공 화장실도 대부분 이 용어를 쓰는 것 같다.
▲ 과거 중국 화장실 입구 좌우로 들어가면 안에는 아무 칸막이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 즈음.
ⓒ 조창완
화장실의 변천사는 사실 한 나라의 국민소득과도 직접 연관이 있다. 필자는 1998년 10월 처음 중국을 방문했다. 공중화장실은 대부분 대소변실의 구분이 없었다. 대변을 보는 사람은 소변을 보는 사람의 뒷모습을 봐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옆과는 작은 칸이 있어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진 모습이다.

첫 번째로 만난 가장 인상적인 화장실은 장장 여객선 화장실이었다. 우한(無漢)에서 난징(南京)까지 2박3일 동안 가는 배는 외국인 여행객이 타는 크루즈가 아닌 일반 여객선이었다. 외국인은 나와 당시 유학 중인 안사람 뿐이었다. 탄 후 큰 일을 보러 갔는데, 말 그대로 대소변이 모두 뚫린 운동장 화장실이었다.

여느 배가 그렇듯 4~5명이 열린 공간에서 일을 봤다. 처음에는 그 상황이 어색했지만, 나는 금방 적응했다. 중국 사람들은 너도하고 나도 하는 일에는 별로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중국에서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2002년 쯤 아내의 대학 동기 준석이의 처가에 갔다. 준석이의 처남이 결혼해 내가 웨딩 촬영을 해주기 위해서다. 허베이성 싱롱(興隆)에서는 제법 큰 식당이었지만, 화장실은 말 그래로 운동장식이었다. 10평쯤 되는 남자화장실은 양 옆으로 8개 정도의 변기만 있고, 뻥 뚫려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큰 일을 보는데, 다른 하객 한 분이 들어와서 내 앞에 앉았다. 그 분은 나를 안다는 듯 반갑게 웃으며, 바지를 내렸다.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렇지만, 그 순간만은 나도 몰래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화장식 혁명'이 시작되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여행객도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2012년 12월 시진핑이 중국 국가주석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화장식 혁명(厕所革命)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5년 8월에는 중국 국무원 판공실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화장실 혁명'을 정식으로 의제화됐다. 1년 동안 3만여 개의 화장실을 신축하거나 개조하는 정책이다.
 선전은 화장실 개선에 앞선 도시다. 위생적으로 개조한 선전공중화장실
ⓒ 조창완
중국에서 화장실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성은 지앙쑤성이다. 지앙쑤성은 2005년부터 개별적으로 화장실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허난 정저우, 후베이 우한 등이 도시 차원에서 2018년부터는 지앙시, 베이징, 네이멍구 등이 성시 차원에서 개조를 시작했다. 수세식으로 바꾸는 위생 개념 만이 아니라 유아용, 장애인용 등 인권 개념도 추가됐다. 2015년 11월에는 베이징 팡산구에 화장실을 '제5공간'(第5空间)으로 부리는 개량 사업이 시작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여행지는 큰 변화가 없었다. 가장 대표적인 여행지가 백두산과 장자제처럼 한국인이 많이 찾는 여행지였다. 이상하리 만큼 두 지역 화장실은 바뀌지 않았다. 특히 백두산 쪽 화장실은 악명이 높았다. 역시 한국인들이 개척했다고 할 수 있는 여행지인 장자제(張家界)도 화장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팬데믹 이후 괄목상대하는 중국 화장실

2000년부터 근 3년간 중국으로의 길은 봉쇄됐다. 이 기간 동안 중국 화장실도 많이 개선됐다. 중국 공중화장실의 개선은 서비스 인프라와도 상관이 있었다. 중국 공중 화장실이 척도 중 하나가 고속도로 휴게소(服務區)의 화장실이다.

2020년을 기점으로 중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개량이 급속히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저지장, 지앙쑤, 광둥성의 휴게소가 급속히 개선됐다. 음식점과 과일, 화장실 정도로 구성되던 휴게소가 스타벅스나 KFC, 패션 브랜드가 입점하고 화장실에도 좌변기가 설치되었다. 칸막이도 더 철저해졌다.
 선전은 화장실 개선에 앞선 도시다. 위생적으로 개조한 선전공중화장실.
ⓒ 조창완
가장 유명한 공중화장실은 선전(深圳 )의 제엔왕(卷王), 상하이의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最美厕所), '중국 화장실의 도시'( 中国厕所之都)를 주창한 산시성 린펀( 临汾) 등은 캠페인과 함께 화장실 문화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산시린펀우저우궈지광장의 공중화장실
ⓒ 조창완
다만 우리 여행객들이 많이 가는 백두산이나 장자제 지역의 화장실은 아직 개선 상태가 좋지 않다. 필자는 여행객과 함께 2025년 여름에는 베이징과 청더, 목란위장, 선양, 지안, 백두산 등지를 방문했다. 2025년 가을에는 고향 친구들과 장자제를, 2026년 1월에는 항저우와 황산, 윈난 쿤밍, 리장, 샹그릴라 등을 다녀왔다.

우선 화장실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은 곳은 백두산, 장자제 등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였다. 장자제의 경우 여행지는 물론이고, 호텔 내부 1층 화장실조차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은 느낌이 역력했다. 상대적으로 항저우나 황산, 베이징은 불만이 덜했다. 청더(승덕)에서 목란위장으로 가는 길에 진짜 중국 옛날 화장실을 찾았지만, 외국인을 맞아서 밝은 얼굴로 우리를 안내하는 중국인들로 인해 그 불편함이 덜 느끼는 것 같았다.

시스템 상으로 아직 불편함을 느끼는 점도 많다. 우선 중국 공항 등 최신식 화장실이 설치된 지역도 좌식 화장실의 50% 이상이 양변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미 대부분 양변기가 설치된 환경인 한국인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다만 좌변기 앞에는 그림으로 구분이 있는 만큼 선택해서 선택할 수 있다.
▲ 후탸오샤 트레킹중 만나는 하프웨이게스트하우스 화장실 천하제일 화장실이라 불린다.
ⓒ 조창완
중국 화장실을 말하면 그래도 빼 놓을 수 없는 화장실이 있다. 윈난 샹그릴라 후탸오샤(호도협) 트레킹 중에 들릴 수 있는 하프웨이게스트하우스의 화장실이다. 이곳 화장실도 개방형이지만 소변기든, 좌변기든 내부에 들어가면 앞에 위롱쉐산의 장경이 펼쳐진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이라는 별칭이 있다. 여전히 옆을 볼 수 있는 구조 그대로 있다. 주변은 설산을 볼 수 있는 객실로 리모델링 됐지만, 아직 이 화장실만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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