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36> 강화 길상교회

전병선 2026. 2. 2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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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 솟은 ‘삼각 교회’ 순례자의 발길을 끌다
알파벳 ‘A’ 형태로 건축된 강화 길상교회 전경. 꼭대기에는 십자가를 세우고 그 아래에 종을 설치했다. 뒤편에 사각형 매스(덩어리)를 배치해 변화를 주면서 사각형 2층 공간을 소모임실로 사용하게 했다. 오른쪽 건물이 교육관 겸 사택이다. 길상교회 제공


인천 강화도 강화초지대교를 건너 초지로를 달리다 장흥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했다. 거기서 차로 2분, 1.3㎞쯤 가니 도로 왼편으로 낯선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전봇대와 전선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고, 밭과 비닐하우스가 낮게 펼쳐지는 풍경 한가운데 또렷한 물건의 형태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소규모 전시장이나 카페 같은 시설로 보이지만 꼭대기에 설치된 십자가가 건물의 정체성을 말해줬다. 길상교회(천수남 목사)다.

이 교회를 찾게 된 것은 코마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에서 본 사진 때문이었다. 시골 교회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돈되고 심플한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일 현장을 찾았다. 천수남 목사는 “시골 교회인데도 시골스럽지 않고, 도시 교회에서도 보기 힘든 디자인”이라며 “이 교회 때문에 이 지역이 특별한 곳이 됐다”고 자랑했다.

한번에 읽히는 외관, 삼각형 프레임

길상교회 외관은 단일한 기하학으로 정리된다. 정면은 거대한 삼각 프레임이다. 두 개의 사선이 지면에서 솟아올라 정상에서 만나는 형태로 ‘A’자처럼 보인다. 이 프레임은 장식이 아니라 구조를 드러내는 외피다. 꼭짓점에는 십자가가 놓였다. 프레임 안쪽에는 붉은 벽돌 면이 삼각 형태로 채워지고, 외곽과 지붕은 짙은 회색 금속 재료로 처리돼 대비가 또렷하다.

정면 중앙에는 수직으로 길게 뚫린 창이 내려오고 하단에는 원형 창이 놓인다. 원과 직선이 한 축을 이루면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위로 끌린다. 야간에는 원형 창이 따뜻한 빛으로 밝아지며 정면의 표정을 바꾼다. 산자락이 어두워지는 시간, 교회는 ‘빛의 점’으로 남는다. 천 목사는 “처음 도면을 받았을 때는 ‘교회가 무슨 삼각형이냐’며 성도들이 적잖게 당황했지만 교회가 반석 위에 올라간 것이라고 하니까 다들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규모는 총면적 69.52평(229.44㎡)이다. 1층에 예배당과 유아실, 탕비실, 전실이 배치됐고, 2층에는 6평(19.57㎡) 남짓한 소모임실이 들어섰다. 삼각 프레임이 하늘로 치솟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외관이 커 보인다. 또 단일한 형태의 프레임은 작은 바닥 면적을 더 넓게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전면은 넓은 콘크리트 마당으로 열려 있고 오른편엔 교육관·사택의 벽돌 건물이 붙어 있다. 새 예배당의 상징성은 교육관의 존재를 억누르며 예배당 자체를 더 부각했다. 삼각 프레임 꼭대기에 설치된 종은 교회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기존 종은 무게 문제로 청동으로 다시 제작해 고정했고, 옛 종은 보관하고 있다고 천 목사는 설명했다. 머릿돌은 두 개다. 옛 예배당 것과 새 예배당 것을 함께 남겼다.

장식 대신 빛, 스크린 대신 벽

실내 공간은 빛으로 설명된다. 삼각형 지붕선 아래에 실내 천장이 있고 벽면은 위로 올라갈수록 비스듬히 섰다. 공간은 상부 쪽으로 모여들고 상부에서 내려오는 정면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공간의 중심을 잡았다. 천 목사는 “천창에서 흘러내리는 빛의 기둥은 성령의 임재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조광호 신부의 계보를 잇는 한 작가의 작품이다. 천 목사는 조 신부가 이탈리아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전공했고, 동검도에 작은 채플을 지어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길상교회 예배당. 비스듬한 벽면과 노출콘크리트가 눈에 띈다. 강대상 뒤편의 큰 원형 창이 빛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세상과 소통 창구의 의미도 지닌다.


