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대신 인형 품고 버팁니다"…열도 울린 생후 6개월 '왕따 원숭이'의 홀로서기[日요일日문화]
어미로 여기는 '애착인형'과 어디든 함께
무리 생활 적응기에 열도도 '울컥'
판다를 중국에 반환해 '판다 공백'이 생긴 일본에서는 요즘 새로운 동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원숭이인데요. '펀치'라는 이름을 가진 6개월난 새끼 원숭이가 주인공입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아 사회성을 기르지 못했고, 품이 그리워 항상 품에 원숭이 인형을 끼고 다니는데요. 요즘 이 펀치의 랜선 육아에 온 일본의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오늘은 열도를 울린 펀치 열풍에 대해 소개해드립니다.
"인형을 갖고 다니는 새끼 원숭이가 있습니다. 지난해 7월 26일에 태어난 펀치라고 합니다. 성장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세요."

지바현 이치카와시 동물원의 X(옛 트위터)에 올라온 게시글 하나로 원숭이 열풍이 시작됐습니다. 작은 원숭이 한 마리가 본인 몸보다 두배는 커 보이는 오랑우탄 인형을 꼭 안고 있는 사진과 함께였는데요. 좋아요는 7만건, 조회수는 310만건을 넘을 정도로 화제의 게시글이 됐습니다.
펀치는 생후 6개월 된 새끼원숭이입니다. 다만 어미 원숭이가 양육을 포기해 사육사의 인공수유로 자랐는데요. 첫 출산이라 준비가 안 됐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어미는 펀치를 키우기를 거부했다고 해요. 원래 이런 경우 무리의 다른 어미 원숭이가 육아를 도맡는 경우도 있는데, 펀치는 아예 무리에서 배제됐었다고 합니다.
원래 원숭이는 태어난 직후부터 어미 원숭이에 매달려 안정감을 얻고, 근력도 키운다고 해요. 그러나 펀치는 그런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사육사들이 수건이나 다양한 동물 인형을 주면서 대체품을 찾았다고 합니다. 펀치가 제일 좋아한 것은 그중에서도 오랑우탄 인형이었는데, 아마 털도 있어 잡기가 쉽고 생김새도 비슷해 안정을 찾았다고 해요.
사육사는 "인형을 어미 대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요미우리신문에 귀띔했는데요. 이 때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 인형을 '오란마마(오랑우탄+마마)' 등으로 부르고 있다고 해요. 어디를 가든 데리고 다니고, 자기 몸보다 큰 인형에 기대어 잠을 청하죠.

사람 품 안의 원숭이로 키울 수도 있겠지만, 사육사들은 펀치가 부모 없이도 한 마리의 바른 원숭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연에 적응하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인큐베이터에 넣지도 않고, 다른 원숭이의 냄새가 나거나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펀치를 키웠다고 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펀치를 지난달 19일 원숭이 무리가 있는 곳에 풀어놓습니다.
사람 손을 탄 데다가 다른 원숭이와 놀아본 적도 없는 펀치에게 무리 생활은 가혹했죠. 무리에서는 펀치를 경계했고, 다가가려고 하면 위협받는 일도 부지기수였다고 합니다. 무리에서 거부당할 때마다 펀치는 엄마로 여기는 오랑우탄 인형을 붙들고 있었을 뿐이라는데요. 이렇게 무리로 돌려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동물원을 방문한 관람객이 펀치의 사진과 영상을 찍어 이를 SNS에 올렸었다고 합니다. 동물원에서도 펀치의 성장 배경을 소개하면서 급속도로 펀치의 이야기가 알려지기 시작했죠.
SNS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해시태그로 '힘내라 펀치(간바레 펀치)'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인데요. 펀치의 모습에 감동한 사람들의 게시물도 잇따르기 시작했습니다. 동물원에서는 하루하루 성장하는 펀치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무리에서 배제돼 인형 손만 잡고 있던 펀치가, 점점 적응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접촉하는 원숭이도 늘어나고, 잘못했을 때 다른 원숭이에게 꾸중을 듣는 일도 많다고 해요. 하지만 무리 생활의 규칙을 배우며 적응 중인데요. 최근에는 다른 원숭이들에게 털 손질을 받기도 하고, 장난을 치고 혼나기도 하면서 무리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펀치는 최근 약 2kg 정도로 꽤 성장했다고 해요. 아직 스스로 먹이를 충분히 먹을 수는 없어서 사육사가 보충해주고 있다고 하는데요. 놀라거나 불안하면 사육사에게 매달려 떨어지지 않거나, 혼자 인형만 껴안고 있을 때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데요.
펀치를 향한 랜선 육아 열풍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적응을 위해 열심히 버티는 펀치를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매일 이 해시태그로 올라오는 게시글을 보며 우는 것이 일과가 됐다', '마음이 정화된다' 등의 반응도 많은데요. 특히 사육사는 "다른 원숭이에게 혼나도 금방 회복한다. 멘탈이 강하다"라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 펀치를 보기 위해 동물원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고 해요. 일본에서 원숭이 보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유독 이 새끼 원숭이 열풍이 불고 있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펀치가 사회에 적응하려고 부딪히고,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인간의 어딘가와 맞닿아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원숭이나 우리나 삶의 매 순간이 수련의 연속인 것은 매한가지인 듯 싶습니다. 모쪼록 펀치도, 우리도 화이팅입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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