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도 책임? 지금은 차별금지법에 힘 보탤 때"
[토끼풀]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진보당 의석은 3석에서 4석으로 늘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 비례대표였던 위성락·강유정 의원이 각각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공백이 생겼고, 비례대표 순번에 따라 손솔·최혁진 의원이 의원직을 승계했다.
손솔 의원은 22대 국회 최연소 의원으로, 1995년생 만 31세다. 우리나라 인구 약 5천만 명 중 20대가 약 10%를 차지하지만, 300석 국회에 20대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손 의원은 이러한 대표성의 공백 속에서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제도 정치 안으로 가져오겠다는 각오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국회의원회관 523호 손 의원실 벽에는 '계엄의 밤을 지나 혐오를 뿌수러가자',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거야' 등 2024~2025년 광장에서 울려퍼졌던 구호들이 붙어 있다. 광장의 언어를 의정 활동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최근 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차별금지법'이다. 이 법은 1990년대부터 10차례 넘게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혐오 표현과 배제의 언어가 확산되는 지금, 차별금지법 제정이 다시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손솔 의원에게 답이 있기를 바라며, 지난 2월 12일 국회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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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솔 진보당(비례대표) 의원이 지난 2월 12일 국회에서 <토끼풀>과 인터뷰하고 있다. |
| ⓒ 문성호 |
"최연소라고는 하지만, 정당 활동은 10년차다. 진보정당 창당에 참여하며 청년 대표도 했었고, 대학에서는 학생회 활동을 하며 등록금 인상과 구조조정에 반대했다. 총학생회장을 맡고 있을 때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이 터졌다. 그런 사건에는 늘 전조가 있다. 당시 학교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서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그 부조리한 일에 대해 학생으로서의 입장을 계속 냈다. '총장이 이런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과정 속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풀리는 문제들이 있구나'를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정책을 만들어보는 과정을 10년 동안 했다."
- 청년 의원이니 청소년 정책에도 관심을 많이 쓰실 것 같다.
"당 활동을 시작한 10년 전에는 피선거권이 25세였다. 제가 당대표인데도 피선거권이 없었다. 그래서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했다. 헌법소원도 하고 청소년 단체와 국회 앞 농성도 했다. 결국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18세로 낮춰졌다. 그 변화가 지금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선거권 연령을 16세로 낮추자'고 했다. 16세 선거권은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해야 한다. 교섭단체 연설에서 처음 나온 말이니, 더 살을 붙이는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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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건우 <토끼풀> 기자가 지난 2월 12일 국회에서 손솔 의원을 인터뷰하고 있다. |
| ⓒ 문성호 |
"차별금지법은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헌법 11조 평등권을 구체화하는 기본법으로, 사람이 가진 특성을 이유로 공적 영역에서 부당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우는 법이다. 법안에는 차별 사유와 차별 영역이 명시돼 있다.
나이, 종교, 성별, 사회적 신분 등 개인이 쉽게 바꿀 수 없는 특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차별 사유다. 차별 영역은 고용, 재화·서비스 이용, 교육·훈련, 제도 등이며, 이번 법안에는 괴롭힘 영역까지 포함해 총 5개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도록 했다."
-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나.
"청소년들마다 특성은 다르겠지만 연령상의 기준이 좀 크게 다가올 거다. 연령을 이유로 한 부당한 대우를 금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의 경우, '노키즈존'이 그 사례다. 나이를 이유로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건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 법안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최고의 대응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거다. 꼭 하나 바로잡고 싶은 건, 처벌하는 법을 만들고 싶었다면 형법을 바꿔야 한다. 이번 차별금지법은 새로운 기본법으로, 차별적 발언을 바로잡거나 곧바로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따라서 오해를 바로잡고, 법 제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모아 연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오해하는 사람도 많지만, 찬성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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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솔 진보당(비례대표) 의원이 지난 2월 12일 국회에서 <토끼풀>과 인터뷰하고 있다. |
| ⓒ 문성호 |
"차별금지법은 민주사회를 위한 코어 근육이다. 극우는 특정 이유를 들어 서로를 배제하고 내부를 공고히 하는 시도를 하는 집단이지만, 우리는 이들하고도 같이 살아야 된다. 극우와도 이야기하려면,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지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 기준의 토대는 헌법이며, 헌법에 따라 평등하게 함께 살아가자는 약속이 있어야 민주사회가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 그동안 여러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많은 법이 제정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이 안타까운 이유는 국제사회와 국가인권위의 권고가 있음에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전히 차별금지법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아 설명하고 논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다뤄졌기 때문에 통과돼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주장일까라는 생각도 있다. 오랜 논의가 이어져 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반헌법적 발언과 특정 집단이 타 집단을 배제하는 시도가 심화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차별금지법이 더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오래됐으니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마치 '착하게 살자'처럼 당연한 이야기일 뿐이다(웃음). 딱 지금 필요한 이유가 명확하고,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22대 국회가 만드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 민주당 의원들은 아직도 유보적이다.
"국회에서 일하는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어떤 취지고, 무슨 내용이고, 어디까지가 왜곡인지같은 내용을 아는 분들이 많다고 본다. 한 명의 생각을 바꿔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게끔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
민주당 의원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좀 고민이다. 우선 바로잡고 싶은 것은 모든 기독교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조장법'으로 오해하며 반대한다는 인식이다.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기독교인들과 목사들도 많기 때문에, '모든 기독교가 반대한다'는 프레임을 깨는 게 중요하다. 좋은 목사님들과 토론회도 해보려 한다.
또한 불교계의 경우도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측면이 있음에도 '종교계가 반대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져 있다. 이런 사실을 알리는 활동 역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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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솔 진보당(비례대표) 의원이 지난 2월 12일 국회에서 <토끼풀>과 인터뷰하고 있다. |
| ⓒ 문성호 |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도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를 폐지하려는 시도는 차별금지법 반대 세력의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결국 혐오로 먹고사는 세력과 평등을 지향하는 세력 간의 싸움이라고 본다. 하지만 결국 상식이 이길 거다."
- 발의된 차별금지법을 보면 국가인권위에 시정명령권을 부여하는 등 힘을 많이 실은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국가인권위 운영에 다소 문제가 있긴 하지만, 위원장 개인의 문제와 기관이 오랫동안 쌓아온 방향성은 다르다. 위원장 문제만 해결된다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본다. 사실 무엇이 차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국가인권위가 지금 하고 있는데, 의무적으로 시정을 지시할 권한이 없어 '이건 차별입니다'라는 확인만 전달되는 상황이다. 차별이 확인되면 실제로 시정될 수 있도록 법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을 추천하자, 이 책의 저자인 홍성수 교수는 차별금지법 입법이 지연된 데는 문 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에 한 사람이라도 힘을 보태는 것이다. 과거의 아쉬움은 아쉬운 대로 두고, 지금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해 주면서 이 논의가 환기되는 효과도 있다. 과거의 아쉬움을 지금 와서 가타부타 평가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 학교운영위원회에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다. 진보당 청소년위원회에서 기자회견도 했다.
'당연히 필요하다. 대학 시절 학생 활동을 해보면서, 등록금 심의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처럼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 운영에 실제로 반영될 수 있는 참여 구조가 꼭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토끼풀>에도 실립니다. <토끼풀>은 서울 청소년들이 만드는 독립언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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