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육박하던 광역시가 어쩌다... 통합론자들이 알아야 할 진실

심규상 2026. 2. 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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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몸집 키우면 지방소멸 막는다? 전문가들은 왜 '행정통합 속도전'을 우려하는가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기자말>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2026년 2월 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대한민국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 50.8%가 몰려 사는 기형적인 나라. 이 '서울 공화국'의 폭주 앞에 지역은 고사 직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치권이 '충남·대전 행정통합', '광주·전남 통합', '대구·경북 통합'이라는 거대한 행정통합을 향해 폭주하고 있다. 통합특별법은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 놓고 있다.

특별법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덩치를 키워 서울과 맞짱을 뜨겠다는 것이다. 정말 행정통합을 하면 효과가 있는 걸까?

수도권- 지방 격차, 규모 때문이 아니다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충남대 명예교수)은 지방(지역), 그곳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한 지방은 절대 소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방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 소멸'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50여 년 동안 농촌과 지역을 연구해 왔고, 그 결과물을 실현하기 위해 실천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통합 논의를 '삼류 정치쇼'라고 일갈한다. 주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국가적 대사를 6월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정부여당 주도의 '몰아치기'로 끝내려 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군사정부가 작전하듯 대전을 충남에서 떼어냈던 그 방식이, 40년이 흐른 지금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그는 일찍부터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대기업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 정책의 결과'이고,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주된 원인은 '경제성장 지상주의' 때문이라고 일갈해 왔다. 그는 또 "중앙 부처 공무원, 국회의원, 전문가들은 지방이 소멸해도 하나도 아프지 않은 사람들"이자 대부분 "지방소멸팔이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며 "이런 사람들이 지방소멸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강조한다.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통합론자들은 규모를 키우고, 각종 산업을 유치하고, 광역교통망을 깔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행안위를 통과한 이 법의 주요 내용도 각종 특혜(특례)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 특혜는 이 법(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례법안) 제2조에 나와 있는 그대로 '성장을 위하여 규제 완화와 기업 활동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규제자유구역'이다.

통합시장에게 수십 개의 인허가를 통과시키는 '원스톱 하이패스' 권한을 주고, 각종 사업에 대해 국가의 재정 지원과 계획 반영 의무를 명시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행정통합은 수십 년간 지방소멸 대책으로 쏟아냈던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메가시티 등에 이은, 규모를 키워 거점 도시 중심의 고밀도 성장 정책을 펼치는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자. 역대 정부의 수십 개 기업도시, 혁신도시 정책은 성공했을까? 성공 여부를 떠나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이 증진됐을까?

박 교수는 우선 "인구 400만 명에 육박했던 부산이 왜 광역시 최초로 소멸위험 지역이 됐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분석을 보면 부산은 규모가 작아서 쇠퇴한 것이 아니다. 중앙집권적 행정·재정 구조 속에서 독자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할 권한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수는 국세로 흡수되고, 도시 인프라와 산업 육성은 중앙정부의 공모 사업과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부산에 필요한 사업보다 중앙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업을 따오는 데 행정력이 소모됐다.

단순히 인구를 합쳐 300~400만 명을 만든다고 해서 서울이라는 거대 블랙홀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진정한 자치권과 분권 없는 통합은 몸집만 큰 종이호랑이를 만드는 격이라고 진단한다.

'기피시설' 밀집된 농촌... 통합으론 해결할 수 없다
 충남의 한 농촌 마을.
ⓒ 이재환
실제 거점을 성장시키는 정책은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켰다. 세종특별자치시라는 행정도시를 만들었지만, 이곳으로 수도권 인구가 내려오기보다 주로 충청권 인근 주민들이 세종시(65%는 대전시와 충북 청주에서 유입)로 몰려갔다.

충남에는 15개 시군에 210만여 명이 살고 있지만, 그중 인구의 절반이 천안과 아산 2개 도시에 집중돼 있다. 충남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상위권(2위)이지만, 이는 북부권의 대형 제조업 기지들이 만든 '평균의 함정'이다. 충남 GRDP의 70% 이상이 서북부 4개 도시(천안, 아산, 당진, 서산)에 편중돼 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인구 330만 명과 기업 23만 개, 대학 34개, GRDP 204조 원 등이 밀집돼 있는 충남 북부 일원과 경기 남부 일대를 '환황해 경제자유구역'으로 묶거나 '아산만권 베이밸리 메가시티' 건설 구상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해 왔다.

