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사망 사건'의 감춰진 이야기... 그녀들은 왜 범죄자가 됐나

조혜민 2026. 2. 2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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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가 된 여자들] 더 이상 '낙태죄'가 없는 것, 맞습니까?

<‘범죄자’가 된 여자들>은 ‘여성 범죄자’라는 이름 아래 지워진 맥락을 다시 묻는다. 범죄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젠더·계급·장애·국적·연령 등이 교차하는 사회적 조건과 보호의 실패 속에서 발생한 결과로 바라본다. 보호받지 못한 삶이 '처벌의 언어'로만 호명되는 현실 속에서 폭력과 책임, 정의의 경계를 다시 사유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조혜민 기자]

 신생아 사망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 구조가 지속적으로 밀어낸 결과로 이해할 것인가.
ⓒ 오마이뉴스
나는 월경통이 심해 항상 진통약을 먹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월경통과 허리통증이 심해서 진통제를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열도 조금 나긴 했지만 몸살 기운 또한 매번 있었으니까 평범한 증상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결국 집에서 걷지 못하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당시 서 있기도 어려워서 가족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에 간신히 갔는데, 병원에서는 등을 몇 번 쳐보고 체온을 재더니 "왜 이제야 왔냐고" 하였다.

의사 선생님은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급성 신우신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다. 생전 처음 들어본 질환이었다. 무서운 것은 보통 내가 겪는 월경통도 이 정도 수준이기에 다른 질환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1주일을 입원해 치료받았다.

갑작스럽게 입원했기에 병원에서 업무를 이어갔고, 병원비를 걱정하는 가운데 주변 사람들에게 내 질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어렵게 다가왔다. 병원에서는 피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본 신우신염의 여러 원인들 중 하나는 성관계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설명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입원하는 동안 매일 토하고,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고통이 심했는데 그 와중에 혹시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대해 걱정하며 위축될 수밖에 없다니 씁쓸했다.

그 일은 내 몸, 정확히 말하면 몸 안에서 있을 수 있는 변화에 대해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예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졌다. 또한 이것이 내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각할 때, 아픔 이외에 내가 감당해야 할 두려움의 영역 역시 상당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의 변화에 대한 평가에는 사회적 규범, 고정관념이 반영된 '성차'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낙태죄',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먼 이야기가 아니다
 2019년 4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자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던 여성단체 회원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그렇기에 내게 '낙태죄'는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구든 그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예감하고, 나 또한 그 경계에 선 사람일 수 있다는 감각을 갖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추상적인 말이지만 나는 내가 '잘 살아간다'면 범죄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낙태죄'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 과정에서 고민 끝에 내가 결정한 것이 사회적으로 죄가 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단순한 결정이 아니었다. 임신중지는 죄가 아니며,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그 이후, 제도적 논의와 지원, 입법은 여전히 '공백'이지만 말이다.

그간 임신중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결정에 이르기까지 켜켜이 쌓아 올린 시간들이 있기에, 누구도 그 결정을 감히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후 그 사람들은 결혼을 하여 출산을 하기도 하고, 가족 구성을 선택하지 않고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각자의 삶 속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듯이 말이다. 이처럼 임신중지는 이미 여러 사람들의 생애사에 자리잡혀있고, 내가 속한 세대뿐만 아니라 과거의 엄마 세대에게도, 지금을 살고 있는 10대, 20대 여성들이 마주하게 되는 일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듣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임신중지를 고민하였으나 좌절되었고, 출산한 신생아가 사망함에 따라 범죄자가 된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 이 사건은 굉장히 '매끄러워' 보였다.

'임신을 한 여성이 주거지/모텔의 화장실에서 출산하였으나 신생아는 사망하였고 그렇게 내버려둔/살해한/책임이 있는 여성은 구속되었고,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사례들을 살펴볼 때 신생아 사망 사건은 전혀 매끄럽지 않았다. 내가 주목한 것은 이러한 신생아 사망 사건들이 패턴화되고 있으며, 사회구조적인 논의와 변화가 없다면 더 많은 여성들이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늦은 임신 인지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

A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어 임신 사실을 늦게 알았다. 양육이 어렵다고 판단해 임신중지를 원했지만 주수 제한을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시술을 거부당했다. 그렇게 A는 한 모텔의 화장실에서 홀로 신생아를 출산하였고, 사망했다.
B는 임신을 뒤늦게 확인하였으나 상대가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이미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이었기에 출산 이후의 삶 또한 자신이 없었고, 임신중지를 원했다. 하지만 의료기관으로부터 '가능한 주수가 지났다'는 답을 들었고, 인터넷을 통해 미프진을 구매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배송받아 복용하였으나, 며칠 뒤 진통 끝에 화장실에서 신생아를 출산하였고, 신생아는 사망하였다. 판결 과정은 B에게 엄마로서의 준비 부족을 계속해 지적했다. "임신 기간 동안 정기 검진을 받지 않았고", "출산 이후 필요한 육아용품을 전혀 구입하지 않았으며", "소독된 출산 도구가 갖춰지지 않은 집에서 출산했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두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기소되거나 선고받은 이들이 모두 임신중지를 필요로 했으나 의료기관에서 시술을 거부당했고,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취약한 상황에 있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사항은 수사를 비롯한 법적 과정과 언론 보도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

'모성의 형벌화'는 임신 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로도 나타난다. 임신 인지를 늦게 한 이들은 본인의 몸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챙기지 못했다는 사회적 평가를 마주하며, '모성애'가 결핍된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치부된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그러면 주수 제한 이전에 임신 중지를 받으면 그만'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초기에 임신 사실을 인지할 것이라는 정상규범에 근거한 말이기도 하다. 임신을 인지하는 시기는 여성마다 다를 수 있으며, 재생산 경험 또한 모두에게 같지 않다.

