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한가운데 작은 섬, 시간과 공기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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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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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에서 본 여자만과 여자도.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
| ⓒ 김준 |
큰 섬과 주변 섬의 배치가 '여(汝)'자 모양을 하고, 생활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자(自)'를 써 '여자도'라 불린다. 주민들은 어업과 농업을 하며 생활한다.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여자리에 속한다.
"작은 섬이지만, 마을마다 생활 방식과 리듬이 조금씩 달라요. 차이를 인정해야죠.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존중하며 이어주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섬의 오늘이 내일로 무리 없이 이어질 때, 섬사람들 일상이 평화롭고 우리 섬도 제 모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점운(71) 여자리 이장의 말이다. 그는 4년째 이장을 맡고 있다. 여자도는 여자, 송여자, 마파 등 3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정 이장은 3개 마을 '통합 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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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점운 이장. 그는 여자, 송여자, 마파 등 3개 마을 ‘통합 이장’을 맡고 있다. |
| ⓒ 이돈삼 |
"특별한 건 없어요. 단지 고향을 지키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섬에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이 많습니다. 그런 일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고요. 어르신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섬의 하루하루를 함께 이어가는 평범한 일상을 그립니다. 평범한 일상이 여자도다운 모습 같아요."
이장을 맡게 된 이유를 물은 데 대한 그의 대답이다. 특별한 계기라도 있을까 해서 물었는데, 평이하면서도 철학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섬마을 이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을 행정기관에 전하는 일이죠. 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여자도만의 속도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도 있고요. 섬에선 작은 불편도 일상생활에 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하죠. 한걸음 옆에서 지켜보면서, 필요한 순간에 손을 살짝 보태는 역할이 이장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정 이장의 생각이다. 그의 삶이 섬의 평범한 일상이고, 여자도다운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별날 것 없는, 섬에서의 평범한 일상이 궁금해졌다.
"섬의 하루는 바다의 시간에 맞춰 흘러갑니다. 섬주민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개인의 시간보다 우선시하는 게 도선(배) 운항 시간입니다. 하루 네 번 오가는 도선에 맞춰 하루 일과도, 일주일 계획도 세웁니다. 육지로 나가서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계절의 시간에 따라 바다나 밭으로 가는 사람도 있으니, 그 안에서 하루 풍경도 조금씩 다르겠죠."
세상 변화는 더디 오지만, 섬에서의 작은 변화는 금세 느껴지기 십상이다. 섬이 작은 만큼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그만큼 가깝다. 여자도의 리듬이고 시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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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낚시다리. 대여자도 마파마을과 송여자도를 잇는 폭 3미터, 길이 500미터의 인도교다. |
| ⓒ 이돈삼 |
"주민들 일상이 조금 유연해졌습니다. 예전엔 뱃시간이 모든 일정을 좌우했는데, 지금은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셈이죠. 다리를 건너면 행정 업무나 보건진료 같은 간단한 일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주민들 생활 반경이 한층 넓어졌어요. 그렇다고 섬의 속도가 빨라진 건 아닙니다."
정 이장 특유의 철학이 묻어난다. 여전히 섬은 섬의 리듬으로 움직이고, 그 리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낚시다리가 생겼지만, 그 변화는 섬의 시간 안에서 자리하고, 여자도의 모습과 삶의 방식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욕심이 없는 걸까? 섬생활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뭘까?
"도선입니다. 지금 다니는 배(여자호)는 사람만 탈 수 있어요. 차량을 실을 수 없습니다. 차량을 서너 대 실을 수 있는 도선으로 바뀌면 좋겠어요. 차량 이동이 가능해지면 일상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생활물자가 쉽게 들어오고 신선 수산물 유통도 가능해지죠. 응급 상황 대응도 쉬워지고요."
정 이장이 관계기관에 바라는 희망 사항이다. 섬사람들에게, 또 외지인들에게 여자도가 어떤 섬으로 기억되길 바랄까? 끝으로 정 이장한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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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호. 여자도를 오가는 도선이다. 사람만 탈 수 있다. |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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