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장길에 멈춘 하얀 트럭, 꽃 값은 “사랑으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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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7시.
트럭 위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자 '이 꽃은 가격이 없습니다. 사랑으로 계산하세요'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돈이 아닌 사랑의 마음을 건네야 꽃을 받아갈 수 있다.
이날 꽃을 받은 사람들은 다음 주 꽃을 받을 이들을 위해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며 사랑의 릴레이가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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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송이’ 사역 6년째
사랑으로 결제하는 꽃 트럭

21일 저녁 7시.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로 ‘사랑한송이’라는 문구가 적힌 하얀 트럭이 천천히 들어섰다. 꽃을 전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배승민(35)·김승하(30) 집사 부부의 트럭이었다.
골목 한 편에 자리 잡은 트럭에는 주황, 노랑, 분홍빛 카네이션 100송이가 실려 있었다. 거리로 나오기 전 부부가 꽃을 사와 줄기를 다듬고 포장해 만든 꽃이었다. 이날은 이들의 첫째 딸인 서하(4)양도 트럭 한 쪽에 자리를 잡았다.
트럭 위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자 ‘이 꽃은 가격이 없습니다. 사랑으로 계산하세요’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사랑한송이의 규칙은 간단하다. 돈이 아닌 사랑의 마음을 건네야 꽃을 받아갈 수 있다. 한 송이 꽃에 붙어있는 작은 편지는 지난주 꽃을 받아간 이들이 남긴 메시지였다. 이날 꽃을 받은 사람들은 다음 주 꽃을 받을 이들을 위해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며 사랑의 릴레이가 이어지는 것이다.

대학원생 금수빈(가명·23)씨가 받은 편지에는 “당신이 어떤 상황에 있든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도 잘 버티면 언젠가 지나갈 것입니다” 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금씨는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어서 더 크게 와닿았다”며 “나 역시 지금의 힘든 시기가 성장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채은(15)양은 “버거운 날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세상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는 위로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가 매주 토요일 성수, 천호 등 번화가에서 꽃을 나눠온 지도 어느덧 6년째다. 2020년 코로나19로 대면 소통이 어려워지고 복음 전파의 길도 막히던 시기, 위로와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작정 거리로 나갔다. 배 집사는 “꽃은 사람을 기분 좋게하고 생명력이 있어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서 “하나님의 창조물을 통해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것 역시 의미있는 일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꽃을 건네는 동안 자연스럽게 대화도 이어진다. “저희 부부는 크리스천인데요. 저희가 하나님께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이 사랑을 알려드리고 싶어 이렇게 나왔어요.” 김 집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자 편지를 쓰는 시민들도 각자의 이야기와 고민을 하나둘 꺼냈다. 그들의 기도 제목을 들은 김 집사는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사랑을 나누는 일이 언제나 기쁜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독 기온이 낮았던 지난해 어느 날 집사 부부는 사역을 마친 후 거리를 걷던 중 자신들이 전한 꽃이 쓰레기 더미에 버려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속상한 마음으로 꽃을 집어 들고 돌아온 며칠 뒤 이들 부부에게 SNS 계정을 통해 연락이 왔다. 이들이 버려진 꽃을 발견하기 전 꽃과 함께 묶여있던 편지를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는 이의 감사인사였다.
배 집사는 “그 일을 겪고 나서 우리가 하는 일은 그저 통로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됐다”며 “열매를 맺고 일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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