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석태 (15) 제자로 만난 임정선 사관, 동료에서 부부의 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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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영국 유학을 마치고 구세군사관학교 교관으로 복귀했다.
임 후보생이 험한 사관의 길을 택한 사연은 기구했다.
세상의 안락함을 버리고 스스로 가난한 사관학교를 찾아온 '영적 도피자'였다.
75년 11월 마침내 우리는 부부의 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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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음대 출신의 엘리트 임 후보생
폐 수술 후 병약한 모습 늘 마음 쓰여
그림자처럼 도와주다 주변 권유로 결혼

1974년 영국 유학을 마치고 구세군사관학교 교관으로 복귀했다. 강의실에 유독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다. 임정선 사관후보생. 당시로선 드문 서울대 음대 출신의 엘리트였다.
임 후보생이 험한 사관의 길을 택한 사연은 기구했다. 대학 졸업 후 그녀는 오빠로부터 결혼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평생 독신으로 하나님만 섬기겠다”는 확고한 서원이 있었다. 결국 그녀는 집을 뛰쳐 나왔다. 세상의 안락함을 버리고 스스로 가난한 사관학교를 찾아온 ‘영적 도피자’였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북에 가족을 두고 죄책감 속에 독신을 고집하던 나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이유로 이곳에 온 동병상련의 처지였다.
하지만 이내 그녀에게 시련이 닥쳤다. 입교 직후 폐결핵 3기 판정을 받아 폐 일부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졸업 후 동료 교관이 된 후로도 그녀는 위태로워 보였다. 수술 후유증으로 늘 숨이 찼고, 창백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렸다.
“하나님께 헌신하겠다”던 그 강철 같은 의지가 육체의 연약함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 나는 그녀가 당직을 서는 날이면 슬그머니 대신 서주기도 하고, 무거운 짐을 말없이 들어주며 병약한 동료의 곁을 지켰다. 남녀 간의 설렘이라기보다 깊은 인간적 연민이었다.
우리를 결정적으로 묶어준 건 주변의 권유였다. 당시 케언스 정령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 “김 교장, 현실을 보시오. 구세군 교인의 70%가 여성인데 혼자서 어떻게 다 지도하겠소. 임 사관과 결혼하는 게 사역을 완성하는 길입니다.” 반박할 수 없는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임 사관 역시 건강 문제로 사역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터였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딱 6개월만 기도해보자”고 약속했다.
기도가 깊어질수록 내 안의 고집보다 동역의 확신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음악에 문외한인 내게 음대 출신의 그녀는 목회의 빈 곳을 채워줄 완벽한 파트너였다. 병약한 그녀에게 나는 든든한 보호자가 돼줄 수 있었다.
서로 살아온 배경도, 성격도 정반대였지만 그 다름이 오히려 축복이었다. 투박한 내게 없던 섬세함을 그녀가 채워줬고, 그녀의 연약함을 내 강인함으로 감싸 안을 수 있었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 이것이 하나님이 원하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길’임을 깨달았다.
75년 11월 마침내 우리는 부부의 연을 맺었다. 구세군은 부부가 동등한 자격으로 사역하는 ‘동부인 제도’를 택하고 있다. 결혼식 날, 나는 아내의 손을 잡으며 속으로 다짐했다. ‘하나님, 제 독신의 서약을 거두는 대신, 이 사람과 둘이서 하나 돼 갑절로 충성하겠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결단에 큰 선물을 더해줬다. 이듬해 태어난 아들은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축복이었다.
정리=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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