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영의 문화가 암시하는 사회] ‘거대 사기극’? NFT 아트 시장 몰락의 교훈

오늘(23일),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던 NFT(대체불가토큰) 플랫폼 ‘니프티 게이트웨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018년 설립되어 2021~22년 NFT 광풍을 주도했던 이곳이 문을 닫는 이유는 NFT 거품이 꺼진 뒤 거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한때 수천만 원에 거래되던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디지털 그림들은 현재 가격이 고점 대비 90% 이상 빠졌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2022년 또다른 플랫폼 오픈시에서 무려 130만 달러에 구입한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 NFT는 올해 1만2000 달러로 쪼그라들어 99%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 NFT는 디지털 아트일 뿐만 아니라 코인과 사이버 클럽 회원권이 결합한 상품이었으나 폭락을 면치 못했다. 비버는 ‘셀럽들의 홍보에 속아서 저 쓸모없는 원숭이 NFT를 샀다’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고소까지 당했으나, 해당 소송은 2025년 기각되었다. 영국 인디펜던트 지에 따르면 “현재 NFT의 95%는 아예 가치가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디지털 휴짓조각’ 신세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2022년 약 130만 달러에 구입한 BAYC(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 NFT #3001. [사진 오픈시]](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3/joongang/20260223002042487ztkz.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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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FT 거래 급감에 플랫폼 폐쇄
국내에도 NFT 아트 사기 잇따라
투자자 조롱 작가 비플 승승장구
신기술 현혹에 냉정히 질문해야
」
디지털 휴짓조각 된 NFT
NFT 아트 광풍의 시작은 2021년 3월 크리스티 경매였다.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만)이 5000일간 매일 그린 디지털 그림을 모은 ‘에브리데이스: 첫 5000일’이 약 780억 원에 낙찰된 순간이다. 비플은 순수미술 작가가 아닌 그래픽 디자이너였고, 그의 작품은 회화보다 게임 이미지에 가까웠다. 전통 미술계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예술의 민주화’라 환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무단 복제가 쉬운 디지털 아트를 ‘NFT화’함으로써, 즉 블록체인에 기록해 ‘원본 증명서’를 붙임으로써, 거래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는 미술계에서도 많은 이들이 동의했고 지금도 그렇다. 문제는 NFT화되었다고 작품의 질이 특별해지는 것은 아닌데, 마치 그런 것처럼 홍보되며 엄청난 가격 거품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당시 경매 과정부터 수상한 구석이 있었다. 낙찰자는 NFT 펀드를 운영하는 ‘메타코반’이었는데, 그는 이미 비플의 다른 작품 20점을 보유하며 이를 조각낸 ‘B20’이라는 토큰을 발행한 상태였다. 비플의 작품이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하자 B20 토큰 가격도 폭등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새 시대 거장(?)의 작품에 조각 투자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개당 28달러까지 치솟았던 B20 토큰은 2026년 현재 4센트(약 50원)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원금의 99.8%를 날렸고, 열풍을 촉발한 크리스티는 지난해 가을 디지털 아트 부서를 조용히 폐쇄했다. 이러니 ‘NFT 열풍은 거대한 사기극이었다’는 절규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NFT 시장이 과열된 ‘버블’이었다고 해서 모든 버블을 ‘사기’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버블은 과열된 기대와 과대평가, 모방 심리, 유동성, 제도 미비 등이 결합한 시장 현상이다. 다만 버블에는 늘 사기꾼이 따라붙는다. 첫째,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장’과 둘째, ‘기술이 복잡해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이 겹칠 때 사기꾼은 축제를 벌인다.
정보 비대칭·신기술 결합이 사기극 토양
정보 비대칭이 극대화된 현대미술 시장은 첫째 조건을 충족한다. 고전 미술의 시대에는 미켈란젤로 조각과 무명작가 조각의 수준 차이를 일반인도 구별할 수 있었다. 반면에 테크닉보다 콘셉트를 중시하는 현대미술은 평론가·미술관·상업갤러리·수퍼리치 컬렉터 같은 엘리트 서클의 가치 판단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일반인은 “이것이 왜 명작인가”라는 질문 앞에 무력해지고, 사기꾼은 이 지점에 가짜 권위를 세운다. 여기에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이 얹히면 두 번째 조건까지 충족된다. 대중에게 신기술은 ‘어렵지만 뭔가 대단한 것’으로 인식되며, 사기꾼들은 전문 용어로 논리적 비약을 감춘다. 현대미술의 정보 비대칭과 신기술 금융의 복잡성이 만나 ‘사기극의 훌륭한 토양’이 완성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피해는 속출했다. 유명 미술가의 실물 작품을 확보하지 못한 채로 그 작품을 NFT화하고 쪼개어 코인으로 발행한다며 투자자들에게 돈을 뜯은 경우부터 미술가들에게 접근해 작품을 NFT화해서 큰 수익을 올리게 해준다며 작품을 대가 없이 가져간 사례 등등이다. 이들은 지금 대부분 기소되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손해는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고의적 사기가 아니었지만 거품 붕괴로 사업자와 투자자와 이티스트가 함께 손해 본 케이스는 더욱 많다.
이 혼돈 속에서 가장 주목할 인물은 역설적으로 ‘NFT 버블의 아이콘’ 비플이다. 그는 거품 붕괴 후에도 잘 살아남아 많은 투자자를 화나게 하고 있다. 경매 직후 “이건 완전 거품”이라 선언하며 면죄부를 챙겼고, 또한 낙찰가로 받은 이더리움을 즉시 달러로 환전해 ‘NFT아티스트가 암호화폐를 불신하네?’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실리를 확보했다. NFT가 폭락한 후 그는 수많은 증오 메일을 받았다고 털어놓았지만, 굴하지 않고 그것조차 작품 소재로 사용하며 2026년 현재까지도 매일 한 점의 작품을 그리는 ‘에브리데이스’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화제가 된 ‘레귤러 애니멀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으로 일론 머스크(아래), 저커버그 등의 얼굴을 한 로봇 개로 구성했다. [AFP=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3/joongang/20260223002044969hblr.jpg)
최근 비플은 AI로 눈을 돌렸다. 2025년 말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기괴한 작품 ‘레귤러 애니멀스’를 선보여 이 아트페어의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일론 머스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같은 IT 거물들의 얼굴을 한 AI로봇 개들이 관람객을 촬영해 배설물처럼 출력하는 작품이다. 테크 엘리트들을 희화화하면서도, 그들이 우리의 데이터를 수집해 AI와 플랫폼의 연료로 삼는 권력을 가지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비플은 기술에 속지 않고 기술을 부리며, 대중의 욕망 꼭대기에 올라탈 줄 안다.
비플의 행보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명확하다. 광풍의 장에서 누가 서사를 만들고 구조를 설계하며 유동성을 회수하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다. 미술과 신기술은 모두 ‘칼’과 같다. 외과의의 칼이 될 수도, 강도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시장을 바꾸는 이는 칼 자체를 욕하는 사람이 아니라 강도의 칼에 환호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다음 유행이 AI 아트든 무엇이든,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다. “무엇을, 어떤 구조로, 누가 책임지며 파는가.” 이 질문이 많아질 때 비로소 시장은 건전해진다.
문소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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