임신 중지와 늦은 임신 인지에 대해 다룬 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 증상이 거의 없거나 월경 기록을 기록하지 않은 경우, 평소에 약물을 자주 복용하는 경우, 월경 불규칙이나 만성 통증 등 임신과 유사한 증상으로 인해 임신 증상을 그 자체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보고한다. 즉 늦은 임신 인지는 예외적인 경험이 아닌 것이다.

'신생아 사망 사건' 의 패턴이 의미하는 것
 범죄를 양산하는 '구조'가 무엇인지 물어야 할 때다.
ⓒ unsplash
한편 그간 발생한 신생아 사망 사건의 양상은 놀라울 정도로 일관적으로 나타난다. 국내에서 2013년부터 2020년 영아살해죄로 선고된 1심 판결문을 검토한 연구에 따르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여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대상이 부재하였고, 혼전에 임신하여 주변에 알려질 것이 두려워 임신과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는 특징이 나타났다. 또한 자신의 주거지나 타인의 접근이 어려운 건물에서 출산하였다.

해외의 여러 선행연구에서도 이 양상은 유사하다. 1990년부터 2000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219건의 영아살해사건 중 신생아 살해사건을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여성 가해자는 압도적 다수로 미혼이었고, 이 아이들의 아버지인 남성들 대부분은 여성들이 출산한 무렵 이미 그들의 삶에서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또한 이들은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고립되어있어 임신사실이 알려질 경우 이미 취약한 지지체계마저 위태로워지지 않을까 두려워했고,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고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대개 화장실에서 출산하는데 분만 초기단계를 배변 욕구로 오인한 경우도 있으며, 분만과 출산의 전 과정을 침묵 속에서 견디게 된다.

이러한 범죄의 패턴은 개인의 성격이나 도덕성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이 반복적으로 만들어낸 상황이 존재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즉 범죄의 원인은 개인의 내부가 아니라 구조적 맥락에 있다. 임신 사실을 은폐하고,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고립된 공간에서 안전하지 못한 방식으로 출산하고, 사건 발생 이후에야 국가가 수사와 처벌로 개입하는 이러한 공통된 범죄 경로는 사전 개입이 부재한 사후 처벌 체계의 전형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즉 개인에게 여러 위험이 발생하는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다가 결과 발생 이후에만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법적 책임은 오직 여성에게만 귀속되어 남성은 이 과정에서 사라지고, 여성의 재생산과 돌봄은 자연스럽게 해야할 의무로서 작용된다. 이는 '형벌권 행사' 역시 명백히 젠더화된 방식으로 구성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여성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여성을 어떻게 통제하고 처벌할 것인가'로 설정하는 개입 방식은 한국 사회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Paltrow&Flavin(2013)의 연구에 따르면 1973~2005년 사이 미국에서 최소 413건의 임신한 여성에 대한 체포·구금·강제 의료개입 사례가 발생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태아 보호/위험'을 이유로 개입한 결과였다.

임신 중 약물 사용, 음주, 의료 권고 불이행을 두고 '태아 위험'으로 간주하여 여성에게 형사처벌, 법원의 의료 명령(원치 않는 제왕절개, 강제 입원 등)을 한 것이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사법적 개입이 작동한 것으로, 빈곤층·유색인종 여성일수록 개입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신생아 사망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 구조가 지속적으로 밀어낸 결과로 이해할 것인가는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된다. 만약 이러한 사건들이 무작위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범죄가 아니라,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조건에 반응하며 반복되는 현상이라면, 우리가 다시 묻고 점검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임신중지가 가능했다면, 충분한 의료적 지원이 있었다면, 사회적 도움과 지지체계에 낙인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충분히 다른 경로로 흘러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이 필요로 했지만 끝내 제공되지 않았던, 지연된 도움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이 범죄를 양산하는 것은 무엇일지 물어야 할 때이다. 더 이상 '낙태죄'는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 자료] -김성희·성현준·성나경. (2021). 「한국 영아살해 고찰」. 교정연구, 31(2), 3–28. -손의정. (2022). 「임신거부증 담론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 재생산 경험의 구획」. 석사학위논문, 이화여자대학교. - Paltrow, L. M., & Flavin, J. (2013). Arrests of and forced interventions on pregnant women in the United States, 1973–2005: Implications for women’s legal status and public health. Journal of Health Politics, Policy and Law, 38(2), 299–343. - Foster, D. G., et al. (2021). Timing of pregnancy discovery among women seeking abortion. Contraception, 104(6), 642–647. - Meyer, C., & Oberman, M. (2001). Mothers who kill their children: Understanding the acts of moms from Susan Smith to the "prom mom". New York: New York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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