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 만한 노래 35곡이 등장하는 다큐, 그리고 그가 등장했다

박서진 2026. 2. 2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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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익은 선율이 흐르자 삐딱하게 앉아 있던 자세를 바로 고쳐 앉게 되었다.

엄마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노래들을 나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따라 부르다 보니, 그 시절 엄마의 마음이 되살아난 듯 코끝이 찡해졌다.

영화 속에는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등장해 그의 음악 세계를 증언한다.

오랜 시간 끝에 완성된 '향수'는 뮤지컬 명성왕후로 이어졌고, 그의 노래들은 지금도 따뜻한 위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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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다큐멘터리 <바람이 전하는 말>

[박서진 기자]

귀에 익은 선율이 흐르자 삐딱하게 앉아 있던 자세를 바로 고쳐 앉게 되었다. 커다란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몸이 먼저 반응했다. 2월 21일 토요일 오후 2시, 제천문화재단의 주선으로 나는 전설적인 작곡가 김희갑 선생님을 마주했다. 마치 옆집 이웃을 만난 듯 그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엄마가 흥얼거리던 노래들이 극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노래들을 나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따라 부르다 보니, 그 시절 엄마의 마음이 되살아난 듯 코끝이 찡해졌다. <바람이 전하는 말> 은 한 시대를 풍미한 국민 작곡가의 삶을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다. 양희 감독은 무려 10년에 걸쳐 그의 일상을 기록했다고 한다. 영화는 노래를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이야기'로 들려준다. 그의 음악은 시대의 풍경이었고, 누군가의 위로였으며, 또 다른 누군가의 추억이었다.
 음악은 기억을 잃지 않았다. 여전히 젠틀하신 김희갑선생님
ⓒ 박서진
영화 속에는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등장해 그의 음악 세계를 증언한다. 그의 곡에는 늘 "온기"가 담겨 있었다고, 가수의 감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 작곡가였다고 입을 모은다.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거장이었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겸손과 배려가 묻어났다.

특히 배우자이자 평생의 작업 파트너였던 양인자 작가와의 관계는 인상 깊었다. 음악에서도, 삶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존중하고 공경했다. 서로를 향한 존경이 신뢰가 되어 가장 잘 어울리는 옷으로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오랜 시간 끝에 완성된 '향수'는 뮤지컬 명성왕후로 이어졌고, 그의 노래들은 지금도 따뜻한 위로로 남아 있다.영화에는 35곡이 소개된다. 양희은의 <하얀 목련>, 임희숙의 <진정 난 몰랐네>, 김국환의 <타타타>,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까지. 낯선 노래가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만큼 그의 음악은 우리 삶 깊숙이 스며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상영이 끝난 뒤에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감독과 함께 기타리스트 김광석, 평론가 전찬일이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예정에 없던 김희갑 선생님도 등장했다. 며칠 전 건강이 호전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빨간 모자에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무대에 오른 그의 모습에 객석은 숙연해졌다. 세월이 야속했다. 그렇지만 그의 온화한 얼굴은 여전히 따뜻했다. 노인성 치매로 대화는 어려웠지만, 두 손을 모아 손끝을 톡톡 두드리던 초조한 모습은 기타 연주가 시작되자 정확한 박자로 박수를 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영화 속 장면이 떠올랐다. "기타는 내 삶이자 동반자"라고 말하던 그의 고백이 겹쳐졌다. 음악은 기억을 잃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 겨울의 찻집>을 함께 부르며 시간이 마무리되었다. 잔잔한 기타 선율과 관객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졌다. 무대를 내려오는 그를 향한 관객들의 박수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그 박수는 한 작곡가에게 보내는 경의이자, 우리 삶을 따뜻하게 채워준 시간에 대한 감사였다.

덧붙이는 글 | 개인 sns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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