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로 긴 ‘이스트 웨스트백’이 대세, 올봄 가방 트렌드②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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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에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무거운 패딩을 벗고 나니 새로운 가방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올해의 가방은 기존 틀을 깬 모습이 돋보입니다. 완벽함보다는 무심함을, 정돈보다는 개성을 택한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의 도발적인 시각이 가방에 오롯이 담겼습니다. 올봄 당신의 어깨 위에서 새로움을 선언할 가방 트렌드를 세 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두 번째는 가로로 긴 이스트 웨스트 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편집자 주〉
」
2026 봄·여름 가방 트렌드 ②
바게트 닮은 가방 ‘이스트 웨스트백’
올해 역시 2000년대 패션과 감성을 재해석한 Y2K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흐름이 본격화되며 미니멀한 숄더백과 호보백이 부상했고, 이후엔 수납력을 강조한 큼직한 토트백이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바통을 ‘이스트 웨스트(East West)’ 실루엣이 받았다.

이스트 웨스트 실루엣은 가로 길이가 세로보다 긴 실루엣을 뜻한다. 이름 그대로 동에서 서를 잇는 것처럼 ‘가로로 길다’는 의미다. 이스트 웨스트 백의 첫 등장은 1950~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패션업계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했고, 모던하고 깔끔한 실루엣의 옷과 액세서리가 대유행했다. 이스트 웨스트 백의 슬림하고 길쭉한 형태 역시 미니멀한 스타일에 잘 어울려 인기를 끌만했다. 이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사라졌다가, 1997년 펜디가 ‘바게트 백’을 선보이며 다시 가로로 길쭉한 가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00년대 바게트 백은 새로운 비율의 숄더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패션업계에서 이스트 웨스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도 이 즈음이다. 당시 패션 리테일 분야에서 세로가 긴 가방을 ‘노스 사우스(North South)’, 가로로 길쭉한 가방을 이스트 웨스트라 부르던 것이, 패션용어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가로가 길고 납작한 비율이 닥스훈트를 연상시켜 ‘닥스훈트 백’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최근 이스트 웨스트 백이 다시 유행하는 이유도 Y2K 트렌드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올해 이스트 웨스트 백은 일상적인 착용감과 절제된 디자인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장식을 덜어내고 비율과 구조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토트백은 물론 숄더백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핸들의 길이를 늘이는 등 실용성도 강화하는 추세다. 길쭉한 실루엣은 필수품을 충분히 수납하면서도 전체적인 인상을 가볍게 유지한다. 장식을 최소화한 덕에 어떤 룩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최근 몇 시즌째 이어지고 있는 ‘백꾸(가방 꾸미기)’ 열풍과도 맞물린다. 참(Charm)을 여러 개 달아도 가방 자체가 미니멀해 과해 보이지 않는다.
가로로 길어진 상징적 가방들
올봄엔 브랜드 아카이브 속에서 끄집어 내온 상징적인 가방을 이스트 웨스트 실루엣으로 재해석한 시도가 눈에 띈다. 구찌 ‘재키 슬림’ 숄더백이 대표적이다. 1961년 탄생한 재키 백은 구찌의 상징적인 가방으로, 2020년 가을·겨울 시즌 보다 작고 견고한 형태로 다듬어진 바 있다. 당시 모델은 가로와 높이의 비율 차이가 크지 않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실루엣이었다.

이번 시즌 구찌가 선보인 재키 슬림 숄더백은 비율에 변화를 줬다. 상징적인 잠금장치와 장식 디테일은 유지하면서도 전체 높이를 낮춰 길고 납작한 이스트 웨스트 실루엣으로 재구성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재키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비율 조정만으로 새로운 인상을 만들어낸 셈이다.

디자이너 마이클 라이더가 이끄는 셀린느는 올봄 ‘뉴 러기지’ 백을 등장시켰다. 2010년대 초 피비 파일로가 디자인한 러기지 백은 전면의 아치형 지퍼가 마치 입처럼 보이는 구조로, 당시 큰 인기를 얻으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가방이 됐다. 피비 파일로의 러기지 백은 상단 날개가 양옆으로 펼쳐지는 박스형 실루엣과 세로로 긴 안정적인 비율을 갖추고 있었다.
러기지 백은 한동안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올해 새로운 디자이너 마이클 라이더와 함께 다시 무대 위에 올랐다. 뉴 러기지 백은 러기지 백의 기존 디자인 코드는 유지하면서도 가로 비율을 확장해 길고 납작한 실루엣으로 재해석됐다. 상단 날개 역시 수평으로 더 길게 뻗게 디자인해 이스트 웨스트 실루엣을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셀린느의 상징적 가방이었던 트리옹프 라인도 가로 길이가 긴 ‘이스트 웨스트 트리옹프 프레임’ 백으로 변주됐다. 로고가 가방 중앙을 장식하는 모습은 기존 트리옹프 백과 같지만, 로고 장식 크기를 줄이는 등 절제된 디자인으로 접근했다.
비율 조정해 다시 설계한 실루엣
미우미우는 2022년에 처음 선보인 ‘보’ 백에 변화를 줬다. 보 백은 등장 당시에는 가로가 살짝 긴 미니멀한 직사각형 형태의 가방이었다. 지난해 미우미우는 보 백의 높이를 대폭 낮췄다. 이스트 웨스트 형태의 깔끔한 사각형 실루엣으로 비율에 변화를 더한 셈이다. 여기에 다양한 참을 제안하며 백꾸 열풍에 동참했다.

2026 봄·여름 시즌에는 보 백의 이스트 웨스트 실루엣은 유지하면서도 가방 양 끝을 둥글게 다듬어 부드러운 인상을 부여했다. 기존의 미니멀함은 유지하면서도 볼링백을 떠오르게 하는 유연한 외관을 완성한 셈이다. 전면에는 미우미우 로고를 양각으로 새겼고 장식은 최소화했다. 과장된 디테일 대신 비율과 형태 자체가 디자인의 중심이 되는 방식이다.

발렌시아가는 2026 여름 컬렉션에서 ‘볼레로’ 볼링백으로 구조적인 접근을 보여줬다. 지난해 5월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이스트 웨스트 형태의 볼링백을 바탕으로 전체 둘레를 따라 이어지는 지퍼 오프닝을 적용해 조형미와 기능성을 동시에 잡았다. 핸들에는 앞뒤로 마주 보는 네 개의 볼드한 ‘B’ 메탈 엠블럼을 장식했는데, 피치올리가 새롭게 디자인한 로고를 반영한 디테일이다.
서지우 기자 seo.ji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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