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가 0원? 농어촌 지역에서 일어나는 무료 버스 혁명 [박장식의 환승센터]

박장식 2026. 2. 2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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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군부터 시작된 무료 버스 정책, 예산 효율성과 주민 만족도 동시에 확보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기자말>

[박장식 기자]

 지난해 7월 1일부터 모두가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충북 보은군 농어촌버스의 모습.
ⓒ 박장식
이번 설 연휴에 고향까지 바로 가는 KTX가 개통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동차 대신 열차로 귀성길에 오른 A씨. KTX 역에 도착해 택시를 탈까, 오래간만에 '군내버스'를 탈까 고민하다가 군내버스를 타기로 결정한 A씨는 군내버스 안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카드를 찍는 곳도, 돈을 낼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버스 기사는 "작년부터 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게 되었다" 말했다.

이번 설 연휴, 고향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분이 계신가요? 혹시 시내버스나 군내버스를 이용하셨다면 어떻게 요금을 지불하셨을까요? 교통카드가 잘 되었다고 하신 분들도 있을 테고, 아예 요금 받는 통조차도 없어서 놀랐다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군 지역 농어촌버스에서 요금을 받지 않는 사례가 부쩍 늘었습니다. 교통카드도, 현금도 필요 없이 몸만 오르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시스템이죠. 2023년 경북 청송군을 시작으로 도입된 '농어촌버스 무료 요금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역 주민은 물론 여행객도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무료로, 아무 제약 없이 버스를 탈 수 있는 것이죠.

벌써 17개 지자체가 이러한 제약 없는 무료 요금제를 도입했습니다. 특히 교통카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던 지자체들에서는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 예산과 유지비용을 고려하여 '무료 버스'로 선회한 경우가 많습니다. 군내버스, 어쩌다 무료로 운행하게 된 것일까요?

예산 많이 들 것 같다고요? 생각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군내 농어촌버스를 무료로 운행하는 경북 의성군의 풍경. 교통카드 단말기는커녕 요즘은 시내버스에서도 보기 힘든 요금함마저 없습니다.
ⓒ 박장식
농어촌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냉정하게 말해 '요금을 받으나 받지 않으나 큰 차이가 없어서'입니다. 농어촌버스를 운행하는 회사들이 고령화,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실제로 흑자 운영이 어렵고, 이미 대부분의 운송 손실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적자를 이유로 노선 운행 횟수를 줄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루에 열 번 버스가 오가던 곳에 일곱 번만 버스가 오고, 매일 버스가 들어가던 곳에 장날만 버스가 들어가는 식입니다. 그러면 '수요응답형 버스'나 '100원 택시' 등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교통 취약계층은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버스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 원하는 정류장에서 이용할 수 있고, 도착 예정 시간도 농어촌 교통 현실을 감안할 때 일정한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수요응답형 버스나 '100원 택시'는 내가 필요할 때 차량을 호출하더라도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령으로 인해 자가용 이용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지자체가 고안한 방식이 바로 '농어촌버스 완전 무료화'입니다. 실제로 예산이 크게 차이나지도 않습니다. 올해부터 농어촌버스 공영화 및 무료화에 나선 경남 의령군의 경우, 기존 2개 회사에 지원하던 세금이 1년에 25억 원에 달했지만, 해당 회사를 인수해 직접 공영버스를 무료로 운영할 경우 필요한 예산이 연간 30억 원 정도라는 예측을 했습니다.

특히 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던 이른바 취약 지역에서는 시내버스 무료화로서 얻는 큰 효과가 있습니다. 지역 농어촌버스 회사가 영세하고, 교통카드 도입 의지가 크지 않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최근까지도 교통카드 없이 현금만을 받았습니다. 서울, 인천, 대전 등 대도시에서 현금으로 시내버스를 탈 수 없게 된 것을 비교하면 다른 의미로 파격적입니다.

이들 지자체에서도 예산을 투입해 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하고 유지하는 데 예산을 지원하기보다 아예 시내버스를 무료로 운영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당장 2023년 처음으로 군내버스 무료화를 선언한 경북 청송군은 교통카드 시스템을 무료화 시점까지 도입하지 않았고, 전남 진도군 역시 교통카드 시스템 도입을 건너뛰고 무료 버스 정책으로 넘어갔습니다.