그 아래 정면 강대상 뒤편엔 큰 원형 창이 위치했다. 원형 창의 창호 프레임은 나뭇가지를 형상화했는데 요한복음 15장에 나오는 ‘포도나무 가지’라고 했다. 이 원형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약간의 인내를 요한다. 낮에 빛이 강하면 설교자의 얼굴이 어둡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장애가 아니라 메시지에 집중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단상 쪽에서 바라본 예배당 실내. 2층 소모임실은 뒤쪽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다.


교회 전반을 규정하는 건축 디자인은 ‘심플’이다. 이는 건축사에게 요구한 핵심 키워드이기도 했다. 천 목사는 “북유럽과 유럽의 성공회 교회처럼 장식 없는 구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는 내외관뿐 아니라 공간의 구석구석을 정의했다. 강단 뒤에는 간소한 의자 외에 아무것도 두지 않았고 스크린도 고정하지 않았다. 현수막만 간단히 걸 수 있도록 했고 프로젝터는 벽면에 직접 투사한다. 의자와 강대상도 기능에 충실하면서 간결한 구성으로 했다. 강단 내부에는 노트북과 장비를 숨기는 수납 구조를 만들었다. 문을 닫으면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다.

삼각형 구조 탓에 소리의 잔향이 심한 문제가 있었지만 기존 교회에서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해결했다. 천 목사는 해외 사례까지 조사해 5㎝ 두께의 흡음재를 알게 됐고 이를 시공업체와 협의해 천장에 매달았다.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여 천장의 일부 영역에 고정했고 이는 절제된 느낌을 줬다. 또 실내 우측의 하단 창은 한옥 형태의 창호로 바꿨고, 아크릴 소재의 창호지를 사용해 전통 느낌까지 살렸다. 예배당으로 들어오는 전실엔 폴딩도어를 설치해 여름에는 공간을 확장할 수도 있다.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단순함 추구

길상교회는 설립 48년 된 교회다. 인근 100년 넘은 선두교회에서 분립해 세워졌다. 천 목사가 2003년 부임했을 당시에는 기존 예배당이 있었고, 한때 ‘아름다운 교회’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건물이 전체적으로 낡았고 모두 철거하고 새로 짓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시골 교회 형편상 비용 부담이 커 교육관과 사택 먼저 지었다. 이후 본당도 비가 새고 관리가 어려워져 신축을 했다.

공사는 2021년 11월 시작해 2022년 8월 끝났다. 처음 설계는 평수가 커 부담이 됐고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단층 중심으로 규모를 줄였다. 노년층 성도가 많은 점을 고려해 계단을 없애고 언덕을 깎아 평지 구조로 재정리했다.

공간의 단순함을 유지하기 위해 건반도 가구 속에 넣었다. 건반 위쪽의 나무판이 뚜껑이다.


건축에 앞서 천 목사는 오랫동안 여러 건축 세미나를 다니며 정보를 모았다. 많은 건축가의 강의를 들었고 이은석 교수의 건축 스타일이 길상교회에 가장 잘 맞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교수의 노출콘크리트 공법과 단순한 디자인 형태, ‘재료 하나에 모든 것이 담긴 건축’ ‘과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코드가 천 목사가 원하는 방향과 겹쳤다는 것이다.

교회는 작지만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 외부 방문도 크게 늘었다고 했다.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여름엔 주말에 들러 예배를 드리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천 목사는 일본의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를 예로 들면서 “그 유명한 교회도 건축 당시에는 반대가 적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건축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길상교회는 크기를 앞세우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의 상황과 철학에 맞는 공간을 선택했다. 삼각형 구조와 절제된 실내는 그 고민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성도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 외지인까지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강화=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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