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던 내 손 잡은 운명의 파트너…올림픽 화제의 피겨 페어 '리쿠류' [일본人사이드]
'벼락 맞은듯' 나타난 환상의 파트너 미우라 리쿠
이번 주 일본에서는 동계 올림픽 관련 인물들이 연일 화제입니다. 특히 일본 피겨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페어 금메달을 획득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이른바 '리쿠류'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24세 미우라 리쿠와 33세 기하라 류이치 선수입니다. 특히 서로의 아픈 점을 보듬고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았죠. 이번 주는 절망 속에서 서로의 운명이 된 '리쿠류 페어'에 대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원래 두사람 모두 피겨스케이팅에서 파트너를 이루리라곤 생각도 못 했었다고 합니다. 기하라 선수는 싱글 스케이팅으로 계속 출전하다가 2013년 페어 부문으로 전향하게 됐죠. 페어 기술이 모두 낯설고 요령도 없어 모든 것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올림픽 두 번의 올림픽 모두 페어 부문 선수로 출전했었는데요. 그러나 연습 중 사고로 뇌진탕을 당했고, 어깨 부상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2019년 함께하던 파트너인 스사키 미우와의 팀을 해체하게 됩니다.
미우라 선수도 원래 스케이트가 아니라 가라데를 했었다고 해요. 2015년에 피겨 스케이팅 페어 부문 선수로 전향했다고 합니다.

기하라 선수는 부상 이후 큰 슬럼프에 빠졌다고 합니다. 두 번의 올림픽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해 실력의 벽을 느끼기도 했고, 이대로 운동을 계속해야 할지 감도 서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예전에 연습하던 빙상장에서 아르바이트와 연습을 병행했다고 합니다. 스케이트를 빌려주고 스케이트장 관리를 담당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해요. 선출이라고 빼는 것 없이 숙직실에서 야간당직도 섰다고 합니다.
빙상장의 사람들과는 스스럼없이 잘 지내고, 업무도 성실히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밝은 모습 뒤에는 많은 고민을 숨기고 있었다고 해요. 어느 날 대여화를 정리하던 곳에서 기하라 선수는 동료 아르바이트생에게 "나랑 비슷한 또래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나는 스케이트밖에 해본 것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털어놨었다고 합니다.
그런 기하라 선수를 아이스 링크로 다시 불러낸 것이 미우라 선수입니다. 당시 미우라 선수도 호흡을 맞추던 파트너와 페어를 해체할 예정이었는데요. 기하라 선수의 모교 주쿄대학에서 일본 스케이트 연맹 주최 페어 대회가 열렸었다고 합니다. 신인 선수를 선발하는 자리에 행사를 도와주러 오라는 부탁을 받고 기하라 선수는 스태프로 참여하게 됩니다.

미우라 선수의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었던 브루노 마르코트 코치도 당시 행사장에 있었는데요. 브루노 코치는 "류이치, 스케이트 신어. 리쿠와 같이 한 시간만 타보지 않겠니?"라고 제안합니다. 함께 링크에 서고 미우라 선수를 머리 위로 던지는 트위스트 리프트를 했는데, 회전을 주지 않고 던졌는데도 높게 올라가 코치와 보고 있던 연맹 관계자들이 모두 말을 잃었다고 해요.
기하라 선수도 단번에 맞는 호흡에 "벼락을 맞는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운명적인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스케이트를 그만두려고 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다시 아이스링크로 돌아오게 됐죠. 한 달 뒤에 맞춰본 호흡도 마찬가지로 환상이었다고 해요. 두 사람은 그렇게 2019년부터 코치가 있는 캐나다에서 훈련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 페어 사상 첫 입상인 7위를, 이후 2023년과 2025년에는 세계 선수권에도 입상했죠.
특히 9살 연하인 미우라 선수에게는 처음 연습할 때부터 "날 무조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며 파트너로 부담을 갖지 않도록 배려했다는데요. 지금은 경기 전에는 닌텐도 게임을 하면서 긴장을 풀고, 같이 평소에도 많은 시간을 보낼 정도로 친하다고 해요. 미우라 선수가 기하라 선수에게 의지할 법도 한데, 정작 올림픽 때는 기하라 선수 본인이 실수에 눈물을 흘려 미우라 선수가 많이 다독였다고 합니다. 미우라 선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있으니까",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기하라 선수를 다독였다고 해요. 두 사람이 7년 동안 쌓아온 것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면서요.

그렇게 두 사람은 금메달 획득 소식에 서로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는데요. 두 선수의 금메달 수상 후 소감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미우라 선수는 "본경기 직전에 나는 기하라 선수를 위해 스케이트를 탄다고 했다"며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 우리가 쌓아온 것은 큰 것임을 느꼈다"고 했는데요. 기하라 선수도 "나도 너를 위해 스케이트를 탄다고 말했던 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스케이트를 탄다. 기적 같은 만남"이라고 평했습니다.
이에 일본 언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두 사람 혹시 사귀는 것 아니냐'라는 짓궂은 예상도 올라오곤 하는데요. 사실 사랑이든 우정이든 한 사람과 7년이라는 시간을 맞춰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요. 서로의 아픔을 견뎌낸 끝에 만들어낸 결과인 만큼,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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