'농어촌버스 무료화', 효과 좋다
 보은군 읍내에 위치한 중앙사거리 정류장에 시내버스 무료 운행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 박장식
그렇다면 농어촌버스 무료화 도입, 효과가 얼마나 좋을까요? 그 효과는 생각보다 매우 긍정적입니다. 특히 노인 및 취약계층 인구가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 이동에 드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왕복 3천 원 정도의 버스비를 아껴 지역 상권에서 소비를 할 수 있고, 읍내에 나가는 일이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2025년 1월 1일부터 군내버스를 무료로 운행하는 경북 의성군의 경우, 무료화 시행 1년 동안 버스 이용객이 54만 6천여 명으로, 무료화 이전보다 21%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군내버스는 비교적 번화한 읍내를 목적지로 하다 보니, 읍내 시장과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대도시의 탄소 배출량에 비하면 적은 양이지만, 농어촌 지역의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대다수가 자동차를 이용한 개별 이동을 선택하는데, '무료 버스 정책 1호 지자체'인 청송군에서는 관광객들이 일부러 읍내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버스를 이용해 주왕산 등 관광지로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청송군의 사례를 더 볼까요. 청송군은 시내버스 무료화를 도입한 이후 주민들의 한 달 평균 교통비가 5만 원이 줄었다고 집계했고, 전통시장 등 상권 활성화에 30억 원 정도의 경제 활성화 효과를 봤다고 판단했습니다. 청송군은 2025년 기준으로 3억 3천만 원의 예산을 시내버스 무료 운영에 투입했다고 하니, 가성비가 매우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있겠죠.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도 시내버스 무료화 덕분에 효과를 크게 봤으니, 농어촌 지자체 가운데 규모가 큰 지역에서도 관내 시내 및 농어촌버스를 무료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충북 혁신도시를 품고 있는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은 2025년 1월 1일부터 관내 농어촌버스를 무료화했습니다.

두 도시는 충북혁신도시는 물론 충북 진천 광혜원읍과 음성 대소면이 연담화 되어있어 관내 농어촌버스가 두 지역을 구분없이 오갑니다. 두 지역을 합치면 인구만 18만 명에 달하는 만큼, 무료화 도입에 따른 효과 역시 컸다고 합니다. 진천군은 두 도시 시내버스를 함께 무료화한 이후 평균 이용객이 21.8%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시 단위 지자체에서 시내버스를 무료로 운행하는 경우도 늘어났습니다. '문경새재'로 유명한 경북 문경시가 그 주인공입니다. 문경시는 전국 시 중 처음인 2025년 1월부터 무료로 시내버스를 운행했습니다. 특히 같은 시기 개통한 중부내륙선 KTX 이용을 위한 점촌시내-문경역 간 직통버스도 무료로 운행하면서 시민들의 편의를 높였습니다.

문경시는 실제로 무료화 정책의 수혜를 크게 입었습니다. 문경시가 밝힌 무료화 이전 시내버스 이용객은 하루 평균 2100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무료화 이후 3월에는 평균 5천여 명이 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름값이 나가고 장날 주차가 불편한 자가용 대신 무료인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 교통비 걱정 없이 시내로 나가는 시민이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무료 시내버스, 교통 복지로 계속되길
 충북 진천군 광혜원버스터미널에 정차한 음성군 농어촌버스. 두 지역이 합쳐 18만 명에 달하는 진천군과 음성군은 공동으로 시내버스 무료화 정책을 도입한 첫 지역입니다.
ⓒ 박장식
이렇듯 무료 시내버스는 지역 내 소비를 늘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관광을 촉진하는 최고의 교통 복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24년 지역을 지나가는 철도가 개통한 경북 울진군도 지난해 3월 17일부터 관내 농어촌버스를 무료로 전환해 울진 관내 철도역을 중심으로 대중교통 관광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들은 농어촌버스 무료화의 효과를 경험하면서, 점차적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이러한 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7년에는 30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시내버스와 농어촌버스를 무료로 운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료화에 그치지 않고, 많은 지역 주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농어촌버스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농어촌 마을 가운데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도 다니지 않는 곳은 전체의 56%에 달한다고 합니다. 특히 하루에 한 번 내지 세 번의 버스만 다니는 지역도 전체의 15%가 넘는 상황입니다. 그런 만큼 무료 시내·농어촌버스에만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시내 및 농어촌버스가 오갈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합니다.

물론 교통 정책 대다수가 대도시와 광역교통권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농어촌버스와 같은 '풀뿌리 대중교통'에 대한 정책은 매우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농어촌 및 교통 음영지역을 향한 좋은 대중교통 정책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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