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장길에 멈춘 하얀 트럭, 꽃 값은 “사랑으로 받습니다”

박윤서 2026. 2. 2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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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7시.

트럭 위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자 '이 꽃은 가격이 없습니다. 사랑으로 계산하세요'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돈이 아닌 사랑의 마음을 건네야 꽃을 받아갈 수 있다.

이날 꽃을 받은 사람들은 다음 주 꽃을 받을 이들을 위해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며 사랑의 릴레이가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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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민·김승하 집사 부부
‘사랑한송이’ 사역 6년째
사랑으로 결제하는 꽃 트럭
배승민·김승하 집사 부부가 21일 저녁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에서 진행한 사랑한송이 사역 트럭 모습.


21일 저녁 7시.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로 ‘사랑한송이’라는 문구가 적힌 하얀 트럭이 천천히 들어섰다. 꽃을 전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배승민(35)·김승하(30) 집사 부부의 트럭이었다.

골목 한 편에 자리 잡은 트럭에는 주황, 노랑, 분홍빛 카네이션 100송이가 실려 있었다. 거리로 나오기 전 부부가 꽃을 사와 줄기를 다듬고 포장해 만든 꽃이었다. 이날은 이들의 첫째 딸인 서하(4)양도 트럭 한 쪽에 자리를 잡았다.

트럭 위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자 ‘이 꽃은 가격이 없습니다. 사랑으로 계산하세요’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사랑한송이의 규칙은 간단하다. 돈이 아닌 사랑의 마음을 건네야 꽃을 받아갈 수 있다. 한 송이 꽃에 붙어있는 작은 편지는 지난주 꽃을 받아간 이들이 남긴 메시지였다. 이날 꽃을 받은 사람들은 다음 주 꽃을 받을 이들을 위해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며 사랑의 릴레이가 이어지는 것이다.

김승하(오른쪽) 집사와 딸 서하가 21일 서울 성동구에서 사랑한송이 사역으로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학원생 금수빈(가명·23)씨가 받은 편지에는 “당신이 어떤 상황에 있든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도 잘 버티면 언젠가 지나갈 것입니다” 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금씨는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어서 더 크게 와닿았다”며 “나 역시 지금의 힘든 시기가 성장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채은(15)양은 “버거운 날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세상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는 위로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가 매주 토요일 성수, 천호 등 번화가에서 꽃을 나눠온 지도 어느덧 6년째다. 2020년 코로나19로 대면 소통이 어려워지고 복음 전파의 길도 막히던 시기, 위로와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작정 거리로 나갔다. 배 집사는 “꽃은 사람을 기분 좋게하고 생명력이 있어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서 “하나님의 창조물을 통해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것 역시 의미있는 일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사랑한송이 참여자들이 21일 서울 성동구에서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꽃을 건네는 동안 자연스럽게 대화도 이어진다. “저희 부부는 크리스천인데요. 저희가 하나님께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이 사랑을 알려드리고 싶어 이렇게 나왔어요.” 김 집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자 편지를 쓰는 시민들도 각자의 이야기와 고민을 하나둘 꺼냈다. 그들의 기도 제목을 들은 김 집사는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사랑을 나누는 일이 언제나 기쁜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독 기온이 낮았던 지난해 어느 날 집사 부부는 사역을 마친 후 거리를 걷던 중 자신들이 전한 꽃이 쓰레기 더미에 버려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속상한 마음으로 꽃을 집어 들고 돌아온 며칠 뒤 이들 부부에게 SNS 계정을 통해 연락이 왔다. 이들이 버려진 꽃을 발견하기 전 꽃과 함께 묶여있던 편지를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는 이의 감사인사였다.

배 집사는 “그 일을 겪고 나서 우리가 하는 일은 그저 통로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됐다”며 “열매를 맺고 일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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