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5분’ SC 제형 의약품 개발 가속…“글로벌 블록버스터 도전”
알테오젠, 빅파마들과 잇따라 개발 계약
환자 편의성 극대화…“병원 방문 부담 줄여”

정맥에 1시간 이상 링거를 맞아야 했던 항암·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이제 5분 내외의 간편한 피하주사(SC)로 바뀌고 있다.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이 정맥주사(IV) 중심에서 환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SC 제형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신약 경쟁 구도도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면역항암제뿐만 아니라 치매, 자가면역질환 의약품이 SC 제형으로 개발되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SC 제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SC 제형은 병원에서 1시간 이상 정맥에 약물을 투약해야 하는 기존 IV 제형 대비 투약 시간이 3~5분 수준으로 짧고, 효과는 동일하다. 환자가 자가주사를 통해 용량 조절도 쉽게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은 SC 제형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SC 제형화 플랫폼 기술 내재화를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 확장에 나섰다. 이 기술은 피부 아래 조직에 존재하는 히알루론산(HA)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약물 확산을 쉽게 하는 방식이다. HA 분해를 통해 주사 부위의 조직 공간이 넓어지고 흡수성이 높아질 수 있다. 분해된 HA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재생해 안전성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이런 특성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고농도·고용량의 제품을 SC 형태로 개발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이 기술이 적용된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SC’(개발명 CT-P6 SC, 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에 대해 지난해 2월부터 허가용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 환자 투여를 모두 완료해 유럽과 국내 규제기관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이미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 성분명 인플릭시맙)를 글로벌 시장에 상용화했다. 램시마SC는 지난해 약 8394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내며 전년(6007억원) 대비 약 40% 가까이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를 고려할 때 램시마SC가 올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은 향후 더 많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과 신약 파이프라인에 SC 전환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허쥬마SC 개발에서 나아가선 SC 제형 변경 역량을 외부 고객사에도 제공하는 제형 변경 위탁생산(CMO) 사업으로의 확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허 절벽’ 글로벌 빅파마, SC 제형으로 돌파
글로벌 제약사들의 SC 제형 의약품 개발도 활발하다. 그 중심에 알테오젠이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자회사인 테사로와 최대 4200억원 규모의 SC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테사로는 알테오젠의 ‘ALT-B4’ 플랫폼을 PD-1 면역항암제 ‘도스탈리맙’(제품명 젬퍼리주)에 적용해 SC 제형을 개발 및 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젬퍼리는 지난해 매출 약 6억달러(약 8840억원)를 기록한 dMMR(DNA 복구 기능 결함) 자궁내막암 치료제다. 지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 승인 이후 2023년 정식 승인받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는 전년 대비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사로 계약은 2024년 11월 체결된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의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양성 유방암 ADC(항체약물접합체) 치료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 SC 제형 개발 계약과 구조가 유사하다. 엔허투 글로벌 매출은 2024년 기준 27억8000만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MSD(머크)의 ‘키트루다SC’(미국 제품명 키트루다 큐렉스,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역시 알테오젠의 ALT-B4가 적용됐다. ALT-B4는 알테오젠이 개발·제조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SC 전환 효소)로, 기존 IV 제형 의약품을 SC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기술이다. 키트루다SC는 FDA 허가를 받아 미국 내 상업화에 나선 데 이어 지난해 11월엔 유럽에서 승인된 키트루다의 모든 33개 적응증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韓 바이오 기업, SC 전환 플랫폼 개발 경쟁
알테오젠 외에도 국내 기업들의 SC 제형 전환 플랫폼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휴온스랩은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플랫폼 SC 제형 플랫폼 ‘하이디자임(HLB3-002)’을 개발하고 있다. 휴온스랩은 올해 하반기 중 하이디자임주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아 성형, 피부, 통증 및 부종치료 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아미코젠은 글로벌 SC 제형 시장 진출을 위해 차세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관련 특허를 보완했다. 현재 상용화된 히알루로니다제 제품들은 면역원성, 낮은 효소 활성, 열 안정성 부족 등의 한계를 안고 있다. 특허 분쟁 리스크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아미코젠의 신규 히알루로니다제는 피부 유래 효소 기반으로 설계돼 중성 pH 환경에서도 높은 활성과 우수한 열 안정성을 유지하며 면역 반응 유발 가능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SC 제형 의약품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피하주사제 시장 규모는 2019년 212억달러(한화 약 30조원)에서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10.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특허 절벽’을 앞두면서 제형, 용법, 공정 등 다양한 개량 특허를 추가해 독점 기간을 연장하는 이른바 ‘에버그리닝 전략’을 펼치며 기존 의약품의 SC 제형 전환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역항암제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처럼 장기간 반복 투여가 필요한 약물은 환자 편의성과 복약순응도가 치료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IV 대비 투약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SC 제형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고령 환자 비중이 높은 암이나 치매 영역에선 병원 방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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