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우리 헌법, 독일과 내용 완전 달라”…재판소원 도입 다시 비판

최서인 2026. 2. 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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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전담재판부가 본격 가동을 시작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오는 24일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에 대해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회를 설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80년 사법제도 틀 바꾸는 것…독일과 한국 달라”


조 대법원장은 23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편 3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알다시피 이번 법안들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사항에 해당될 수도 있는 중대한 내용이다.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사법개편 3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고 있지만, 우리 헌법은 독일과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며 “그렇기 때문에 공론화를 통해 각계각층 전문가의 의견과 국민 의견을 폭넓게 듣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을 국민들과 국회에 거듭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독일은 헌법상 헌법재판소가 법원 우위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는 재판소원의 모델로 거론되는 독일에서는 연방헌법재판소가 헌법상 연방법원의 우위에 있어 한국 헌재-대법원과는 헌법상 관계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독일에는 일반·행정·노동·사회·재정 분야별로 5개의 대법원(연방최고법원)이 있고 그 아래에 지방법원(1심)과 고등법원(2심)이 있다. 확정판결 이후에도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느끼는 경우 연방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독일은 우리의 헌법과 비슷한 기본법에서 사법권을 연방헌재와 연방법원이 행사한다고 정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헌법은 대법원을 ‘최고 법원(101조 2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대법원을 넘어서 재판을 하게 하는 재판소원법은 실질적 ‘4심제’ 도입으로 위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법왜곡죄 역시 독일에 도입돼 있다는 점이 입법 근거가 됐다. 다만 독일에서 법왜곡죄(형법 339조)는 나치 정권이 끝난 후 나치 부역 판사를 처벌하거나, 서독과 동독 통일 후 동독에 부역했던 판사를 처벌하는 등 과거사 청산 목적으로 적용됐다. 독일 연방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2002~2017년까지 법 왜곡죄로 73건의 재판이 이뤄졌고 56건이 유죄를 받았는데, 대부분 구 동독 시절의 사법 불법에 따른 것이다.


법조계선 “법왜곡죄는 문명국가의 수치”


추미애 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법왜곡죄는 그간 민주당 내부에서도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법안이다. 이 법안은 판사나 검사가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내기 위해 법리를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통과 전부터 “법 왜곡의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진수 법무부 차관)이며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와 법 왜곡을 어떻게 구별할지 어렵다”(배형원 전 법원행정처 차장)는 비판이 나왔다. ‘법을 왜곡하면 처벌한다’는 추상적 규정이 자칫 이현령비현령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원로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1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만나 “법왜곡죄는 문명국가의 수치”라며 “판사가 재판 잘못했다고 처벌하는 건 재판 제도 자체를 부인하는 것과 같다”고 직격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 역시 지난해 12월 성명을 내고 법왜곡죄에 대해 “법관의 독립적 직무수행을 위축시킬 수 있는 형사처벌 규정의 신설에는 구성요건의 명확성 등 엄격한 헌법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같은 달 정기회의를 열고 법왜곡죄·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해 “위헌성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법관 정원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대법관 증원법’을 두고는 현행 법관 인력 구조 아래에서는 하급심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법원에 적체된 상고심 사건이 분산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하급심 재판 지연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의원들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안건 거수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를 갖고 ‘사법개혁 3법’을 국회 법사위에서 의결한 원안대로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3법은 ▶법왜곡죄 도입(형법 개정안) ▶재판소원 허용(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앞서 법원은 수차례 국회에 의견서를 내고 우려의 의견을 밝혔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에서 여러 차례 우려 의견을 냈는데도 국회에서 강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라는 질문에는 “대법원에서는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국회를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설득하고 의견을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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