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억에 주식도 주겠다”… 몸값 뛰는 한국 반도체 인재

박선영,손재호 2026. 2. 23.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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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美 빅테크 인력 쟁탈전… 韓 비상
머스크 직접 나서 SNS 채용 공고
엔비디아도 파격조건으로 러브콜
가족 전체 이주… “가겠다고 줄 설 것”
삼성·SK, 보상 확대·투자 ‘수성전’
AI 생성이미지


‘K-반도체 인재’를 향한 세계의 구애가 뜨겁다. 과거 중국이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인재 흡수에 앞장섰다면, 이제는 미국의 거대 기업들까지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인재들을 지켜내야 하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고액 연봉과 ‘네임 밸류’를 앞세운 빅테크에 맞서려면 보다 파격적인 ‘당근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성과에 걸맞는 보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SK하이닉스가 올해 기본급의 2964%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기존 기본급의 1000%·연봉의 50%이던 성과급 지급 한도를 없앴다. 대신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하기로 했다. 실적이 좋으면 보상도 커진다는 인식을 심기 위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2일 “반도체 산업이 언제나 호황기일 수는 없지만, 일한 만큼 보상이 따라오면 성취감은 올라가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인재 발전을 위한 교육에도 투자가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무별·수준별 실무 교육을 제공하는 ‘DS 유니버스티(University)’를 운영 중이다. 국내외 대학과 연계해 학술연수나 방문연구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SK하이닉스 역시 대학 학제 체계와 맞먹는 사내교육 플랫폼 ‘SKHU(SK하이닉스 유니버스티)’을 구축했고, 국내외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딸 수 있도록 지원을 펼치고 있다.


해외 인재를 역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삼성전자는 국내 석·박사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진행해오던 ‘테크&커리어’ 포럼을 해외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는 ‘SK 글로벌 포럼’을 통해 인재를 물색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곽노정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럼 현장을 직접 찾는 등 적극적인 영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늘 ‘사람이 부족하다’는 반도체 산업이지만, 최근 테슬라,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들의 주문형반도체(ASIC) 제작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인력난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AI 반도체 분야의 최강자 엔비디아도 폭증하는 수요에 인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들 기업은 현재 모두 한국과 미국에서 근무할 고대역폭메모리(HBM) 엔지니어를 모집 중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태극기 이모티콘과 함께 테슬라코리아 채용 공고를 공유하며 “한국의 유능한 엔지니어들은 테슬라와 함께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한 5~12년 차 경력직을 찾고 있다. 최대 4억원에 가까운 연봉과 주식 지급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계에서도 이런 기류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010년대에는 중국이 한국 반도체 인재를 집중 공략하며 ‘경계대상 1호’로 여겨졌다. 하지만 짧은 계약 기간과 더불어 ‘기술만 빼먹고 버린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현재는 중국행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가족 전체가 이주하기에도 좋고 연봉 절댓값도 한국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한 반도체 기업 종사자는 “가족을 데려갈 수 있다는 조건만 붙어도 미국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인력 쟁탈전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인재의 이동을 막거나 해외로 나간 이들을 불러들일 유인책은 딱히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전환(AX) 대학원 등 인재 ‘양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이 국내 인재를 끌어가려는 현황은 부처 차원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는 사안”이라며 “향후 정책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인재 ‘수성’만 잘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에 활력이 더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빅테크 CEO까지 나선다는 것은 한국 반도체 인재의 가치가 그만큼 존중받는다는 증거”라며 “기업 간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전망이 널리 알려지고,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늘어나 결국 인재 풀이 확장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영 손재호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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