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무너지자 ‘월드와이드’ 관세…트럼프 관세정책 ‘시계제로’
트럼프 “몇 달 내 새 관세 발표”…‘플랜 B’ 총동원
무역법 112조,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맞서 ‘전 세계 관세(Worldwide Tariff)’ 15% 부과를 발표했다. 대법원의 위법 판결 이후에도 ‘플랜 B’를 총동원해 관세 정책을 고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대체 관세 부과 방식과 기존 납부 관세 환급 등을 두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어 트럼프의 상징인 관세 정책이 당분간 ‘시계 제로’에 빠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전 세계 관세(Worldwide Tariff) 10%를 허용된 최대치이자 법적으로 검증된 1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전날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 관세 10%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튿날 곧바로 5%를 인상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어 “향후 몇 달의 짧은 기간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새롭고 법적으로 허용되는 관세를 결정하고 발표할 것”이라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우리의 대단히 성공적인 과정을 계속 이어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재차 “터무니없고 형편없이 작성됐고 지극히 반미적인 판결”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전날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분노한 듯 대체 관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는 대법원 판결 이후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관세 부과를 공언한 뒤 곧바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관세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24일 0시 1분부터 발효된다. 다만 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 승용차,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소비재 등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트럼프는 또 미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부과 등을 지시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산업에 부담을 주는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외국의 제도와 정책을 조사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권한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성명에서 USTR이 개시할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해 “이들 조사는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커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한국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관세도 거론하고 있다.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권한으로, 이미 자동차와 철강 등 여러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다만 이런 대체 관세들이 상호관세만큼 광범위하고 즉각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트럼프가 대안으로 지시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관세는 최장 150일까지, 최대 15%의 관세만 부과할 수 있다. 150일 이후에도 이 조치를 이어가려면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백악관도 관련 팩트시트에서 해당 조치를 ‘임시 수입 관세’라고 설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 근거한 관세 역시 사전 조사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반도체의 경우에도 232조에 따라 품목별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301조에 따른 관세 역시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 조사가 선행돼야 해 즉각적으로 발효되긴 어렵다. 일반적으로 조사 개시 12개월 이내에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해당 조사를 5개월 안에 완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22조 관세의 한도 기한인 150일 내에 조사를 마친 뒤 301조로 관세 정책을 ‘갈아타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관세 환급도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그동안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절차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이미 여러 기업들이 관세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환급 소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도 기자회견에서 관세 환급과 관련 “그들(대법관들)은 의견을 쓰는 데 수개월이 걸렸는데도 그 문제를 논의하지도 않았다”며 수년간 소송에서 다투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20일 미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와 멕시코·캐나다‘·중국 등에 대한 ‘펜타닐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6대 3으로 판결했다. 대통령이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IEEPA만을 근거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는 것이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에서도 지난 1심과 2심의 위법 판결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트럼프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상호관세 등 IEEPA에 입각해 부과한 관세를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지난해 4월 무역 적자를 명분으로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무효화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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