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공순의 두근두근 제주 엿보기] (24) 가슴 뜨거워지는 우리 땅, 한반도

한반도(韓半島)는 삼면이 바다이다. 북쪽 또한,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중국과 러시아에 접해있으니, 물길로 울타리를 둘러친 셈이랄까. 한반도는 동아시아 유일의 반도로 일본 등 몇몇 국가에서는 조선 반도로 칭한다. 이는 현대에 이르러 대한제국이 선포되고 한국이라 부르는 것이 정착한 후에야 자리 잡은 명칭이어서, 한반도를 가리켜 조선 반도라 쓰기도 한다.
오래 전,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 묵은 참에 병방치 집라인을 타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는 솔숲으로 들어섰다. 솔향기가 신선했다. 꽤 가파른 오솔길을 오르자 높다란 집라인 승차장이 올려다보였다.
"이야, 한반도랑 똑 같네. 정말 멋지구만!"
"어떻게 모양이 저래요. 신기하네."
먼저 도착한 일행이 땀을 닦으며 환호하는 소리에 속도를 붙였다.

이런 모양새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생각하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유구한 세월 산자락을 끼고 흐르는 강 바깥은 강물이 빠르게 돌아 흐르며 지반을 깎아내고 안쪽은 천천히 흐르면서 모래가 쌓이고 쌓여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형성되었을 테다. 우리나라 지형은 동고서저, 서남다도형인데 그야말로 동고서저의 형태가 뚜렷하다. 자세히 보니 강 오른편에 작은 섬 서넛이 떠 있는 것도 같다. 울릉도, 독도라고 명명해 볼까, 아래쪽에도 점점이 섬 모양이 있다면 서남다도의 풍경이 완벽하게 완성될 터인데…, 쓸데 없는 욕심도 부려본다.
올레 6길, 큰엉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오솔길 양옆에 무리 지어 핀 노란 털머위꽃에 시선을 앗긴다. 숲길을 지나는 바람 소리에 웅장한 파도 소리가 얹힌다. 벼랑 아래 화산석을 힘찬 파도가 훑고 지날 때마다 검은 바위는 푸르르 몸을 뒤척인다. 물에 젖어 검푸른 얼굴은 하얀 포말로 더욱 검다. 그 역동적인 몸짓을 뒤로하고 돌아서니 쭉쭉 뻗은 야자수 사이로 단정한 리조트가 보인다. 넓은 정원에는 아이들이 뛰논다. 삼삼오오 산책하는 이들도 담소를 나누며 느긋이 오간다. 이들의 따뜻한 실루엣이 무심한 건물에 생기를 채운다.

한반도는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로 '지리적 요충지이자 강대국의 경유지'라 말하는 이도 있다. 그로 인해 온전하게 나라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처지인 것도 맞고 휴전선이 강대국의 손가락에 의해 맥락 없이 그어져 그로 인한 분단의 비극을 칠십 년이 넘도록 극복하지 못하는 것도 맞다. 멈춤 없이 벌어지는 어지러운 국제 상황도 그렇고 앞으로도 어떤 돌발 사태를 마주할지 알 수 없는 것도 그렇다. 그렇다 해도 이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주변정세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섣부른 결정을 억제하는 안정의 기제가 되는 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인도네시아 부톤섬에는 찌아찌아족이 산다. 문자가 없는 상태로 구술어를 쓰던, 인구 십만 여명의 소수민족이다. 인도네시아 공용어를 쓰라는 정부 지침에 고유 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한글을 공식문자로 쓰기로 한 것. 이십여 년 전쯤, 많은 사랍의 관심 속에 이름도 생소한 찌아찌아족 사람들이 초청받아 서울시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결정을 보며 '드디어 시작인가'하는 기대감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현재까지 민간 교류가 이어지고 있어 한글로 쓰고 말하는 찌아찌아족의 땅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
예언 같은 그 이야기가 실현되고 있는 요즘이다. BTS와 블랙핑크 등 K-Pop 열기뿐이랴, 한글, 한식, 한복, 영화, 애니메이션,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민족의 고유한 매력을 한껏 방출하며 세계인을 불러 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대서양 시대가 끝나고 새로이 아시아 태평양 중심으로 재편되는 지금의 국제 정세나 경제활동의 흐름 같은 거대한 담론은 앎이 일천하여 접어두련다. 오늘도 우리의 땅, '한반도'라는 말 앞에 나는 가슴이 뜨거워질 뿐이다.

나만의 소박한 정원을 가꾸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깊은 사유로 주변을 바라보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보태려 했던 것은, 문화재와 어우러지는 봉사활동이었다. 창경궁을 둥지 삼아 '우리 궁궐 지킴이'로 간간이 활동 중이다.
이곳저곳을 둘레둘레, 자박자박 쏘다닌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레를 걷고 오름에 오르기를 좋아한다. 사색의 오솔길을 오가며 사람 내 나는 이야기, 문화재나 자연 풍광, 처처 다른 그 매력을 소소하게 나누고 싶어 글을 쓴다.
<약력>
2016년《수필과비평》등단, 한국수필문학진흥회원, 제주《수필오디세이》회원
수필집 《우리, 수작할까요》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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