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어라"도 "벗어라"도 간섭이다, 학교에 결정권을 맡겨라
[손명선 기자]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교복 가격을 '등골 브레이커'라고 지적했다. 불과 8일 만에 교육부·공정위·기재부·기획예산처·중기부 등 5개 부처가 세종청사에 모여 합동회의를 열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정장 형태의 교복이 꼭 필요한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언론 역시 "80만 원 교복", "정장 교복이 꼭 필요한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앞다퉈 내걸었다.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가계 부담을 덜어보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교육 현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문제 제기 자체는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 이후 8일 만에 5개 부처가 움직인 속도와 규모는 과도해 보인다. 그 방향 또한 우려스럽다. 교복 문제를 명분으로 학교의 자율적 결정 구조를 다시 중앙의 관리 대상으로 되돌리는 흐름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현장은 이미 자율화되어 있고 안정적이다
교복 가격은 비밀이 아니다. 각 시·도교육청은 해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교복 학교주관구매 가격 상한제' 가이드라인을 학교에 안내한다. 2026학년도 기준 동복(자켓·조끼·셔츠·바지/스커트) 약 23만 6000원, 하복(상의·하의 또는 생활복 세트) 약 9만 6000원으로, 합계 약 33만 2000원이 상한선이다.
예컨대 경기도교육청은 '교복 학교주관구매 가이드북'을 통해 2단계 입찰제(규격·가격 분리 동시입찰),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G2B) 공고, 교복선정위원회(교직원·학부모·학생 대표 참여) 운영, 청렴계약제, 품질심사 및 감점제, 제품 만족도 조사까지 비교적 촘촘한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교육청과 학교가 공개적으로 관리하는 사안을 두고 5개 부처가 나서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무엇을 새로 확인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생활안전부장으로 3년째 교복 업무를 맡고 있는 교사의 설명은 분명하다.
첫째, 교복·생활복·체육복은 무상교복 지원금 범위 안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학생 1인당 지원금이 학교로 배정되면 학교는 품목을 정하고, 업체 견적을 받은 뒤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논의해 최종 결정한다. 절차는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있다.
둘째, 복장 선택권은 이미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다. 많은 학생이 정장형 교복보다 생활복을 선호해 실제 착용 비율도 높다. 학년별 체육복 색상을 달리하는 사례 역시 학생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셋째, 경기도교육청 가이드북에는 자유복장(교복 자율화), 드레스코드 통일, 비정장형 교복 중심 운영 등 다양한 선택지가 제시되어 있다. 교복을 유지할지, 형태를 바꿀지, 자율복장으로 전환할지는 교육공동체가 결정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현장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는 제도를 두고 외부에서 "혼란스럽다"거나 "제도가 미비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일부 사례를 전체로 일반화한 판단에 가깝다.
자율을 넓히는 방식의 지원이 해법이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제기되는 강한 불만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제도가 없어서라기보다 지역별 지원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경남도민일보>의 '등골 브레이커 교복값 60만 원 논란... 경남은' 보도에 따르면, 경남의 교복 상한가는 동·하복 1벌 기준 34만 3625원이다. 교복 지원금은 1인당 최대 30만 원을 현물로 지원하며, 학교가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면 교육청이 해당 인원에 맞춰 지원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체육복은 별도로 현금 지원하고, 교복 형태와 세부 구성은 학교 자율에 맡긴다.
이처럼 제도는 지역마다 존재하지만, 지원 범위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어떤 지역은 교복만 지원하고, 어떤 곳은 생활복과 체육복까지 폭넓게 지원한다. 이러한 편차가 체감 부담의 차이로 이어지면서 가장 열악한 사례가 전체의 모습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대규모 합동회의가 아니라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행정적 지원이다.
정부가 현장을 돕고자 한다면 조사나 규제보다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지원금 명칭을 '교복 지원금'에 한정하지 않고 '입학준비금'으로 운영하며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 교복뿐 아니라 태블릿PC, 도서, 체육복 등 교육에 필요한 물품을 폭넓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 선택권을 확대한 사례다.
지원금을 특정 품목에 묶어두지 않을 때 '교복을 입을 것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보다 유연해진다. 변화한 소비 환경을 거슬러 새로운 규제를 덧붙이는 방식은 행정력만 소모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참에 교복을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위에서 '입어라' 하는 것도, '벗어라' 하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방식의 개입이다. 교복 착용 여부와 형태는 이미 다수 학교에서 교육공동체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교복 논란의 핵심은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학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 곧 학교자치의 문제다.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학생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현장의 판단을 신뢰하고, 필요한 지원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학교는 생각보다 민주적이며, 이미 조금씩 변화를 축적해가고 있다. 대대적인 조사나 일률적 지침보다 각 학교 공동체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일. 그것이 지금 교육 현장에 필요한 진정한 '입학 선물'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언론창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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