박 교수의 진단을 빌리자면 이같은 '수도권 경제권'의 외연 확장과 거점 중심 성장 정책은 오히려 지역 소멸을 야기했다. 실제 아산만권에 있는 천안·아산이 화려한 성장을 거듭할수록 그 낙수효과가 아래로 흐르지 않고, 오히려 남부권의 인구와 자본을 빨아들이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1인당 소득은 전국 상위권이지만 소득 격차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

'광역 단위 행정통합'이 비판받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이미 소득과 인구가 집중된 대전과 천안·아산 등 큰 거점에 더 큰 권한과 인프라가 쏠릴 수밖에 없어 나머지 시군은 영원히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대전과 인접하며 인삼과 약초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는 충남 금산은 폐기물처리업체와 납골당 등 이른바 '기피 시설' 밀집도가 타 시군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다. 의료·산업 폐기물처리업체 수만 100여 개에 이를 정도다. 인구 5만 명 미만의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폐기물 업체 수는 인근 대도시인 대전이나 인구 60만 명의 천안에 육박하며, 면적 대비로는 오히려 더 촘촘하게 들어서 있다. 특히 금산에서 처리되는 폐기물의 상당수는 금산군 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도권이나 대전 등 외지에서 반입된 산업·의료 폐기물이다.

충남과 대전이 통합되면 금산 지역은 교통 인프라 확대와 산업단지 유치로 경제가 활성화될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생활·산업 폐기물처리업체 등 기피 시설의 '배후지'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환경단체들이 '효율성을 위해 농촌이 희생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산군의 사례는 거대 도시에 의존하기보다 지역 내부의 자원과 공동체의 힘으로 행복한 지역을 만들어야 함을 보여준다.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데 온 힘을 다한다면 지역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즉, 중요한 것은 '인구 규모'가 아니며, 오히려 쾌적한 삶을 위해서는 인구 밀도를 낮추는 것이 핵심임을 시사한다.

'집중개발' 말고 '주민수당'을

정부와 정치권은 통합 지역에 4년간 20조 원 규모의 통합지원금(행정통합교부세 등)과 행정통합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한시적인 인센티브일 뿐, 재정 권한의 구조적 변화는 아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5대 5(혹은 6대 4)로 조정하거나 예산 집행의 자율권을 확대(포괄보조금제)하자는 근본적인 요구에는 답이 없다. 모든 지역이 대기업 유치로 자체 수입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전략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다.

정부는 거대 인프라와 광역교통망 구축이 지방소멸의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도시와 농어촌 입장에서 광역교통망은 '양날의 검'이다. 일자리와 서비스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교통망 확충은 오히려 인근 대도시로 인구를 유출시키는 '빨대 효과(Straw Effect)'를 심화시킬 뿐이다.

그래서 박 교수는 진정한 지역 재생과 소멸 대응 정책은 '살던 곳에서의 노후'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치분권 제도와 의식을 높이고, 어르신들을 시설(대도시)로 내모는 방식이 아니라, 집(농촌)에서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의료, 돌봄, 교육 인프라를 농촌 현장에 먼저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통합 지자체에 수십조 원(3개 통합시도에만 4년 간 합계 60조 원)의 인센티브를 주기보다 '농산어촌 주민수당'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박 교수만의 것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대전에 모인 곽현근 대전대 교수, 황종규 동양대 교수, 양준호 인천대 교수, 박상일 (사)지방분권전남연대 이사장,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박진용 충남시민연대 대표 등 지역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통합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의 과속을 멈추고 최소 1년의 유예기간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그 기간에 통합 시 얻게 될 구체적인 득과 실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반드시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대전 시민의 55.2%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음에도, 정치권은 지방의회 의결로 주민투표를 대신하려 한다. "통합특별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국무총리의 엄포는 주민을 주인으로 보는 태도라 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강력히 요구한다. 50년 넘게 지방소멸 문제와 대안을 연구해 온 석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행정통합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통합하는 일이다. 주민을 소외시킨 졸속 통합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폭주를 멈추고 주민들과 마주 앉아야 한다. 속도와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삶' 그 자체다.

[참고문헌]
-박진도, <강요된 소멸>, 한울출판사, 2024
-지역재단 등, '광역 정부 행정구역 통합, 왜,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 자료집, 2026
-심규상, '충남 경제 취약점은 대기업 편중, 시군 간 불평등, 인구감소', <2022 열린충남 겨울호>, 충남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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