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연재 3년째 지속하는 비결... 매일 출석, 30분의 힘 [배우 차유진 에세이]
1994년 연극으로 데뷔해 영화와 연극,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차유진의 사는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차유진 기자]
오마이뉴스에 〈배우 차유진 에세이〉를 연재하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처음의 의도는 단순했다. 취미로 써오던 글을 흘려보내지 않고, 주기적으로 차곡차곡 쌓아보고 싶었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다 보니 '마감'이라는 약속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인터뷰를 계기로 인연을 맺은 <오마이뉴스> 유지영 기자의 제안으로 한 달에 한 편씩 써온 글들이 어느새 서른일곱 편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독자들이 생겼고, 소재나 글쓰기 방식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도 계셨다. 애초에 업으로 삼은 일이 아니기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글을 쓰며 얻은 배움만큼은 아낌없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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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메모장에 출석해서 30분. 소재는 우연처럼 찾아오지만, 완성은 루틴이 만든다. |
| ⓒ 오마이뉴스 |
글의 주제를 미리 정해 쓸 때도 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짧은 단상이나 사색도 끄적끄적 메모로 남겨둔다. 글쓰기는 '지금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매일 한 문장, 두 문장을 메모장 앱에 적어 둔다. 중요한 것은 습관처럼 기록하는 일이다. 씨를 뿌리듯 남겨둔 메모들이 어느 정도 자라나면, 그제야 본격적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
이 지점부터는 루틴을 적용한다. 이른 아침이든, 오후든, 늦은 저녁이든 상관없다. 하루에 두세 단락 정도를 꾸준히 다듬는다. 다만 가능하다면 점심 이후의 나른한 시간보다는 이른 아침을 권하고 싶다. 세상의 움직임이 잠시 멈춘 때라 집중이 잘 되고, 머릿속도 비교적 맑아 새로운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글쓰기를 하며 얻은 소소한 발견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을 지키기 위해 질리지 않는 것이다. 하루 30분, 단 몇 줄이면 충분하다. 핵심은 매일 메모장 앱을 여는 '출석'에 있다. 그렇게 남긴 문장들이 모여 결국 한 편의 글이 된다. 소재는 우연처럼 찾아오지만, 완성은 루틴이 만든다.
잘 쓰려는 마음은 오히려 글에 힘만 들어가게 한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서툴더라도 솔직한 문장이 훨씬 담백하다. 물론 적확한 뜻을 찾기 위한 집요함과 인내는 필요하다. 하지만 문장 속에서 어울리는 낱말을 퍼즐 맞추듯 끼워 넣는 과정 또한 글쓰기의 즐거움이다.
글을 쓰며 얻은 또 하나의 선물은,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내 일상도 따뜻한 사랑의 온기로 서서히 물들어 간다. 글 속의 주인공들이 위로를 받았다며 감사의 문자를 보내올 때면, 가슴 한켠에서 잔잔한 울림이 일렁인다.
글쓰기는 자기 배려
내 삶을 구원하기 위해 쓴 글이 누군가에게도 치유가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 이러한 기쁨은 다음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된다. 한 편의 글을 정성껏 선물 포장하듯 쓰고 다듬는 동안, 나의 마음가짐도 한결 단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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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삶을 구원하기 위해 쓴 글이 누군가에게도 치유가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 |
| ⓒ art_pilgrim on Unsplash |
매일 무수히 쏟아지는 숏폼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에 글을 쓰며 자신의 일상을 사유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루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 자체로 이미 '자기 배려'를 실천하는 행위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오늘 하루의 장면을 몇 줄이라도 적어보길 권하고 싶다. 바깥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마음에 조금 더 귀 기울여보기를. 그 순간, 스스로에게 솔직히 말을 걸고 소외되었던 존재감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든든한 벗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 내 하루를 가장 성실하게 지켜주는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다.
덧붙이는 글 |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며, 수필과 인터뷰 등 여러 형식으로 사유의 기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면을 내어준 오마이뉴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조금 더 눌러앉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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