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춘절 ‘25만 중국인’ 몰려온 명동 ‘들썩들썩’
화장품·패션·호텔 등 밀집 명동 찾아
유통업계 ‘큰 손 모시기’ 총력전 나서
백화점은 ‘K컬처 체험’ 등 승부수
면세점은 할인·경품 이벤트 등 다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를 맞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다시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19일 오후 찾은 명동 일대에는 가족 단위와 젊은 여행객들이 뒤섞여 활기를 더했다. 식당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이어졌고, 쇼핑백을 든 관광객들이 골목을 오가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기온이 5도 안팎으로 비교적 온화해진 가운데, 거리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 스피커에서는 외국어 안내 방송과 홍보 문구가 흘러나왔고, 관광객들의 대화 소리가 어우러지며 일대는 활기를 띠었다.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한산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중국인 여성 A씨(30)는 지난 12일 한국을 방문해 서울과 부산에 총 11일간 머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 머물며 명동과 성수동, 여의도 등을 둘러봤지만 “명동이 가장 쇼핑하기 좋았다”고 전했다.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가 밀집해 있어 비교가 쉽고 할인 행사와 택스리펀 혜택이 커 만족도가 높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춘절 기간 서울 방문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홍콩에 거주하는 세 아이의 엄마 B씨(44)도 춘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았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라는 그는 식사와 쇼핑의 편의성을 고려해 명동 인근에 숙소를 잡았다고 밝혔다. B씨는 “서울은 쇼핑 천국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백화점은 면세점보다도 상품 종류가 더 다양하고 택스 리펀드 절차도 간단해 쇼핑이 수월했다”고 평가했다.
명동은 코로나19 이전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던 대표 관광지로 꼽혔다. 화장품과 패션 매장, 호텔, 음식점, 환전소 등이 밀집해 있어 짧은 일정에도 효율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 관광 수요가 회복되면서 과거 방문 경험이 있는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명동을 기점으로 한 서울 여행이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이 확대되며 방문 문턱이 낮아졌고, 중·일 갈등 여파로 일본 대신 한국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등 외신은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 여행을 기피하면서 한국이 춘절 해외여행 인기 목적지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춘절 이동 기간 약 25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 대비 약 1.5배 증가한 규모라는 분석이다. 또 올해 중국 춘절은 이달 15일부터 23일까지 총 9일로 사상 최장 연휴였다.
유통업계는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에 맞춰 명동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달 30일 롯데백화점 본점 맞은편에 종합 편집 매장 ‘무신사 스토어 명동’을 열고 외국인 고객 유치에 나섰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이어지는 대형 매장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 쇼핑 편의성을 높였다.
기존에 운영 중인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도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매장의 중국인 고객 매출은 올해 춘절 기간 전년 대비 2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신사 관계자는 “최근 실용성을 중시하는 중국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트렌디한 디자인, 높은 품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문화기업 LF는 명동에서 약 1200㎡ 규모의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서울’을 운영하며, 외국인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명동역 인근 입지를 활용해 무료 러기지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티커 사진 부스와 전시 등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했다. LF 관계자는 “명동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관광객 증가뿐 아니라, 대형 플래그십을 통해 공간의 역할이 재정의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명동은 판매 효율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과 경험을 보여주는 무대이자 글로벌 시장을 향한 전초기지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도 명동 재출점을 검토하고 있다. 2021년 코로나19와 불매운동 여파로 철수한 이후 복귀가 성사될 경우, 이는 명동 상권 회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9일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코오롱스포츠 서울’을 열고 아웃도어 수요 공략에 나섰다. 중국에서 2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코오롱스포츠는 명동을 글로벌 브랜드 도약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백화점 업계도 중국인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쇼핑 혜택에 K컬처 체험 요소를 더해 ‘여행형 소비’ 수요를 겨냥한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춘절 연휴 동안 외국인 대상 프로모션을 통해 K굿즈 증정과 K뷰티·패션 체험 행사를 운영했다. 명동 본점에서는 춘절 상징인 ‘홍바오’에 상품권을 담아 제공하고, 8% 상품권 증정 행사도 진행했다. 박상우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올해는 역대 최장 춘절 연휴로 방한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할인 중심이 아닌 K컬처 체험형 프로모션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미디어파사드 콘텐츠를 앞세워 K컬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크리스마스 시즌 영상과 K팝, 국가유산 콘텐츠 등을 상영하며 관광객 유입 효과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명품 브랜드를 집결시킨 ‘럭셔리 맨션’을 통해 하이엔드 수요 공략에 나섰다. 춘절 기간에는 추가 환급과 함께 유니온페이·위챗페이 할인, 중국 은행 카드 캐시백 등 결제 혜택을 확대해 실질적인 구매 유도에 집중했다.
면세업계는 춘절 연휴를 맞아 중국발 크루즈 관광객과 자유여행객 회복 흐름에 맞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구매력이 높은 단체 관광객이 포함된 크루즈 입항에 맞춰 중국인 고객 유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일 인천항에 입항한 대형 크루즈 ‘MSC 벨리시마호’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 2300여명을 명동본점으로 유치했다. 절강상회 사장단 등 구매력 높은 단체가 포함됐으며 화장품뿐 아니라 가방·시계 등 고가 상품 구매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중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결제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우고, 포인트 지급 프로모션을 통해 실질적인 결제 편의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라면세점은 명동 눈스퀘어에서 코리아그랜드세일 부스를 운영하며 멤버십 업그레이드와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위챗페이·알리페이 결제 고객 대상 즉시 할인과 선불카드 증정 행사도 이어가며 중국인 관광객 공략에 나섰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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